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조세피난처의 외국기업이 한국 상장사 26곳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 기업의 지분율이 5% 이상인 곳은 국내 상장사 285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198곳에 달했다.
25일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 CXO연구소에 따르면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국적 투자 법인이 한국 상장사 26개사의 지분을 5% 넘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지난 19일 기준 1조1603억원에 이른다.
조세피난처는 법인이 얻은 소득의 전부나 일부에 조세 부과가 이뤄지지 않는 국가, 지역을 말한다.
조세피난처에서는 금융거래 과정에서 익명성이 보장돼 탈세를 목적으로 유령회사를 세워 내부거래 조작, 외국인 위장, 무신고 자금 거래 등 부정거래를 하거나 재산을 은닉하는 등의 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특히 버진아일랜드 국적기업 가운데 SK C&C 지분 5.57%를 보유한 '베스트 립 엔터프라이즈 리미티드'의 주식 평가액은 6798억원에 이르렀다. 이 회사의 실질적인 최대주주는 대만 홍하이 그룹 자회사 가운데 하나인 '폭스콘 홀딩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CXO연구소가 금융감독원 제출 자료를 토대로 국적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국내 285개 상장 회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개별 외국 투자자는 모두 198곳에 이른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지난 19일 기준으로 40조원이다.
외국 투자자별로 한국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소유 현황은 ▲미국계 120개사 ▲일본계 42개사 ▲싱가포르계 24개사 ▲홍콩계 17개사 ▲영국계 14개사 ▲중국계 9개사 ▲네덜란드계 6개사 ▲캐나다계 5개사 ▲노르웨이계 3개사 ▲스위스계 3개사 등이다.
주식평가액이 가장 많은 곳은 미국계 투자 법인으로 전체의 36.7%에 이르는 18조원을 기록했다. 이어 네덜란드 5조2523억원, 싱가포르와 일본이 각각 4조1891억원, 2조9084억원이었다.
개별 외국 투자자 가운데 한국 기업 투자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미국 투자회사 피델리티 매니지먼트로 52개사의 주식을 보유했고 평가액은 약 2조6198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미국과 영국은 단순 투자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 반해 일본과 중국, 싱가포르는 경영에 참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 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중국 투자 기업은 모두 경영 참가를 위해 한국 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계 기업은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 엘피와 최근 삼성물산과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리엇 어쏘시어츠 엘피 외에는 모두 단순 투자를 위해 한국 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외국 기업의 한국 기업 경영권 위협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순한 지분율보다 최대주주와의 지분율 격차에 주목해야 한다고 CXO연구소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