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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근대화의 주역, 그 이름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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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의 주역, 그 이름은 “여성”


사진으로 보는 여성노동 100년사




하루14시간,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고된 노동을 견뎌내던 70년대의 어린 여공이 사진 한 장에 담겨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과 을지로입구역
만남의 광장에서 마주쳤다.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며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전국여성노동조합이 지난 3월 4일부터 8일까지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만남의 광장에서 개최한`여성 노동자 100년사 사진전”.

근대화 초기 가내수공업, 암울했던 일제하 강제노동시기, 70-8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를 지난 뒤 IMF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성노동자의
삶과 투쟁을 시대별로 알기 쉽게 묶어 30여 점의 사진이 소개됐다.

특히 일제강점기의 노동현장을 보여주는”“제사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 70년대 열악한 노동조건을 고발한“청계천 피복공장 어린
여공”과 여성노동운동 현장을 담은“쉬고 있는 신민당사 YH여공들”, 2000년대 노동자들의 당면과제인 비정규직의 문제를 표현한 “캐디의
외침”등은 질경이의 끈질긴 생명력처럼 강인한 여성노동자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가내수공업부터 청계천 피복공장까지

사진은 20세기 초 “가내수공업”을 도맡다시피 한 여성들의 노동 현실부터 보여준다. 쪽진 머리를 틀어 올린 채 베틀을 짜고 있는 여성의
모습은 20세기 들어서도 입을거리와 먹을거리 생산의 대부분을 여성이 담당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선시대 말기를 거쳐 일제시대 초가 되자 대규모 방적공장들이 들어서게 되고, 공장노동자의 형태가 생겨났다. 당시 방적업계는 여성분포가 높게
나타났다. 전남대 강사인 이옥지씨는 “한국여성노동자운동사Ⅰ”에서 “당시 방적공업 인력의 80∼90%가 여성이었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당시 이들은 하루 12시간 장시간
노동으로 영양부족과 피로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사정이 열악했다. “제사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이라고 제목 붙인 사진을 통해
당시의 형편이 잘 표현되고 있다.

제사공장에서 일하던 많은 어린 여공들은 40년대 들어 정신대로 끌려가게 되고, 이들은 또 군수품 생산공장에 끌려가 강제노동을 강요받거나
심지어 종군위안부로 생을 마감하는 등 역사적 비극의 희생자가 되었다. 이러한 아픈 역사를 “강제노동”이라고 제목 붙여진 사진 한 장이 증명하고
있다.

미군정 시대를 지나 여성들의 노동은 70년대에 접어들자 군사정권이 내건 “경제개발 5개년 개발계획”에 발맞춰 그 강도가 더욱 심해졌다.
이 계획이 시작된 당시 군사정권은 수출지상주의, 선성장 후분배 정책이란 명분아래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 여성들은 하루에 14시간씩 노동을
해야했다.

이를 운명처럼 받아들인 노동자들은 적극적인 거부를 하지 못했다. 사진 속 “청계천 피복공장 어린 여공”의 앳된 얼굴은 근대화의 실질적 주역이면서도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먼지 속에서 일하던 그들의 현실을 실감케 한다. 당시 12∼13살 어린 여공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청계천에서 미싱일을
하던 청년 “전태일”의 분신을 초래했고, 민주노조운동을 태동시켰다. 이 사건은 70년대부터 노동운동이 표면화되는데 불씨를 제공했다.


여성노동 수면 위로 “성큼”

사진 “분임토의”는 70년대 후반 변화된 여공들의 노동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전태일의 분신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한 민주노조운동이 당시 경공업
수출산업의 주역이던 여성노동자들의 의식을 변화시켜, 활발한 노동운동을 펼치게 했음을 확인시켜 준다.

또 78년 동일방직노동조합이 겪어야 했던 “똥물 사건”을 사진으로 고발한 “똥을 먹고 살 수는 없습니다”는 대부분의 남성들이 노동조합 간부직을
차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온 70년대 여성들의 노동운동이 얼마나 활발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이밖에도 79년 8월12일 신민당사에서 농성하다 경찰에 강제로 끌려나가는 `YH 여공 180명의 모습, 80년대 여성 노동자들의 `동일노동
동일임금투쟁, `결혼퇴직제 폐지 요구 시위, 89년 여성 노동자들을 위해 설치된 초기의 탁아소 모습, 구제금융사태 이후 `해고 일순위,`실업
일순위가 된 여성들의 시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평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경기보조원들의 모습 등이 사진을 통해 재현됐다.

IMF 경제위기 이후 유행한 신조어 중에는 특히 여성노동자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여성해고 일순위” “여성실업 일순위”. IMF는 전국민에게
불어닥친 실업의 위기로 다가왔다. “캐디는 꽃이 아니라 노동자다!”라고 외치는 사진 한 장면은 노동자이되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인권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게 한다. 이들은 실질적인 사업주의 감독속에서 일하고 있으나 산재보험이나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어 여성노동자들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실감하게 한다.


여성노동자의 흔적 생생하게

사진전을 준비해온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이정미 간사는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한 축을 짊어져 온 여성노동자들의 힘겨운 노동현실이 대부분
남성노동자들에 가려져 제 평가를 받지 못해왔다”고 설명했다. 3·8 여성의 날을 맞아 펼친 이번 전시회도 “한국경제의 밑바탕을 쌓아온 여성노동자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자신들이 희망하는 세상을 위해 어떻게 노력해왔는지를 많은 이들과 함께 느끼기 위해 마련하게 됐다”고 이씨는 덧붙였다.

실제로 분단 이후 여성노동자운동은 정치적 탄압과 억악을 계속 받아왔다. 그 가운데서도 일제시대 이후 끊임없이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등이 마련한 이번 전시회는 이런 부분을 착안, 한국 경제의 근간을 일구어낸 여성노동자의 자취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동시에
반세기가 넘는 기간동안 항상 성장의 그늘에서 소외되고, 성차별과 저임금뿐만 아니라 빼앗기고 억눌리고 통제당하는 여성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생생하게 전했다.

민주노조운동이 꽃을 피우게 만든 아들 “전태일”의 영정을 끌어안고 오열을 터트리는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모습. 사진 한 컷 속에 담긴 그의
한맺힌 절규가 현재를 살아가는 행인들의 발길을 쉽게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정수영 기자 cutejsy@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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