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이제 국가대표 하고 싶어도 안 시켜줄 걸요."
여자농구대표팀의 맏언니 이미선(35·삼성생명)은 이번이 마지막 태극마크다. 1999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으니 국가대표만 벌써 16년차이다.
2000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농구가 세계 4강에 오를 때, 선배들과 함께 기쁨을 만끽했던 이미선은 2004아테네올림픽·2008베이징올림픽을 비롯해 세계선수권대회·아시아선수권대회를 모두 경험한 베테랑이다.
여자 프로농구에서도 전주원(42·現대표팀 코치)의 대를 잇는 간판 포인트가드로 활약 중이다. 2013~2014시즌에는 어시스트상·스틸상을 휩쓸며 당당히 베스트5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아직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없다.
한국 여자농구는 1994히로시마아시안게임 이후 20년 동안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2002부산대회와 2010광저우대회에서 결승에 올랐지만 두 번 모두 중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나이 서른여섯으로 어느덧 은퇴를 바라볼 나이가 된 이미선이 혼신을 다해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이유다.
이미선은 14일 "내년이면 현역에서 은퇴할지도 모르는 마당에 이번이 마지막 국가대표"라며 "국가대표를 하면서 금메달을 따본 적이 없다. 이번에는 꼭 따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했다.
광저우대회에서 아깝게 금메달을 놓친 이미선은 이를 갈고 있다. 당시 중국과의 결승에서 64-66으로 뒤진 종료 9초를 남기고 이미선이 볜란(중국)의 공을 가로채는 과정에서 심판이 반칙을 선언해 역전 기회를 놓쳤다. 중국의 홈 텃세였다.
이미선은 "지금 생각해도 많이 아쉽다"면서도 "만약 동점이 돼서 연장을 갔더라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경쟁 상대는 전통의 강호 중국과 최근 몇 년 사이에 전력이 급상승한 일본이다. 다행인 점은 중국과 일본 모두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으로 1진은 인천에 오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선은 "중국과 일본이 1.5진의 선수들을 보낸다고 하지만 선수층이 워낙 두꺼워서 실력에 큰 차이가 날 것 같지는 않다. 긴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미선은 양쪽 무릎 십자인대가 번갈아 끊어져 선수생명에 위기를 맞았던 적이 있다. 양쪽 무릎이 항상 붕대로 감겨있다. 허리와 발목도 성치 않다.
그는 "감독님께서 몸이 안 좋다고 하니 많이 배려해 주시고 있다. 거기에 보답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처음 대표팀에 발탁됐을 때 말할 수 없이 진짜 기뻤다"는 이미선은 "몸이 아프고 힘들 때에는 솔직히 대표팀에 들어오고 싶지 않았던 적도 많다. 그런데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다"며 "국가대표 생활은 나에게 큰 영광이다. 언젠가 태어날 아이한테도 '엄마는 국가대표였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여자농구는 28일부터 일정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