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지난해 5월 종영한 MBC TV 드라마 '기황후'의 최대 수혜자는 탤런트 지창욱(28)이었다. 당시 그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솔직히 지금 받는 칭찬은 과분하다. 이제부터 진짜"라고 말했다.
지창욱이 '기황후'에 이어 선택한 작품은 KBS 2TV 드라마 '힐러'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완벽하면서도 비밀스러운 심부름꾼 '서정후'(지창욱)가 인터넷기자 '채영신'(박민영), 스타기자 '김문호'(유지태)와 엮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지창욱은 '밤심부름꾼'이라 불리는 '힐러'의 고뇌와 새내기 기자 '박봉수'의 어리바리함을 어색함 없이 연기해 냈다. 특히 사부 '기영재'(오광록)의 죽음을 마주한, 우는 법을 모르는 '서정후'의 모습은 큰 울림을 줬다. '지창욱을 위한, 지창욱의 드라마'라는 말이 쏟아졌고 '힐러'의 최대 수혜자는 지창욱이 됐다.
"'수혜자'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동료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요. 드라마는 한사람이 이끌어갈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한 인물이 돋보일 수는 있겠죠. 그렇다면 그렇게 만들어주신 많은 사람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죠. 어떤 이는 '힐러'를 '시청률이 저조했던 드라마'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시청률을 떠나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는 게 중요한 거 같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겸손의 말이지만, 지창욱은 힘줘 말했다. 진심을 말하고 있다는 제스처다. "시청률이 안 나오는 작품은 작품으로서 의미가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 고생을 해요. 작품이 시청률 면에서 실패하더라도 작업에 대한 의미도 없다고 한다면 그건 화가 나는 일인 것 같습니다."
'힐러'의 시청률이 바닥을 쳤던 것도 아니다. 입소문을 타고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찍기도 했던 드라마다. 그럼에도 지창욱이 작품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고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중요시하는 건 그가 거쳐온 과정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벼락스타'가 꿈이라고 이야기했죠. 어느 날 한 순간 미니시리즈 주인공으로 발탁돼 자고 일어나면 인기가 생기는 줄 알았거든요."
'힐러'는 그가 출연한 첫 번째 미니시리즈였다. 벼락스타를 꿈꾸던 지창욱은 아침드라마,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 등을 오래 거쳤다. '핫(HOT)'한 배우들에게만 허락되는 미니시리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길은 멀었다.
"살면서 어떤 터닝포인트가 있지는 않았어요. 천천히 바뀌어 온 거죠. 저는 그런 게 좋은 거 같아요. 주말 드라마로 시작해서 일일, 사극, 주말특별기획, '기황후'에 이어 20부작 미니시리즈는 처음 해봤어요. 돌아보니 그게 제 길이었습니다.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길이요."
지금의 지창욱은 "대본을 보면 설레는 게 너무 좋다. 대본을 봤는데 흥분되지 않는다면 가슴 아플 것 같다"는 연기자다. "밀도 있게 연기하려고 해요. 현장에서 생생하게 반응하기 위해 집중하려고 하고요. 항상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한류스타로 떠오르면서도 "그냥 다음 작품에서도 신나게 연기하고 싶다. 혹평 들을 수도 있겠지만 재밌게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지창욱은 '좋은 배우'에 대해, 데뷔 후 인터뷰 때마다 줄곧 해온 말을 다시 했다.
"아직 '좋은 배우'가 뭔지 모르겠어요. 명확하게 설명은 못 할 거 같지만,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지키면서 연기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