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조타 지휘자(당직사관)였던 3등 항해사 박모(25·여)씨가 검찰의 질문에 대부분 “잘 모르겠다”고 답변해 유가족들의 분노를 샀다. 박씨는 사고 이후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해경에게 진술을 강요받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기도 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임정엽)는 7일 법정동 201호 법정에서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세월호 선장 이준석(69)씨 등 승무원 15명에 대한 제22회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박씨는 이날 오전 진행된 자신에 대한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검찰의 질문에 대부분 “잘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일부 피고인의 주장대로 선원들이 조타실에서 승객들을 위해 구명벌을 터트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구조되는 과정에서 직접 구명벌을 터트리거나 이를 터트리려고 시도하는 해경을 도운 다음 해경 123정에 승선해야하는 것 아닌가'라는 검찰의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구조될 당시 바다로 뛰어내려 떠 있는 승객들을 본 적 있냐', '선원들은 해경 123정에 타지 않고 바다에 빠진 승객들을 먼저 구하라고 해경에 말했어야 하는거 아닌가'라는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 “보지 못해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바다에 빠진 승객들을 보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당시 승객들이 어디 있다고 생각했나'는 검찰의 질문에는 “당시에는 그런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박씨의 '모르쇠' 답변이 이어지자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유가족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유가족들은“(애들이)다 죽었다. 모르겠다고 하면 되느냐”", “진실을 말하라”, “살고 싶다면 사실을 말하라”고 소리쳤다.
재판부와 법원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법정을 나가던 한 유가족은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며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박씨는 이날 법정에서 사고 직후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해경에게 진술을 강요받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기도 했다. 사고 이후 경찰 조사 7번, 검찰 조사 12번을 받는 과정에서 진술을 거부한 경위를 설명해달라는 변호인의 물음에 박씨는 눈물을 흘리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는 “조사를 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경찰(해경) 2명이 들어와 큰 소리를 지르면서 '배를 왜 변침했냐'고 물었다”며 “제주도 가는 길이며 변침점이기 때문에 변침했다고 설명했지만 '거짓말 마라'면서 제말을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설명해도 안 믿어주자 '경찰 말이 맞다'고 거짓말을 해야 조사가 끝나고 이 방에서 나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거짓말을 할 수 없어 변호사가 오면 말 하겠다고 (진술을 거부)했다”고 진술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를 돕기 위해 국립대학교에 지원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울음을 터트리고 답변을 하지 못해 잠시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잠시 퇴정해 감정을 진정시킨 박씨는 “지금까지도 세월호 사고 원인을 잘 모르겠다”, “승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못하고 울고만 있던 자신을 자책하고 반성하고 있다”며 변호인의 질문에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