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8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함에 따라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앞으로 교육정책과 교육현안을 어떻게 끌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 장관은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교육정책과 주요 현안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보수적인 성향을 드러내면서도 자사고 존폐 및 전교조 전임자 징계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충분한 여론 수렴과 협의 과정을 거치겠다며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또 국회 교육위원을 10년 이상 역임하고, 교육위원장까지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정책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막힘없이 답변해 그간 제기된 교육 전문성 부족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만큼 새누리당 대표까지 지낸 5선 중진으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교육문제가 이념과 이해관계 등으로 첨예하게 얽혀 있는 '복잡계' 성격을 지녔고, 교육계도 진영 논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교육정책에 지나치게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할 경우 전교조, 진보교육감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할?…“기대 반, 우려 반”
황우여 교육부 장관으로서 안보, 경제 부처를 제외한 정부부처를 총괄하는 부총리 역할을 맡는다. 이에 대해 교육계는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대하는 측에서는 황 장관은 새누리당 대표, 박 대통령의 대선캠프 선거대책위원장 등을 역임한 여당의 5선 중진 의원으로서의 경험과 그의 위상에 비춰볼 때 정부부처 간의 칸막이를 없애 각 부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정 기능을 잘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우려하는 측에서는 법적으로 타 부처에 대한 예산, 인사권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무늬만 부총리일 뿐 역할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27일, 사회부총리 신설 방침을 밝히자 양대 교원단체인 교총과 전교조 모두 이런 점을 우려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교총과 전교조 등 교육계는 교육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직한 역대 정부의 경험에 비춰볼 때 교육부 장관이 교육정책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또 일부에서는 장관과 차관 모두 외부 출신이기 때문에 조직 장악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한다.
이에 대해 한 교육계 인사는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나승일 교육부 차관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교육부에 차관보를 신설해 부총리제의 신설 취지를 살리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주요 교육정책 과제는?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앞에는 교육정책 과제가 산적해 있다. 황 장관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학생안전 대책, 대학구조개혁, 교육복지 확대에 따른 교육재정 확충, 한국사 국정교과서 전환 여부, 자사고 존폐, 교육감 직선제 등 교육자치 개선, 전교조 전임자 징계 문제 등 주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6월4일 시행된 교육감 선거에서 17개 시·도 중 진보교육감이 13명이 당선돼 진보교육감들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교육정책과 현안 과제를 풀어가기 어렵다. 특히 한국사 국정 전환, 자사고 존폐, 전교조 전임자 문제 등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대립한 교육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황 장관은 자사고 문제에 대해 신중하지만,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자사고에 대해 “건학이념과 설립 목적에 맞게 충실히 운영하고 있는 자사고를 일방적으로 지정 취소하는 것에 대해 신중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과 관련,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는 자사고 지정취소 시 교육부 장관과 협의해 교육감이 취소하도록 되어 있다”며 “협의라는 개념이 단순 협의냐, 실질적 협의냐에 따라 의견이 달라져 왔는데 교육부에서는 합의에 준하는 실질적 협의라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황 장관의 이러한 언급은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이 최종 교육부 장관에게 있기 때문에 진보교육감들이 자사고 폐지를 추진하면 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될 경우 교육부와 진보교육감 간의 갈등이 불가피해 황 후보자가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사다.
특히 지난해부터 갈등이 빚어졌던 역사교육 논란과 관련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 여부에 대해 황 후보자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심이다. 황 후보자는 7일 청문회에서 역사교과서의 국정 전환 여부에 대해 “중요한 부분은 국가가 책임지고 한 가지로 가르쳐야 국론분열의 씨앗을 뿌리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해 국정 전환 필요성을 시사했다.
황 장관은 “국정교과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공론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장관이 돼도 그런 소신 아래 잘 매듭 짓겠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상 역사교과서의 국정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박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역사교육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흐름 속에 국정 전환 문제가 놓여 있는 만큼 황 후보자는 국정 전환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상당한 갈등이 예상되는 만큼 황 후보자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현장성 있고 실효성 있는 학생안전 대책 마련, 전교조 전임자 징계 처리, 교원명예퇴직수당 및 교육복지와 관련한 반값 등록금, 고교 무상교육, 초등 돌봄교실 등 관련 예산확보를 비롯해 당장 해결할 현안 과제가 산적해 황우여 ‘교육호’가 순항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교육수장 취임“시·도교육감과 열린 자세로 소통할 것”
황 장관은 이날 오후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지방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시·도 교육감들과 항상 열린 자세로 소통하겠다”며 “구체적인 교육정책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 교육과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마음은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진보 성향의 시·도 교육감들과도) 반드시 같이 협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황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진보 교육감과 교육정책을 놓고 갈등이 빚어질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소통'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값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는“대학생들이 더 이상 높은 등록금에 좌절하지 않도록 소득연계형 반값 등록금을 목표대로 완성하고 등록금과 교육 경비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우리 대학생들은 아직도 높은 교육 경비 마련과 취업준비로 인해 학문 탐구에 매진하고 낭만을 즐겨야 할 대학시절을 훼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보통합에 대해서는“유아단계에서는 학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보육·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고른 교육기회를 부여하겠다”며 “유·보통합을 통해 영아기때부터 일관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우리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인 학벌주의에 대해서는 “학벌주의의 폐단을 해소하고 개인이 가진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구현되도록 선취업 후진학과 취업 및 학습여건 조성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세월호 침몰사고를 계기로 학생과 학부모가 안심할 수 있도록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교육활동 전반의 안전 수준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며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흔들리고 있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