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위해 직원들을 상대로 직접 설득에 나섰다.
하나금융은 1일 사측이 지난 5월 외환은행 노조에 제시한 2·17 합의서 수정안과 노조가 지난달 2일 하나금융에 제시한 수정안을 동시에 직원들에게 공개했다.
법원의 통합중단 가처분 취소로 조기통합 명분을 쥐게 된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이 직접 참여하는 '5자 대화' 등을 제안하며 논의에 속도를 냈지만, 노조에서 응하지 않자 직원들을 상대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하나금융은 이미 지난 2월부터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4개월간 통합 작업이 지연된데다, 노사 각자의 2·17 합의서 수정안이 제시된 상황에서 더 이상 협상을 늦추며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은 이날 "법원 판결 이후 외환은행 경영진은 노조에 '4대 4 대화'를 재개하고 6일까지 통합에 대한 합의를 마무리할 것을 제안했지만 외환노조는 끝내 대화에 나오지 않았다"며 "부득이 2·17 합의서에 대한 노사 양측의 수정 제시안을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17 합의서는 2012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당시 노조와 맺은 합의서로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하나금융과 외환노조는 법원의 가처분 심문 과정에서 2·17 합의서에 대한 수정안을 서로 제시한 바 있다.
이날 처음 공개된 노조 제시안에 따르면 노조는 금융위원장 입회 하에 체결한 '노사정 합의서'를 마련하고, 통합은행명과 IT통합 등 세부사항을 합의한 뒤 통합 시기와 절차, 방법 등을 추가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노사 2인씩 추천한 4인과 이들이 추천한 1인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제시한 합병 시점에 결의해야 하고, 통합 집행부 출범 전까지는 노조의 분리 교섭권을 인정해 달라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당초 2·17 합의서에 담겼던 '5년 경과 후 합병 협의 가능' 문구는 따로 언급되진 않았다.
이에 하나금융은 "사실상 수정 양보안이 아니라 기존 합의서의 구속력을 더욱 강화한 안으로 수많은 합의 전제조건을 제시하면서 통합에 대한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며 "5년 후 합병협의 가능 문구 삭제는 반대로 보면 노조의 동의가 없으면 독립경영을 영원히 유지하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법원에서 한 차례 공개된 바 있는 사측 제시안에는 통합은행명에 '외환' 또는 'KEB'를 포함해 추진하고, 조기통합에 따라 중복 인력이 생기더라도 인위적 인원 감축을 하지 않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인사상 불이익을 없애기 위해 일정 기간 '투트랙'으로 인사를 운용하고, 임금 및 복리후생 체계 등 근로조건에 대해서도 투트랙 인사 기간 동안 기존대로 유지키로 하는 내용이 제시됐다.
하지만 외환노조도 "하나금융 측에서 통합은행명에 '외환, KEB 포함'을 약속한 바가 없다"며 "마음대로 통합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하겠다고 한 것"이라면서 사측 제시안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면서 이날로 연기된 5자 대화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환노조는 하나금융 회장이 직접 참여하고, 노조 측에서 전·현직 위원장 등이 포함되는 '5대 5' 대화에만 나설 뜻을 밝히고 있다.
하나금융은 협상 시한으로 못박은 오는 6일까지도 노조와의 대화에 진척이 없을 경우 전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통합 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보다 적극적 설득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