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친이(친 이명박)계 의원들이 중심이 된 새누리당 비박(비 박근혜)계 중진 의원들이 1일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자진 사퇴 압박에 제동을 걸며 당 지도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수평적 당청관계'를 강조,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당 최고위원 대부분이 유 원내대표에 대한 자진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박계 중진의원들이 이날 '반격'에 나서면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또다른 국면을 맞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른 생각 나가라면 그건 사(私)당”
친이계 좌장격인 5선의 이재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끼리 싸우고 니가 나가라 내가 나가라 할 때가 아니다"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론을 일축했다.
이 의원은 "정치인은 서로 다른 견해가 모여서 하나의 최선의 견해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정치고 그게 정당"이라며 "당이라고 하는 것은 자기와 다른 생각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와 다른 생각을 포용하고 조율해서 하나의 생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정당이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자기와 같은 생각만 하는 사람만 있고 다른 사람은 나가라고 하면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은 사당이 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민주 정당이다. 민주 정당의 길을 가야지 사당화의 길을 가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뭐든지 지나치면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하는 말이 이번 기회에도 맞는 말이다. 너무 지나치면 당을 사당화로 이끌고 가는 것"이라며 "피차가 자제하고 국정현안에 몰두하는 게 상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공개회의에서도 유 원내대표가 사퇴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유 원내대표 사퇴에 대해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퇴해서는 안 된다"며 "최고위원들이 앞장서서 유 원내대표에 사퇴하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당 지도부라고 하는 것은 의원들 또는 의총의 결과를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할 의무가 있는 자리인데 청와대 의견을 당에만 전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전당대회 때 다들 수평적, 대등한 당청관계를 이끌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다짐해서 뽑았는데 그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지 회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4선의 이병석 의원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당시 협상권을 의총에서 전적으로 유 원내대표에 위임했던 것 아니냐. 의총에서 4시간 넘는 토론을 통해 결과를 도출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거부권은 존중해야 하지만 유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에 대해서는 의원들의 의견도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의원총회 끝나고 최고위원들이 따로 최고위를 해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최고위가 효율적으로 돼야 한다. 의총에 떠넘기지 말고, 많은 골치 아픈 안건은 의총에 넘기는 게 아니라 정리도 하고 해서 결정 내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4선의 정병국 의원은 "당 최고위원회가 당 문제를 수습해야 하는데 오히려 더 키우는 것 같아 이해를 못하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이건 우리 모두의 책임인데 이를 한 사람에게 책임을 지워서는 안된다. 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만들면 안된다"며 "최고위원들도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태에 대해 원칙도 없고, 의견도 묻지 않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면 되느냐"고 지적했다.
4선의 심재철 의원은 "정무수석이 44일째 공석이다. 당청 소통이 강화돼야 하는 만큼 조속히 정무수석이 임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제·김태호 “유승민 사퇴해야”
반면 유 원내대표의 사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이인제·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도 "빨리 결론을 내야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는 파국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내지도부는 원내사령탑인데 야전사령관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총 사령관"이라며 "결국 조율에 실패했다. 조율이 안된 채 원내지도부가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밀어부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태호 최고위원도 "개인으로서 유 원내대표를 존중하지만, 원내대표로서는 다른 소신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며 유 원내대표의 처신을 비판했다. 그는 유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을 주도적으로 처리할 때, 청와대 의중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거부권 정국)은 유례없다.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4선의 친박계 정갑윤 의원도 "당청이 불협화음을 보이면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청와대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 할 수 있도록 정상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의를 주재한 김무성 대표는 회의를 마치며 "오늘 회의에서 많은 중진 의원들의 말씀을 잘 경청했다. 다 옳으신 말씀"이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추가경정 예산 편성과 6월 임시국회 현안 등에 관한 이야기만 했고,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거취에 대해) 말씀하신 분들이 말씀하는 것 잘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