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정호 기자]과도한 음주와 위수지역 이탈 등 군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2일 전역 조치된 신현돈 전 1군사령관(대장·육사 35기) 사건을,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다음 날 군이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두 달 전에 알았으면서도 그동안 쉬쉬하며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국방부는 2일 신 전 사령관이 6월19일 모교에서 안보강연 후 모교 교사들과 무리한 음주를 하고 휴게소에서 민간인과 문제를 일으켜 군의 품위를 손상해 전역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을 인사계통을 통해 최근에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3일 확인 결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사건 9일 만에 보고된 것으로 드러났다. 권오성 전 육군참모총장은 사건 다음날 이 사실을 인지하고 신 전 사령관을 질책하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국방부가 신 전 사령관 문제를 그동안 쉬쉬하다가 국회의원에게 제보가 들어가고 언론까지 취재를 들어가자 갑작스레 문제를 삼아 사실상 해임 조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두 달여 동안 사건을 묻어둔 배경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다.
한민구 신임 장관과 김관진 실장 사이에 '파워게임'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신 전 사령관은 한민구 장관의 청주고등학교 5년 후배이자 육사 4년 후배다. 한 장관이 무리수를 두면서 후배를 끌어안기보다 10월 정기 장성 인사를 염두에 두고 미리 가지치기를 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장관과 김 실장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 제보를 토대로 국방부의 사후 조치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사건이 퍼지자 서둘러 덮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국방부가 김광진 의원에게 제출한 보고서에는 신 전 사령관이 음주를 했다는 내용이 빠진 것으로 드러나 은폐 의혹도 가라않지 않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6월19일 신현돈 전 1군사령관의 음주물의 사건이 발생했고, 다음날 권오성 전 육군참모총장이 신 전 사령관에게 질책하고 엄중권고를 했다”며 “김관진 당시 국방부장관에게는 9일 후인 28일 보고가 됐다”고 시인했다.
사건 다음 날 이를 안 권 전 총장이 김관진 전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권 총장이 육군수준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해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민구 신임 국방부 장관도 내정자 시절은 물론 취임 이후 두 차례나 이번 사건을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나 군 수뇌부의 안이한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이 관계자는 “권 전 총장과 김관진 당시 장관이 1군사령관 문제를 놓고 논의를 했다”며 “한민구 신임 장관은 취임한 뒤 7월 중순과 8월 중순에 두 차례에 걸쳐 1군사령관에게 '조심하라'는 구두 경고를 했다. 공식 징계는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번 일이 드러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신 전 사령관이 (음주 물의가) 그렇게 일이 넘어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는데 일부 언론이 이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있고 군이 최근 시끄러운 상황이기에 전역을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사령관이 이 일로 2일 스스로 전역지원서를 냈고 한민구 장관은 음주와 위수지역 이탈을 문제 삼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위수지역 이탈에 대해서 신 전 사령관이 보고를 하지 않은 이유는 계획된 일정이었기 때문에 보고하는 것을 잊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2일 신 전 사령관이 지난 6월19일께 고향을 방문해 지인들과 술을 마신 사실을 최근 인사계통을 통해 인지했다며 “저녁식사 후 올라오다가 휴게소에 들렀는데 군복 복장이 흐트러진 상태에서 화장실을 간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다. 수행 요원들이 다른 민간인들을 화장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제지하기도 했다. 이는 과잉보호다”고 밝혔다.
신 사령관이 모교에서 안보강연을 하고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때는 전 군에 특별 경계태세가 내려진 시기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을 순방 중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