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 기자] 창과 창이 맞붙는 곳, 16강 진출의 운명이 달려 있는 한국과 알제리 간의 맞대결에서 '오른쪽 측면'이 승부처로 떠올랐다. 홍명보(45)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23일 오전 4시(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의 에스타지우 베이라-히우에서 알제리와 2014브라질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지난 18일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근호(29·상주)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해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열세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과시했다. 승점 1점을 획득하며 러시아와 함께 조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남은 경기를 통해 충분히 16강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
◆알제리와의 2차전이 더욱 중요해졌다.
3차전 상대인 벨기에가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에 크게 앞선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일단 알제리전에서 1승을 챙겨야 한다. 그래야 벨기에전에서 전술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해진다.
승리가 절실한 것은 알제리도 마찬가지다. 벨기에와의 1차전에서 1-2로 역전패한 알제리는 한국을 상대로 반드시 1승을 따내겠다는 각오다.
알제리는 벨기에전에서 극단적인 수비 전략을 사용했다. 4-1-4-1 전형에서 최전방 공격수 힐랄 수다니(27·디나모 자그레브)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수비를 했다. 두 겹으로 포백 방패 라인을 형성했다.
한국전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벨기에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지는 한국을 상대로 알제리가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신들의 원래 장점인 공격 축구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골 사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알제리 언론 역시 "한국과의 경기에서는 알제리가 공격적인 자세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고 있다.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오른쪽 측면이 격전지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은 러시아전에서 오른쪽 측면을 이용한 공격에 가장 힘을 실었다. 이청용(26·볼턴)과 이용(28·울산) '쌍용 콤비'가 버티고 있는 이 위치에서 한국 전체 공격의 54%가 이뤄졌다.
중앙과 왼쪽 측면을 통한 공격 비율은 각각 23%씩으로 오른쪽에 비해 낮았다.
이청용은 러시아전에서 11.317㎞를 뛰었다. 한국영(11.356㎞)과 구자철(11.338㎞)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활동량을 소화했다. 그가 쉼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사이, 오른쪽 풀백 이용은 과감하게 오버래핑을 할 수 있었다. 뛰어난 호흡을 선보였다.
알제리의 주 공격 루트는 왼쪽 측면이다. 한국 공격의 시발점인 오른쪽 측면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벨기에전에서 수비 올인 전략을 펼치면서도 알제리는 왼쪽 측면을 이용해 역습을 시도했다. 전체 공격의 71%를 왼쪽에서 전개했다. 중원을 통한 공격 시도는 전무했고 오른쪽 측면에서 29%의 공격 시도가 있었다.
알제리가 왼쪽 측면 공격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풀백 파우지 굴람(23·나폴리) 덕분이다. 수비수임에도 엄청난 스피드와 정확한 크로스 능력을 지니고 있는 굴람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상대 진영으로 공을 몰고 나갔다.
알제리가 볼점유율에서 약 30%-70%까지 뒤져있는 상황에서 벨기에전 선제골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것도 굴람의 개인기 덕분이었다. 전반 24분 굴람은 벨기에의 왼쪽 측면을 허물며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소피앙 페굴리(25·발렌시아)가 박스 안쪽에서 얀 페르통언(27·토트넘)의 반칙을 이끌어냈다. 페널티킥은 골로 이어졌다.
후반 25분 마루안 펠라이니(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동점골을 내준 뒤 사실상 굴람은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알제리 수비는 스리백 형태로 바뀌었다.
경계대상 1호로 떠오른 굴람의 최대 장점은 스피드다. 그는 벨기전에서 최고 속도 30.49㎞를 기록해 이날 그라운드를 밟은 28명(양 팀 교체 선수 포함) 중 가장 빠른 발을 자랑했다.
포지션이 겹치는 이청용과 이용의 1차전 최고 속도는 각각 시속 28.33㎞와 27.18㎞였다. 속도 경쟁에 굴람에게 뒤진다. 기성용(25·스완지시티)·한국영(24·가시와 레이솔) 등 중앙 미드필더들의 협력 수비가 필요하다.
굴람은 지구력도 좋다. 당시 정규시간과 추가시간을 포함해 95분을 뛰었다. 10.585㎞를 이동해 사피르 타이데르(22·인테르밀란·12.734㎞)·나빌 벤탈렙(20·토트넘·10.924㎞)에 이어 세 번째로 부지런했다.
◆굴람 외에도 경계해야 할 선수들은 많다.
알제리가 방패를 버리고 창을 꺼내 든다면 지역예선 과정에서 즐겨 썼던 4-2-3-1 혹은 4-3-3 전형을 선택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수비형 미드필더로 1차전에 출격한 벤탈렙·칼 메자니(29·발랑시엔) 대신 야신 브라히미(24·그라나다)·아이사 만디(23·스타드 드 랭스)·압델무멘 자부(27·클럽 아프리칸) 등 공격적인 선수들이 선발로 나올 수 있다.
모두 개인기와 골결정력이 뛰어난 만큼 한국은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공격 흐름을 끊어야 한다. 알제리의 화력이 막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굴람의 오버래핑이 한국에는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 공격 성향이 강한 굴람은 기회가 생기면 전방으로 돌진한다. 당연히 그가 빠진 뒷공간은 무주공산이 된다. 나머지 포백 자원들이 굴람의 빈 공간을 커버하지만 알제리의 수비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유기적인 플레이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이 이 점을 공략할 수 있는 역습 패턴을 준비한다면 충분히 오른쪽 측면을 구멍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알제리는 세트피스 때 수비에도 약점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 예선 때 실점한 7골 가운데 4골을 세트피스 상황에서 내줬다.
한국은 1986멕시코월드컵부터 2010남아공월드컵까지 7회 연속으로 세트피스를 통해 골을 만들었다. 세트피스 플레이에 일가견이 있다. 알제리가 벨기에전에서 번번이 제공권 싸움에서 패한 점을 감안한다면 세트피스 상황에서 196㎝ '장신 공격수' 김신욱(26·울산)의 활용도도 극대화될 수 있다.
알제리가 벨기에전에서 후반 중반 이후 급격한 체력 저하를 보였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알제리는 월드컵 개막 전 가진 평가전에서도 경기 후반부 들어 상대의 역습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본선에 와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