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신현희(22)와 김루트(본명·나이 비밀)는 약 2년6개월 전 무작정 상경했다. 신현희는 대구, 김루트는 '칠곡휴게소'로 알려진 경북 칠곡 출신.
전에는 대구 길거리에서 함께 버스킹했다. 신현희는 최근 홍대에서 만나 "이곳에서 노래하고 싶었다"며 웃었다. 아직도 말투에는 경상도 억양이 묻어났다.
신현희는 패션디자인을 전공했다. 실력이 있어 유학도 준비했다. 패션을 전공한 부모는 자신들의 가업을 당연히 이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신현희는 부모 몰래 출가(라고 쓰고 가출이라 읽는다)를 했다.
그가 알고 있던 '서울 사람'은 2012년 두달 먼저 올라와 있던 김루트뿐. 신현희는 "루트 오빠가 악기 두대를 팔아 달랑 5만원을 들고 온 저를 도와줬다"고 떠올렸다. 김루트는 "도와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두 사람은 이후 카페와 길거리 위주로 공연했다. 2013년 '쌈지사운드페스티벌'의 신인발굴프로젝트 '숨은 고수' 출연이 전환점이 됐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현재 소속사 디오션 뮤직의 전필규 대표의 눈에 띄었다. 전 대표는 "개성이 유독 강해 보자마자 이 팀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싱글 '캡송'으로 인기를 끌던 이들은 최근 마침내 첫 미니앨범 '신현희와 김루트'를 발표했다. 타이틀곡 '오빠야'는 좋아하는 오빠를 향한 소녀의 마음을 귀엽게 그렸다. 신현희의 아기자기한 창법, 김루트의 어수룩하지만 무심한 창법이 조화를 이룬다.
레게리듬이 돋보이는 곡으로 외모지상주의를 재치있게 풀어낸 '신현희와김루트', 부모가 여행을 떠난 뒤 집이 빈 날 친구들과 하룻밤을 신나게 보낸 경험을 담은 '집 비던 날' 등도 오밀조밀 즐겁다.
주로 신현희가 일상의 경험을 담아 곡을 만든다. 그래서 친근하다. 김루트는 옆에서 조곤조곤 도움을 준다. 김루트는 "실제 음악적인 취향은 다르지만 '기똥찬 오리엔탈 명랑'이라는 콘셉트 만큼은 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개성 강한 뮤지션들이 운집한 홍대에서도 이들의 음악은 튄다. 신현희는 "홍대에서 노래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만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눈을 반짝였다.
김루트는 자신들을 '만담 듀오'로 지칭했다. "오빠와 동생, 삼촌과 조카처럼 아웅다웅하면서 공연을 한다. 많이 즐거워해주시더라. 누구나 쉽게 다가올 수 있는 그런 밴드다."
그렇다고 이들이 마냥 즐겁기만 한 팀이 아니다. 이번 앨범 수록곡 '날개'와 '편한노래'는 기존 대중이 알고 있는 신현희와김루트의 분위기와 다르다. 신현희는 "'캡송' '오빠야' 같이 통통 튀는 곡을 들으시다가 '날개' 같이 감성적인 노래를 듣고 놀라시는 분들도 많다"고 쑥쓰러워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뮤지션은 재니스 조플린, 조니 미첼, 콜드플레이다.
남녀 듀오의 장점에 대해 김루트는 "공대 군대 여대, '대'자로 끝나는 곳의 행사에 모두 출연할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달달한 사랑노래만 부르는 듀오를 지향하지 않는다. 저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했다.
집을 무작정 나와 속을 상하게 만든 부모에게도 인정받고 싶다. "엄마랑 대구에서 택시를 타고 가는데 기사 분이 저를 알아보셨다. 노래를 반대하던 어머니시인데, 제 자랑을 한참 늘어놓으시더라."(신현희) "아버지는 저희 공연을 모두 모니터하시고 조언도 해주신다."(김루트)
홍대에서는 '홍대 요정'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했다. "홍대 자이언트 팅커벨(신현희), '폐터팬'(피폐+피터팬)(김루트)으로 불렸으면 좋겠다."
신현희와김루트 콘서트 21일 홍대 앞 클럽 '라디오가가'. '인디 신의 삼촌' 이한철이 게스트로 나온다.
◇보너스 트랙 :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노래
신현희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OST 중 엘리 굴딩의 '러브 미 라이크 유 두(Love Me Like You Do) : "후렴 부분이 계속 귀에 감긴다."
김루트 : 일본 출신 싱어송라이터 오하시 트리오 '사쿠라' : "원래 류승범 씨가 롤모델이었는데 오하시 트리오로 바뀌었다. 제가 치는 베이스뿐 아니라 피아노 등 모든 악기를 잘 다룬다. 저도 멀티 플레이를 해보자는 마음에…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