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스포츠 스타'에서 '경찰'로 변신한 황희태(37)와 정경미(30), 임수정(29)이 운동할 때처럼 성실하게 '제2의 인생'을 걷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2004년 이후 11년만에 진행된 경찰의 '무도 특별채용'을 통해 경찰이 됐다.
이번 '무도 특별채용' 지원 자격은 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 입상했거나 국내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공인 4단 이상 무도단증 소지자로 한정됐으며 태권도 25명, 유도 15명, 검도 10명 등 총 50명이 9.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합격했다.
황희태와 정경미, 임수정 모두 냉철한 승부의 세계에서 정점에 섰던 이들이다.
황희태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각각 90㎏급, 100㎏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여자 유도 중량급의 '기둥'이었던 정경미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획득, 한국 여자 유도 선수로는 최초로 아시안게임 2연패 달성에 성공했다.
고등학생 시절인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임수정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여자 57㎏급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여자 태권도의 간판 스타로 활약했다.
성실함이 없었다면, 정점에 서지도 못했을 터다. 이들은 선수 시절 정점에 서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경찰이 되어서도 온 힘을 쏟아붓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경찰요? 주변 보면서 꿈 키웠죠”
선수로 최고의 자리에 섰던 이들은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걷는 경우가 많다. 런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했던 황희태는 여자대표팀 트레이너를 거쳐 지난 3월 여자대표팀 코치로 선임됐다.
이들이 지도자가 아닌 경찰로 새로운 인생을 열어젖히겠다고 다짐한 이유가 뭘까.
황희태는 "유도 은사님과 선배님들이 경찰이 된 경우가 많다. 고등학생 시절이었던 1996년 무도 특채가 있었는데 당시부터 경찰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2004년에는 메달을 따지 못해 무도 특채 대상자가 되지 못했다"며 "경찰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오랜 꿈을 이뤘지만 황희태는 "지도자에 미련도 크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 지도자로 나서 맡은 선수들이 금메달 2개를 땄다"면서도 "하지만 경찰을 하면서도 유도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임수정은 "경찰이 된 선배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경찰이라는 직업이 멋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막연한 생각일 수 있지만 무도 특채라는 기회가 흔하지 않다.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특별한 계기는 없었지만 특채를 보고 마음이 끌렸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경찰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든 점에 대해서도 들었고, 근무지도 가봤다. 힘들겠지만 명예로운 직업 아닌가"라며 환상만 가지고 지원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2013년 은퇴한 이후 지도자의 길을 가지 않고 체육대학원에 가 석사과정을 밟는 것을 선택했던 임수정은 "지도자가 되려면 공부도 많이 해야하고, 경험도 많이 쌓아야한다. 하지만 자신이 없었다. 공부를 해서 강단에 서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자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3월 은퇴를 선언한 정경미 또한 "유도하시던 분들이 경찰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중·고등학교 때 은사님과 선배도 경찰로 일하신다"며 "지도자는 세심하고 선수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줘야할 것 같은데 나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만두는 시점에 운좋게 특채가 나와서 지원하게 됐다"고 했다.
정경미는 "운동 선수들이 은퇴하고 안정적인 직장에 가기 힘들다. 하던 운동과 연계해서 할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다"며 "하지만 경찰은 들어가서 운동했던 것을 활용할 수 있어 선택하게 됐다"고 했다.
◆황희태·정경미, 사제지간에서 '경찰 동기'로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 사제지간으로 나섰던 황희태와 정경미는 이제 '경찰 동기'가 됐다.
황희태는 이에 대해 특별한 느낌은 없다면서도 "정경미는 워낙 훌륭한 선수고,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경찰을 지원한다고 했을 때 적극적으로 응원했다"며 "지금도 의욕이 넘치니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역시 특별한 느낌은 없다고 말한 정경미는 "경찰에서는 동기가 됐지만 그냥 그 뿐이다"며 "나에게는 선생님이라는 것에 변화는 업다. 배워야할 점이 많다.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계속 선생님이라 부를 것이고, 규칙에 어긋난다면 사석에서는 선생님이라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자의 꿈 안고 새로운 출발선에
황희태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통계상으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최근 강력범죄가 더 많아진 것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선수 시절에도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황희태는 "27년 동안 해왔던 유도에도 한눈팔지 않고 성실하게 임했다. 경찰이 되어서도 성실히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또 그는 "지도자에 미련이 있는데 나중에 능력이 된다면 유도 경찰팀을 맡아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미래를 그렸다.
'어떤 경찰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면접 때 받았던 질문과 같다며 웃은 임수정은 "15년간 태권도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하루하루가 전쟁이었고, 매일 크고 작은 고비를 넘었다. 이런 것이 당연했던 시간들을 견뎠다. 경찰을 하면서 어려움도 많겠지만,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임수정은 "강신명 경찰청장님이 당당한 경찰을 강조하셨는데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경찰이 될 것이다. 무도 특채니 강인한 경찰이 우선"이라며 "이제 시작이다. 일반적으로 경찰을 준비하시는 분들에 비해 법 쪽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 노력해야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작은 꿈도 있다고 고백한 임수정은 "나중에 경찰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면 무척 의미있을 것 같다. 주어진 것을 열심히 하면 또 다른 길이 열릴 것"이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정경미는 "새로운 일을 하는 됐다는 두려움은 있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다른 것은 없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는 그런 경찰이 되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