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한·불가리아 양국이 수교관계를 '포괄적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고 교역·투자를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또 과학기술 분야의 성공적인 협력모델을 구축하고 우리 기업 참여를 지원하는 등 인프라 분야의 협력도 강화키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로센 플레브넬리에프 불가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양 정상은 이날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수교관계를 격상시켜 '포괄적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를 맺기로 했다. 이를 통해 불가리아가 유럽과 중동을 연결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있는 점과 우리나라가 유럽국가들의 대아시아 협력 거점이 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무역 및 투자를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또 불가리아의 각종 대형 인프라 사업에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참여해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불가리아에 배정된 유럽연합(EU)의 지원 기금은 93억유로(약 11조5000억원) 규모다. 불가리아는 이를 이용해 발전소와 교통체계, 하수처리, 전자정부 등의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불가리아 정부가 환경정책상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폐기물 처리 및 하수분야에서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키로 했다. 현재 우리 환경부는 불가리아 커르잘리시(市)와 공동으로 '도시 고형폐기물 처리 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인데 이 같은 유사한 협력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한다는 것이다.
양국은 이날 두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과학기술 분야의 정책 및 기술 교류, 교육·훈련 프로그램 등 인적자원 교류를 약속하는 과학기술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기초과학이 뛰어난 불가리아와 응용과학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협력모델을 구축해 나간다는 목표다.
국방협력 MOU를 통해 국방 및 방산분야 협력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교육·문화 협력약정 및 체육협력 MOU도 체결했다.
두 정상은 또 현재 양국 교역이 연간 3억달러 규모에 불과하고 투자도 미흡한 상황이지만 한·EU 자유무역협정(FTA)과 양국 간 보완적 산업구조 등을 감안할 때 교역·투자가 확대될 여지가 크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
이를 위해 오는 10월 양국 정부간 제1차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키로 약속했으며 4년째 개최되지 않고 있는 양국 산업부처간 산업협력위도 조속히 재개하자고 합의했다.
아울러 양국은 교역·투자 등 실질협력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민간차원의 협력 강화가 중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2004년 이후 중단된 한·불가리아 민간경제협력위원회가 재개되도록 관심을 갖고 노력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업계에서는 중소기업 위주의 경제사절단을 구성해 불가리아에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플레브넬리에프 대통령도 이번 방한을 계기로 15일 개최 예정인 한·불가리아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다.
이 밖에 플레브넬리에프 대통령이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삼성전자, 마이다스아이티 등을 방문키로 한 것과 관련해 양국 간 창조경제 분야에서도 협력 사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기로 했다.
북한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해나가는 한편 불가리아 측은 한반도 평화통일구상 및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등에 대해 지지 의사를 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초과학이 뛰어난 불가리아와 응용과학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협력모델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기대했다.
플레브넬리에프 대통령은 "EU 국가 중에 불가리아에서 기업들이 내는 세금이 가장 적다"며 "불가리아의 중요한 위치 때문에 앞으로 한국 제품들이 유럽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관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국방협력 MOU ▲과학기술협력 MOU ▲교육문화 협력약정 ▲체육협력 MOU ▲한국수입협회·불가리아수출협회 간 MOU ▲한국중소기업중앙회·불가리아중소기업진흥원 간 MOU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불가리아소프트웨어기업협회 간 MOU ▲삼성전자와 불가리아소피아테크파크 간 MOU ▲K-SW 포럼과 불가리아소프트웨어기업협회 간 MOU 등 총 9건의 협력약정 및 MOU를 체결했다.
한편 불가리아 대통령의 방한은 2009년 10월 게오르기 파르바노프 전 대통령의 방한 이후 6년 만이다. 불가리아 주요 정부인사 및 30여명의 경제사절단도 이번 방한에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