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부삼 기자]‘성완종 리스트‘ 파문 속에 전국 4곳에서 치러진 4·29 재보궐선거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3곳을 차지하면서 압승하자 그동안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으로 곤욕을 치러야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입지도 다시금 확고해졌다.
특히 수세적 입장에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대응논리로 내세웠던 '정치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향후 국정동력을 쥘 카드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다. 재보선 결과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던 청와대는 이튿날인 30일 곧바로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경제를 살리고 정치개혁을 이루라'는 게 민심인 만큼 이를 반영해 앞으로도 경제활성화와 공무원연금 개혁 등 4대 개혁, 정치개혁을 추진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사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수세적 입장에 서있었다. 지난 중남미 순방을 전후로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성완종 리스트 때문에 궁지에 몰려있었다.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정치권의 요구에 곧장 맞서서 대응하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이러한 처지는 그간 닥친 상황에서도 자연스레 묻어났다. 순방에 앞서 불거진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거취와 관련해 입장 표명을 유보하다 결국 순방 중 사의 표명 사실이 보도되자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특검 수용 요구 등에 대해서도 “수사에 영향력을 미치려 한다”며 반박하는 입장에 서있었다.
이어 그간 자신을 향했던 입장 표명 요구에 대해 귀국 하루 뒤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재보선 승리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는 '성완종 사면'을 내세워 야당에 타격을 입히기도 했지만 일단 입장 표명은 수세적인 상황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처럼 그동안 직접적으로 나서서 공세를 펴기보다는 여러 현안들에 대해 마지못해 입장을 밝혀온 박 대통령이 선거 이튿날인 이날 곧바로 짧지만 명확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자신감이 가득 실린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청와대의 평가를 내놓기에 앞서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전 중 논평이 나올 것”이라고 확답해 이 같은 상황을 반영했다.
다만 박 대통령의 입장이 아닌 청와대의 입장으로 평가한 것은 박 대통령이 와병 중인 상황과 이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 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메시지 자체에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박 대통령 본인의 자신감이 충분히 반영돼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의 반박논리로 제시했던 정치개혁을 다시금 언급한 것은 자신의 의지가 민심에 잘 투영됐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8일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는 '성완종 사면'의 문제점을 강조하기 위해 다소 수세적인 입장에서 정치개혁이라는 요소를 거론했다면 이번 선거 승리 이후로는 정치개혁이라는 화두를 국정 주도권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해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또 향후 사정 드라이브를 통해 정치권의 기싸움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레임덕 우려를 불식하고 당·청 관계 역시 더욱 굳건히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