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기철 기자]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선수촌장에 선임된 현정화(45) 한국마사회 탁구단 총감독이 북한의 리분희(46) 조선장애인체육협회 서기장과의 재회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정화 신임 선수촌장은 12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 미추홀타워 19층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선수촌장 위촉 기자회견에 참석해 "선수촌장직을 수락할 때 리분희와의 만남을 기대하는 부분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조직위원회(위원장 김성일)는 대회 개막 한 달여를 앞두고 현정화 총감독을 선수촌장으로 위촉했다.
현정화 선수촌장은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구월아시아드선수촌을 이끈다. 대회 기간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단의 숙식을 총괄하고, 선수촌을 방문하는 주요 인사의 영접 또한 선수촌장의 몫이다.
현 선수촌장은 "선수촌장직에 대한 제의를 받은 지 며칠만에 이뤄진 터여서 경황이 없다"면서 "부족한 이를 선택해 준 것에 대해 매우 감사드린다. 한편으로는 '잘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도 있다. 선수촌장으로서 선수분들께 꿈과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 선수촌장은 고교 1학년 시절인 1985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1987년 뉴델리세계탁구선수권 복식 우승, 1989년 도르트문트세계선수권 혼합복식 우승, 1991년 지바세계선수권 단체전 우승, 1993년 예테보리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하는 등 한국 여자 탁구의 전설적인 존재다.
이번 대회에는 1991년 지바세계선수권 우승 당시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단체전에서 우승을 함께 일군 리분희 조선장애인체육협회 서기장도 북한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단을 이끌고 인천을 찾는다.
현 선수촌장은 리 서기장과의 재회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또 "리분희와의 만남은 언젠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지 실제로 이뤄질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리분희를 처음 만나면 서로 끌어안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아울러 남북 체육교류에 대한 확고한 신념도 덧붙였다.
그는 "(지바세계선수권 관련)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통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 "당시 남북단일팀을 구성했을 때 지속해서 유지될 줄 알았다. 하지만 하나의 이벤트로 끝났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남북단일팀은 어떤 종목이든지 계속해서 만들어 체육 교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 교류를 하다 보면 북측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통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선수촌장은 엘리트 스포츠 선수로 장애인 체육과의 접점이 없다. 급하게 촌장직을 수락한 만큼 장애인 체육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똑같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보다는 마음을 서로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 장애인아시안게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서 대회 운영에도 힘이 되게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선수촌에 대해 그는 "선수촌이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 선수단 모두가 좋은 기억을 갖고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경기 결과도 중요할 수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선수 생활을 오래 해 봤지만 우승했을 때의 기쁨은 잠시다. 하지만 추억은 계속 가지고 가게 된다. 그런 부분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현 선수촌장은 지난 2005년부터 3년간 태릉선수촌장을 지냈던 이에리사(60) 새누리당 의원에 이어 여성 스포츠인 출신으로 두 번째 선수촌장을 맡게 됐다. 이 의원은 앞서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의 선수촌장을 맡고 있다.
가장 기억나는 선수촌장으로 이 의원을 꼽은 그는 탁구인 출신이 많은 것에 대해 "다른 종목에 계신 좋은 분들도 많다. 선배들도 많은데 갑자기 하게 돼서 다른 분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부족할 수 있는데 공부하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다른 분들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