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예술인에게 기회를 주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새로 취임한 최현묵(57)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은 1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대구 문화예술회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 이같이 밝혔다.
최 관장은 지난 5월 6일 대구 문화예술의 컨트롤 타워라고 할 수 있는 문예회관의 수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지난 30년 동안 연극인의 삶을 살며 얻은 현장에서의 경험, 대학교수와 수성 아트피아 관장을 지내며 두루 겸비한 기획 및 행정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신임 관장 자리의 적임자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아직 새로운 자리가 낯설기만 하다는 그는 문예회관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멀리 가기 위해 정체성을 찾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봤다.
그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이야말로 철저하게 내부지향적으로 가야 한다. 대구 지역예술인에게 실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에는 시민회관, 오페라하우스 등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비싼 돈 주고 외부 예술인의 작품을 보여주는 곳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 관장은 "시민회관, 오페라하우스에서는 시민들이 수준 높은 예술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많이 온다"며 "하지만 정작 소중한 우리의 자산인 지역 예술인들은 소외당하기 마련"이라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과거 문예회관은 순수클래식과 오페라의 수요를 모두 소화했지만, 현재 순수클래식과 오페라는 각각 시민회관과 오페라하우스로 그 기능이 모두 옮겨 갔다. 문예회관은 현재 새로운 정체성을 찾는 중이다.
그는 "문예회관만큼은 대구 지역 예술인들과 시민들이 주인이 되는 곳이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우리만의 차별화·특성화 전략"이라며 "대구 시민, 대구 예술에 집중하는 문화의 전진기지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예술인 중에서도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친구들을 무대에 세워서 경험을 쌓게 하려 한다. 청년세대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중견작가보다 더욱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 작가들에 대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전시든 무엇이든 관심을 많이 쏟을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문학청년을 꿈꿨던 10대를 거쳐, 안정된 교직생활을 뒤로하고 연극의 세계로 뛰었을 정도로 뼛속까지 예술인의 삶을 살았다.
대학 졸업 후 중학교 영어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던 그는 그동안 꾸준히 써오던 희곡이 좋아 10년 교직 생활을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연극에 뛰어들었다.
이후 다수의 연출상 희곡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평론가들이 선정한 '한국 근현대 희곡 100선'에 최 관장이 쓴 '끽다거(喫茶去)'가 포함되기도 했다.
그는 "1983년 연극계에 입문해 30년 연극인생을 살았다. 작가, 연출가를 지내기도 했고,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문화정책,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고민했다"며 지난날을 돌이켰다.
이어 "이런 것들이 쌓여 운 좋게 문예회관을 경영하는 기회를 얻었다. 이 모든 것은 대구가 내게 준 선물"이라며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리겠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무대 연출을 해왔던 그의 눈에 회관의 낡은 무대 시스템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그는 공연장 노후화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 관장은 "공연장의 의자나 로비 등 겉모습들은 리모델링을 다했는데, 정작 중요한 무대 위의 무대메커니즘은 상당히 노후화돼 있다. 이 부분은 임기 초반에 대대적으로 손을 봐서, 요즘 최신 극장들 수준에 근접한 시스템으로 교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와 달리 하드웨어의 교체에는 예산이 따르기 마련이다. 최 관장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무대 시스템 개선을 위해서는 대구시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 관장은 "취임 후 시 관계자들을 만나 무대 개선과 관련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많은 예산이 필요하지만, 꼭 바꿔야 하는 부분"이라며 "쉽지는 않겠지만, 진심을 갖고 설득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