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슈틸리케호가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70여일 만에 가진 평가전에서 승리를 챙겼다.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6시20분(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샤알람의 스타디움 샤알람에서 맞붙은 아랍에미리트(UAE)를 3-0으로 격파했다.
전반 44분 염기훈(32·수원)이 왼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터뜨렸고 후반 15분에는 이용재(24·V바렌 나가사키)가 오른발로 쐐기골을 쐈다. 이정협(24·상주)이 후반 45분 한 골을 보태며 시원한 승리를 가져왔다.
승리를 넘어 소득이 컸다.
이번 소집에는 기성용(26·스완지시티)과 구자철(26·마인츠) 등 기존 대표팀에서 주축 역할을 해온 선수들이 부상과 군사훈련 등으로 이탈하면서 유독 새 얼굴이 많았다.
염기훈이 처음 슈틸리케호에 승선했고 이용재와 최보경(27·전북)과 정우영(26·빗셀 고베), 주세종(25·부산), 이주용(23·전북), 임창우(23·울산) 등 7명은 A매치 데뷔 기회를 잡았다.
새로운 피의 수혈은 기대감보다는 우려를 불렀다. 이번 승리는 대표팀을 둘러싼 의심 어린 시선들을 불식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소집에 합류하지 못한 선수들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고 새로운 얼굴들의 가세로 인한 활력이 눈에 띄었다.
상대가 아주 강팀은 아니었지만 지난 1월 열린 호주아시안컵에서 3위를 차지한 UAE라는 점에서도 대표팀의 성과는 긍정적이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28·크리스털 팰리스)과 이정협(24·상주) 대신 염기훈과 이용재를 선발로 출격시켰다. 더불어 A매치 경험이 없는 정우영(26·빗셀 고베)의 이름도 선발명단에 올렸다.
K리그 클래식 득점 공동 1위(7골), 도움 1위(6도움)에 올라 있는 염기훈이 먼저 한방을 보였다.
1년5개월여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지만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날개 자리를 번갈아가며 공격을 이끌었다.
염기훈은 전반 44분 잡은 프리킥 찬스에서 낮게 깔아찬 슈팅으로 골문을 노렸다. 공은 수비벽을 빗겨가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염기훈은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는데 7년 만에 골도 넣었다. 정말 의미있는 골"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후반전에는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용재가 골망을 갈랐다.
이날 슈틸리케호의 최전방 원톱으로 선발 출격한 이용재는 전반전에 다소 몸이 무거웠다. 전반 19분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눈앞에 뒀으나 뒤에서 들어온 수비수의 태클에 기회를 날렸고 전반 33분에는 발리킥을 시도했지만 수비수에 막혔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이용재에 대한 신임을 거두지 않았다. 후반전에도 그라운드에 나선 이용재는 후반 15분, 김진수의 스로잉을 받아 드리블로 상대방을 제친 뒤 시원한 오른발 슛으로 골을 터뜨렸다.
이용재는 "믿기지 않는다. 감독님이 믿어주신 것에 대해 보답했다는 생각에 기쁘다"고 데뷔골 소감을 전했다.
대표팀 '기둥'이었던 기성용의 빈 자리를 메운 정우영의 활약도 빛났다.
정우영은 한국영(25·카타르 SC)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출격했다. 90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합격점을 받았다.
수비 상황에는 투지 넘치는 모습으로 상대방을 몰아붙였고 공격 전개시 패스의 줄기 역할도 했다.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찬스가 왔을 때 지체없이 슛으로 연결하는 모습에서는 과감함이 돋보였다.
슈틸리케 감독도 정우영에 대해 "상당히 좋았다. 자신감도 있었고 개성도 있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우영은 "(기)성용이형에는 차마 비교할수 없지만 나름대로 가진 것을 잘 보여준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 데뷔전에서 승리해 기쁘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슈틸리케 감독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선수단 구성에 변화가 있어 자연스레 새 선수들에 기회가 갔다"며 "얼마나 실력 발휘를 해줄지가 관건이었는데 흥미로웠다"고 총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