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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천재’와 ‘여걸’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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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와 여걸이 맹활약하고 있다. TV에서는 드라마 ‘하얀 거탑’의 천재 의사가 시청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가 하면, 스크린에서는 ‘블랙북’의 여자 스파이가 세기의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천재와 여걸이라는 특별한 캐릭터가 어떤 진화의 과정을 거쳐 대중문화계를 매혹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특별하지만 평범한
영화 ‘데스 노트’의 야가미 라이토와 L을 시작으로 MBC드라마 ‘하얀거탑’의 천재의사 장준혁과 SBS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의 안중근까지 지난해부터 천재 캐릭터들이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등장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TV외화시리즈 ‘프리즌 브레이크’의 ‘마이클 스코필드’는 국내 네티즌들 사이에 ‘석호필’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뜨겁게 사랑 받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향수’의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 역시 천재적인 후각을 가진 향수제조사로 관심을 끌고 있다.
천재 캐릭터의 매력은 그들이 특별한 인간이라는데 있다.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 소수 인간의 영역은 대중들의 호기심을 끌기 충분한 요소다. 하지만 천재 캐릭터는 그만큼 거부감을 일으킬 위험도 크다. 바보 캐릭터가 안도감과 자기만족감을 주는 것과는 반대로 천재 캐릭터는 위화감과 자기 비하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체로 천재는 ‘레인맨’이나 ‘큐브’에서처럼 결함을 지니거나 인간적 아픔을 가진 것으로 묘사돼 왔다. 천재의 삶을 보는 즐거움과 ‘평범한 나보다 못하다’는 대중적 위안감을 동시에 줄 수 있는 길이었던 셈이다.
최근의 천재 캐릭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천재 캐릭터가 조명 받는 이유에 대해 한 영화사 관계자는 “그들의 재능 보다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켜 천재라는 캐릭터를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의 공감대 형성에 성공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거기에 이들은 일명 ‘착한 외모’까지 겸비해 관객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고 있다.
세상에 맞선 여자들
세상과 운명에 맞선 당당하고 용감한 여걸들도 스크린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한 시대를 호령하고 풍미했던 여걸들이 국경과 시간을 초월해 우리 극장가를 강타할 예정이다. ‘이대 나온 여자’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영화 ‘타짜’의 김혜수 캐릭터에 이어 영화 ‘블랙북’이 아름다운 스파이 레이첼이라는 극적 캐릭터를 들고 나왔다. 스파이 캐릭터는 ‘청어람’이 제작중인 영화 ‘낙랑 클럽’에서도 볼 수 있다. 손예진이 맡을 예정인 여자스파이 캐릭터는 그 유명한 ‘김수임 간첩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송혜교 주연으로 일찍부터 화제가 된 영화 ‘황진이’의 조선 최고의 기생 황진이 또한 세기의 여걸 캐릭터다. 그녀는 양반들의 위선과 패악을 참지 못하고 그를 조롱하는 등 권위의식과 허세에 사로잡힌 그들을 쥐락펴락하는 당대 최고의 여걸이었다.
영화 ‘어깨너머 연인’의 현대사회의 당당한 두 명의 올드미스를 주인공으로 한다. 두 올드미스 ‘정완’과 ‘희수’는 현대사회에서 서른 두 살의 노처녀들의 일과 사랑, 섹스,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려나갈 예정이다.
중년의 여장부도 기세등등하다.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의 ‘권순분 여사’는 해장국 명인으로 전국방방곡곡에 이름을 날릴 뿐만 아니라 상황에서도 특유의 기지를 발휘하는 등 친근한 할머니 같아 보이는 특별한 여걸이다.
드라마에서도 강한 여성이 대세다. 고현정이 독하디 독한 강력계 형사로 출연하는 MBC 월하드라마 ‘히트’는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여형사 캐릭터를 시도했다. KBS2 드라마 ‘헬로, 애기씨’ 또한 세상물정 모르고 몸에 밴 당당함을 과시하는 ‘종갓집 애기씨’ 캐릭터가 등장한다. 한가인은 드라마 ‘마녀유희’에서 차갑고 도도한 독설가이자 일중독자 여성 캐릭터로 변신을 시도하며, ‘고맙습니다’에 출연하는 공효진은 독하고 씩씩한 미혼모로 출연해 강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한다.
감성적인면 부각
강인한 여성 캐릭터는 1980년대부터 대유행했다. 여성의 지위가 상승하고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변화하는 여성상이 투영된 결과다. 이전의 강한 여성 캐릭터가 헐리우드식 섹시 여전사이거나 피도 눈물도 없는 악녀였다면 최근 여걸 캐릭터는 강한 이면의 여성성을 놓치지 않는 것이 특색이다. 여전사들의 모성이 강조되는 것과 같은 맥락.
‘블랙북’의 레이첼, ‘황진이’의 황진이 ‘낙랑클럽’의 김수임 등 세기의 여성들을 다룬 영화는 시대가 허락하지 않은 사랑의 아픔이라는 여성적 멜로와 여성 차별적 사회 속에서 그 특출난 여성들의 삶이 얼마나 가시밭길이었는지 인간적인 조명을 포함하고 있다. 애인의 죽음이라는 아픔이 지독한 여형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었다고 묘사하는 드라마 ‘히트’ 또한 섬세한 여성의 감성을 여걸 이미지에 투입한 예다.
드센 여자가 성공하는 시대다. 하지만 일터로 나간 여성들, 어머니로서 생존에 투신한 강한 여성들의 삶이 집안에 갇힌 여성들보다 더 많이 행복해진 것은 아닌 듯싶다. 강한 여성 캐릭터들이 고난을 겪고 아픔을 간직한 것은 거친 바다를 외롭게 항해하는 현대 여성의 고단한 삶을 대변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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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선택은 본인 책임…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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