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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와 음악의 조화…'비긴 어게인' 관객 사로잡은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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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존 카니(42) 감독의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이 150만 관객을 넘어섰다. '타짜-신의 손' '루시' '두근두근 내 인생' 등 관객 흡입력이 강한 영화들 사이에서 거둔 성적이다. 특히 주류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러한 성과를 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카니 감독의 전작으로 7년 전 음악영화 열풍을 일으켰던 '원스'를 본 관객이 고작 23만명에 불과했다는 것은 '비긴 어게인'이 최근 이 영화를 설명할 때 흔히 쓰이는 '아트버스터'라는 단어에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보여준다.

'비긴 어게인'이 놀라운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이런 결과가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것은 아니다. 이미 관객을 끌어들일 만한 요소를 충분히 갖췄다. '원스'와의 비교로 알 수 있다. '원스'는 배우 경력이 전혀 없는 아일랜드의 뮤지션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르글로바를 주연 배우로 선택했지만, '비긴 어게인'은 할리우드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키이라 나이틀리와 마크 러팔로, 세계 최고의 록스타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마룬5'의 보컬 애덤 리바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 '원스'의 배경이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아일랜드의 더블린이었다면 '비긴 어게인'은 우리에게 친숙한 미국 뉴욕이다. 우울한 정조가 감돌던 '원스'의 음악보다는 한층 밝아지고 따뜻해진 '비긴 어게인'의 음악이 관객에게 더 쉽게 다가가는 측면도 있다. '비긴 어게인'의 스토리가 '원스'보다 더 영화적으로 변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이렇게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결국 '비긴 어게인'의 마법 같은 순간은 영상과 음악이 하나 될 때다. 심심하기만 할 장면이 음악과 결합하면서 색다른 맛을 내고, 음악의 감동은 영상과 합쳐지면서 증폭된다.

그래서 꼽아 봤다. 관객을 매혹한 '비긴 어게인'의 네 장면이다.

◇상상 속의 편곡…그레타의 재능을 알아본 댄

회사에서 해고당한 음악 프로듀서 '댄'(마크 러팔로)은 술에 취해 거리를 헤매다가 어느 바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자신을 잡아끄는 노래 한 곡을 듣게 된다.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가 부르는 '어 스텝 캔트 테이크 백(A Step Can't Take Back)'이다. 댄은 음악프로듀서답게 그레타의 노래를 머릿속으로 편곡해나가면서 그의 재능을 알아본다.

'비긴 어게인'이 음악영화임을 선언하는 장면이다. '비긴 어게인'은 그레타와 댄이 만나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뮤지션과 음악프로듀서인 두 사람이 만났기 때문에 이 영화는 음악영화가 된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이 시퀀스가 악기가 쌓이고 음이 겹쳐지면서 하나의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명쾌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댄의 상상으로 그레타 주변의 악기들인 피아노, 드럼, 기타, 베이스, 첼로, 바이올린이 저절로 움직이며 완성한 하나의 노래를 만드는 모습은 음악영화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촌스럽기는 하지만 정확한 장면이다.

여기에 그레타의 맑지만, 쓸쓸한 목소리와 이방인의 외로움이 묻어나는 가사가 합쳐지면서 관객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

◇추억이 담긴 음악…그레타와 데이브의 잃어버린 별

영화음악에 참여한 '데이브'(애덤 리바인)는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며 록스타 반열에 오른다. 그가 스타가 되면서 데이브는 다른 여자를 만나고 그레타는 뉴욕에 홀로 남겨진다. 하지만 그레타는 데이브를 쉽게 잊을 수 없다. 두 사람 모두 무명 뮤지션이었던 영국에서의 시간을 떠올리며 '로스트 스타(Lost Stars)'를 작곡하던 그 겨울을 회상한다.

이 장면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들의 애틋한 과거 때문만은 아니다. '로스트 스타'의 선율과 가사 그들의 과거, 두 사람의 현재가 교차해 어쩔 수 없는 슬픔을 자아낸다.

'로스트 스타'는 꿈을 좇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그레타와 데이브는 같은 꿈을 꿨다.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이들은 아마도 그들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좋은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이 되기를 바랐을 것으로 짐작된다. 데이브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바랐다면 그레타는 좋은 음악을 하는 음악인이 되고자 했다. 데이브는 그레타에게 카메라를 보고 노래하는 걸 연습하라고 말하고 그레타는 이런 건 나와 맞지 않는다고 대답하는 장면이 보기다.

데이브는 성공했다. 하지만 성공한 뮤지션의 여자친구가 된 그레타는 그 자리마저도 다른 여자에게 뺏긴다. 그때 그레타가 이 노래를 떠올리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미래를 알지 못했던 그레타가 '로스트 스타'를 나직하게 부를 때 관객은 변해버린 현재를 겹치며 슬퍼할 수밖에 없다.

◇현실의 아픔을 잊게 하는 음악…그레타와 댄의 나눠 듣기

음악은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지만 아픔을 잊게도 하는 힘이 있다. 이는 영화와 음악이 잘 어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레타는 연인을 잃은 슬픔과 잘 풀리지 않는 자신의 음악 인생에 지쳐있다. 댄은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해고됐고 이혼했다. 딸은 자기 뜻대로 자라주지 않는다. 두 사람은 닥쳐온 현실이 버겁다.

그때 댄은 과거 자신과 아내를 이어주던 이어폰 케이블을 발견한다. 이 케이블은 두 개의 이어폰을 한꺼번에 연결할 수 있게 만들어져 두 사람이 음악을 함께 들을 수 있다. 두 사람은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그리고 그레타가 즐겨듣는 음악을 들으며 뉴욕 거리를 누빈다.

이때 두 사람이 듣는 노래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럭 비 어 레이디(Luck Be A Lady)'와 스티비 원더의 '포 원스 인 마이 라이프(For Once In My Life), 둘리 윌슨의 '애즈 타임 고스 바이(As Time Goes By)' 등이다. 그레타와 댄의 처지를 말해주는 것 같은 이 노래들은 '비긴 어게인'을 만나 다시 살아난다. '비긴 어게인'도 이 노래들을 만나 힘을 얻었다.

잠시나마 삶의 아픔을 잊게 하는 노래를 통해 그레타와 댄은 웃을 수 있었다. 관객은 이 장면을 보고 '저 노래는 뭘까'를 생각하고 그 노래 찾아 듣고, 다시 영화를 떠올린다.

◇음악을 버리게 하는 음악…비긴 어게인

다시 만난 그레타와 데이브. 데이브는 그레타에게 다시 시작하고 싶다며 자신의 공연에 꼭 와달라고 부탁한다. 공연장을 찾은 그레타, 데이브는 '로스트 스타'를 부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그레타를 발견한 데이브는 무대 위로 올라와 기타를 쳐달라고 부탁하지만, 그레타는 사라진다. 그리고 데이브는 이 노래의 클라이맥스를 부른다.

만약 그레타가 무대 위로 올라가고 그들이 다시 연인이 됐다면…, 아마도 이 영화는 관객의 지지를 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비긴 어게인'이라는 제목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는 결국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레타는 데이브와 댄을 떠나 자신만의 길을 가고 댄은 가족과 새 삶을 시작한다. 데이브는 이별의 아픔을 딛고 팬이 원하는 음악만 하는 록스타가 아닌 뮤지션의 길을 간다. 그게 '다시 시작한다'는 것의 의미다.

그레타가 공연장을 떠났다는 것은 자신을 괴롭혔던 한 시절과의 이별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그는 데이브와 함께 '로스트 스타'를 부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레타는 다시는 이 노래를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레타가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달리면서 웃는 것은 그런 이유일지 모른다. 멋진 이별이자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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