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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임수정, "은밀한 유혹은 애잔한 작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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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송경호 기자] “지연은 흔들흔들 거리면서, 계속 갈등하면서,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가는 인물이잖아요. 지쳐 떨어질 법도 한데 붙어있고…. (지연은) 의식의 끝에서 헤쳐 나와요. 그게 인상적이었어요. 그래서 저를 던져보고 싶었어요.”

배우 임수정(36)은 영화 ‘은밀한 유혹’(감독 윤재구)에서 그가 연기한 ‘지연’에 끌렸던 이유를 이렇게 말했는데, 단어들이 명쾌하지 않고 추상적이어서 그의 말 중에 의미가 있는 부분은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는 것 말고는 딱히 없어 보였다.

캐릭터에 대한 임수정의 저 모호한 말은 인터뷰가 마무리될 때쯤 그가 말한 한 단어 덕분에 해석될 수 있었다. 그는 ‘은밀한 유혹’이 자신에게 “애잔한, 그런 작품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애잔’이라는 단어 속에는 애처로움과 애틋함이 있다. 임수정은 인터뷰 내내 반복해서 “외로웠다”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애잔함은 캐릭터에 대한 감정에서 더 나아가 자신의 외로움과 힘듦과 맞닿은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 지연이 극 속에서 맞이한 위기와 고뇌, 임수정이 그 캐릭터를 보면서 느꼈던 일련의 감정 또한 결국 하나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심란함의 방향은 결국, 자신의 연기로 향해 있는 것 같았다.

지연은 젊고 아름답지만 가난한 여자다. 무일푼인 그는 살기 위해 늙고 병든 남자를 유혹해 결혼에 이른다. 하지만 여자는 노인의 비서실장이자 사생아인 남자, 그리고 그 노인 사이에서 알 수 없는 격정에 휩싸인다.

감정의 절제와 분출 사이 어딘가에 자리 잡은 인물, 애매모호한 마음을 가진 인물은 그동안 임수정이 적극적으로 도전해 왔던 인간들이다. ‘장화, 홍련’(2003) ‘행복’(2007)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2011) ‘내 아내의 모든 것’(2012)에서 임수정이 연기한 캐릭터들이 대개 그랬다.

“10년 넘게 연기를 해왔지만, 매번 그런 것 같아요. 갈증이 있어요. 배우의 욕심이겠죠. 스스로를 괴롭히게 돼요. 도전의식 같아요.”

임수정은 ‘동안 배우’라는 타이틀, 온순하게 맑은 그의 얼굴 때문에 말랑말랑한 연기를 주로 하는 멜로 배우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의 필모그래피는 전혀 그렇지 않다. 임수정의 지난 시간들에는 누구보다 연기에, 영화에 힘껏 부딪혀 본 꺼칠함이 있다. 그래서 ‘도전’을 어색하지 않게 말할 수 있다.

카메라는 영화 끝부분에서 지연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지연은 웃는 듯 찡그리는 듯 쉽게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 지연이라는 인물을 한꺼번에 설명하는 듯한 이 인상적인 장면은 임수정에 의해 만들어진 장면이다. 지문에는 '돌아보는 지연의 얼굴'이라고 쓰여 있을 뿐, 감독은 임수정에게 감정 드러내기를 조절해달라고만 주문했다. 임수정은 “지문은 그게 다였다. 내가 해야 했다”고 했다.

“배우는 외로울 때가 있어요. 그때는 감독도 스태프도 배우에게 의지하는 심리가 있어요. 그래서 외로운 거죠. 힘들어요. 그런데 그 힘들 게 찍은 장면이 카타르시스를 줘요. 그래서 (연기를)하는 것 같아요.”

그가 연기하는 방식은 오감을 여는 것이다. 캐릭터가 닥친 상황을 온전하게 흡수해 느끼는 임수정의 방식이다. 시각과 후각, 촉각 모두가 예민해진다. 바로 그 상태에서 시나리오에서 읽은 지연을 연기한다. 임수정은 “인물의 상황을 진짜처럼 느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힘들면 힘든대로 쓰러질 것 같으면 그런 것처럼, 그 감정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임수정은 그의 마지막 드라마인 2004년 KBS 2TV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대본을 읽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 그는 드라마 제목만 보고 울컥했고, 가슴이 뛰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그렇게 작품을 고르고, 그렇게 연기한다.

“마음을 툭 건드리는 것, 그런 게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저는 그래야 움직이고 연기를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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