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권 금품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0일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불구속 기소하기로 하면서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친박계 핵심 인사 등 나머지 6명에 대한 수사에 관심이 집중된다.
검찰은 더 이상 합리적인 의심이 남지 않을 때까지 모든 의혹을 살펴보겠다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비밀장부 등 리스트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자료가 나오지 않으면서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향후 며칠 내에 나머지 6명과 관련된 구체적인 진술이나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다음달 초께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검찰은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의 경우 성 전 회장이 돈을 건넸다는 시기와 장소 등이 비교적 명확하고 관련자들의 진술도 이를 뒷받침하는 데다 성 전 회장의 생전 동선과 행적 등도 부합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6명은 사정이 다르다. 이들 6명의 경우 성 전 회장에게서 각각 돈을 받았다는 시점과 장소, 전달 방식, 전달자 여부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수사의 단초가 될 만한 진술이나 제보 등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이들 6명과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자주 접촉했는지 등에 대한 확인 작업도 아직 마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성 전 회장의 과거 일정과 동선, 행적 등을 살펴보면서 수행비서 등 측근들도 수시로 불러 조사 중이지만 수색 범위가 너무 넓어 구체적인 시점 등을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검찰은 지난 15일 서산장학재단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한 결과 리스트의 실체를 밝힐 만한 결정적인 자료는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서산에서 가져온 자료 중에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자료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초 검찰은 “(수사 전략상) 일부러 안갔다”고 말했을 정도로 재단 압수수색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압수물 분석 결과 나머지 6명에 대한 단서를 확보하긴 여의치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검찰은 비밀장부 등이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에 대한 사법처리를 끝으로 수사가 마무리될 경우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 논란 등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인 만큼, 남은 의혹 당사자들에 대한 서면조사 등을 병행한 뒤 다음달 초께 "리스트와 관련된 남은 의혹은 실체가 없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당초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 한 장과 인터뷰만을 가지고 실체를 밝혀내라는 것은 '맨땅에 헤딩'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수사) 하겠지만 나오지 않는 것을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