[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합병을 둘러싼 지분 다툼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공매도' 흐름이 주목 받고 있다.
엘리엇과의 합병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삼성물산에 대한 공매도 물량이 폭증했다가 다시 잠잠해지는 것을 반복하는 등 들쭉날쭉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개인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매도는 유가증권의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증권을 빌려 매도한 뒤 일정 시점이 지나고 나면 저렴한 가격으로 다시 사들여 차익을 얻는 방식의 매매 거래를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증권을 차입한 뒤 결제하는 형태의 '차입 공매도'만을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허용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가면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손실을 피하는 투자 수단으로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다만 투기적 공매도에 따라 주가가 급락하거나 결제 불이행 위험으로 인한 개인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존재한다.
6일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엘리엇과 합병을 둘러싼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삼성물산에 대한 공매도 물량이 엘리엇과의 다툼이 불거질 때마다 급증했다.
엘리엇이 합병에 반대한 지난 6월4일 삼성물산 공매도 물량은 20만9815주로 전 거래일인 3일보다 38.24배 증가했다.
이후 7거래일 연속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공매도 물량은 잠시 10만주 아래로 떨어진 뒤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한 24일 다시 27만3552주로 폭증했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엘리엇과의 합병 이슈가 주목을 받을 때마다 삼성물산 주가 하락에 베팅했던 셈이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의 주체와 이들의 매도량 등 잔고 정보는 확인하기 어려워 특정 종목의 공매도가 많이 늘어난 뒤 주가 하락으로 큰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에서 최근 헤지펀드 규모가 늘어나는 한편 주식 시장의 대차거래 잔고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공매도에 따른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자본시장 연구원에 따르면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의 상반기 공매도 규모는 주식 수 14억775만주, 금액으로는 35조8519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6.5%, 36.9% 증가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의하면 상반기 증권 대차거래 잔고 규모는 주식 수 16억6448만주에서 20억1605만주, 금액으로 43조9832억원에서 54조4521억원으로 늘어났다.
대차거래 잔고가 공매도로 직접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잔고의 상당 부분이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거래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잔고 증가가 공매도 증가의 신호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자본시장연구원 태희 선임연구원은 "공매도의 주요 주체인 헤지펀드 규모와 주식 시장의 대차거래 잔고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국내 주식시장에 공매도 영향이 커질 것으로 보여 개인투자자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거래소에서는 삼성물산 등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종목의 공매도 과정에 불공정 거래 가능성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해당 종목과 논란이 있는 측과 공매도 세력 사이의 연계가 있으면 문제 될 수 있다"며 "현재까진 정상적인 거래로 여겨지나 현재 시장의 이목이 집중하고 있는 만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