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한류그룹 '투피엠(2PM)'은 짐승들로 통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근육질 몸매로 '하트비트 '어게인 & 어게인' 등을 부르며 쉴 새 없이 퍼포먼스를 벌이던 그들의 모습에는 육즙이 흘러넘쳤다.
데뷔 7년 차를 맞은 올해 달라졌다. 어깨에 힘을 빼고 다소 풀어진 모습이다. 국내에서 1년 4개월 만인 15일 발매한 정규 4집 '미친 거 아니야'에서 멋있는 척하기보다 말 그대로 '미친 듯이' 뛰어논다.
앞서 지난 10일 미리 선보인 타이틀곡 '미친 거 아니야' 뮤직비디오 속에서도 '오토바이 춤'을 추며 세트를 부수는 등 파티를 거리낌 없이 즐기는 모습이 담겼다. 멤버들의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는 덤이다.
최근 청담동에서 만난 2PM 멤버 준케이는 "멤버들이 자신을 놓았다"고 웃었다. "그간 짐승돌로 주목받으면서 무대 위에서 신 나게 보여드린 퍼포먼스는 '핸즈 업' 말고는 없었어요. 이번에는 저희가 자유롭게 노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콘서트에서 같이 신 나게 즐길 수 있는 곡이요."
노랫말도 대중이 최대한 공감할 수 있도록 썼다. 그런데 '미치려고 작정한 놈들이야' '이 자식' 등의 노랫말이 문제가 돼 KBS가 방송 불가 판정을 내렸다. 2PM은 결국 노랫말 중 '놈' '자식'을 없앴고 재심의에 통과됐다. 준케이는 "구어체가 대중들의 귀에 쉽게 다가갈 것 같았어요. '놈' '이 자식'은 주변에서 많이 쓰는 말이잖아요"라고 아쉬워했다.
타이틀곡은 준케이의 자작곡이다. 2008년 데뷔 이후 이들은 줄곧 JYP엔터테인먼트의 대표 프로듀서인 박진영이 만든 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준케이는 "진영이 형이 만든 곡과 맞붙었는데 소속사 식구들이 선호도로 제 곡이 타이틀곡이 됐죠"라면서 "이후 어머니와 통화하다 이 소식을 전하면서 울기도 했어요. 제게는 영광스런 일"이라면서 쑥스러워했다. "진영이 형을 통해서 다 배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역시 타이틀곡 선정을 위해 곡을 냈다 탈락한 옥택연은 "진영이 형의 가이드를 벗어나 민준(준케이)이 색깔을 인정받았다"면서 "창법 역시 기본은 JYP 스타일이지만, 이번에 다른 거 많이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진영이 형의 손에서 벗어나 멤버들의 색깔과 개성을 느낄 수 있는 튀는 앨범"이라고 부연했다.
앨범에는 '미친 거 아니야'를 비롯해 준케이가 작사·작곡한 '이별여행', 멤버 찬성이 작사·작곡한 '보이프렌드', 북유럽의 프로듀싱 그룹 '피츠시프터스(Pitchshifters)' 등 11곡이 실렸다. 박진영과 준케이가 앨범 전체 공동 프로듀싱을 했다. 심은지, 하정호, 노는 어린이, 영광의 얼굴들, 레이백사운드(Laybacksound) 등이 힘을 실었다.
찬성은 "이번 앨범을 통해 기본적으로 '예전과 똑같네'라는 말은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많은 시도와 바뀐 모습들이 그대로 실린 앨범이에요. '많이 성장했구나' '2PM이 이런 것들도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2PM은 이제 자기들끼리 해도 되겠다'는 소리를 들으면 더 바랄 게 없죠"라고 웃었다.
가끔 정치적인 발언도 서슴없는 옥택연과 찬성의 예를 보듯 JYP 내 분위기는 아이돌 위주의 가요기획사의 엄격함보다 자유로움에 가까워 보인다. 옥택연은 "강경파 회사가 아니다"면서 "자발적으로 생각을 하게 하고 맡기는 스타일이죠. 그러다 보니 자신의 의지가 생기고 자아가 성립하는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작년 더블 타이틀곡 '하.니.뿐'과 '이 노래를 듣고 돌아와'를 내세운 정규 3집 '그로운'은 2PM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 준케이는 "아쉽기는 했지만, 그 앨범이 없었으면 이번 앨범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많이 배웠다"고 웃었다. 찬성 역시 "이러면서 배우는 것"이라고 동의했다. "데뷔 초 때 같았으면 이렇게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 이제는 생각하는 틀이 바뀌었기 때문에 가능한 생각 같아요."
일본을 주축으로 한 잦은 외국 활동과 멤버들의 개별 활동이 국내 팬들의 관심이 소원해지는 계기도 됐다. 옥택연은 "한국에서 계속 입지를 다지고 싶은 모두의 생각이지만 회사의 계획과 개인 일정이 있어서 수월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한 달 정도의 이번 앨범 활동 기간에 위세를 다시 다지고 싶어요. 한국 팬들을 욕구를 풀어줬으면 합니다"라고 눈을 빛냈다.
우영은 그래도 2PM이 어디서든 항상 소통하기 위해서 고민을 했다고 알렸다. "저희는 팬이 있어야 존재하잖아요. 그래서 숙명적으로 피에로나 광대일 수밖에 없죠. 예능에 나가서 거리낌 없이 어울리면서도 가수로서 역은 충실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음악을 만들 때 한 마디, 한 문장이라도 채우기 위해서 쓰지 말라'는 박진영의 말을 전했다. "멜로디와 가사에 진심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거죠. 저희도 그런 마음으로 앨범을 만들었어요. 소통 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이 힘든 세상을 사는 팬들에게 즐거운 노력이 됐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