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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중독’ 송승헌,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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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김한나 기자] 영화 '인간중독'(감독 김대우)에서 송승헌(38)이 연기한 '진평'은 감정적으로 메말라 있는 인물이다. 베트남 전쟁 영웅이고, 차기 장군 진급 최선두에 서 있으며, 수려한 외모로 주변사람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외롭다. 부하들을 살리지 못한 고통에 시달리고, 아내의 부담스러운 내조에 지쳐있으며 삶의 권태에 몸부림친다.

시들어가던 진평의 삶을 바꾼 건 '가흔'이다. 가흔은 부하의 아내다.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하지만 가흔은 진평의 '첫'사랑이다.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기에 그는 멈추는 방법을 모른다.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게 첫사랑이 아닌가. 가흔을 기다리고, 찾아가고, 바라보고, 손잡아 보고, 안아보고, 입을 맞추고, 결국 정사를 나눈다. 처음이 아니지만 처음 하는 이 경험에 진평은 춤을 춘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삶의 의미를 가흔에게서 찾았으니 그럴 수밖에.

송승헌도 춤추고 있었다. 얼굴에서 빛이 났다. 웃지 않아도 얼굴이 환했고, 웃을 때에는 짐작할 수 없는 설렘이 감지됐다.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고, 자신의 말을 혹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최대한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삶의 의미를 찾은 이가 흥분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방식이다. "끝까지 가보고 싶다"고 했다. 사랑을 위해 달리는 진평같은 말을 송승헌이 하고 있었다. 연기와 사랑에 빠진 것일까. 그는 온몸으로 연기인생의 출사표를 던지듯 보였다.

"몸이 정말 가벼워졌습니다. 뭔가 홀가분한 느낌이 들어요. 떳떳해지기도 했고요. 꿈이 생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좋은 배우가 돼서 오래 연기를 하는 게 꿈입니다. 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거죠. 최근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제 확실하게 제 길을 정했습니다."

송승헌은 몇 해 전 팬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그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당신의 연기를 보고 감동을 했습니다.' 그의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연기에 대한 고민이 진지해졌다.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나는 왜 연기를 하는가. 고심 끝에 결론을 내렸다. 결론을 내리자 꿈이 생겼다.

"누군가 제 연기를 보고, 제가 나온 드라마 혹은 영화를 보고 '감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결론이었습니다. 대단한 결론은 아니죠. 그런데 전에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연기는 제게 일이었죠. 말 그대로 일이요. 물론 가끔 연기가 재밌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업에 손을 대기도 하고 그랬던 겁니다. 연기할 생각이 없었고, 우연히 배우가 됐는데, 전 이 생활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 편지가 결정적이었어요. 제가 하는 일이 뭔지 알게 된 거죠."

그때 한 시나리오가 송승헌에게 들어왔다. 김대우 감독이 쓴 '인간중독'이다. 전에는 해본 적이 없는 캐릭터였다. 그는 이게 기회라고 생각했다. "놓치면 후회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도전했다. 김 감독은 송승헌이 가진 것을 버리라고 주문했다. 데뷔 18년차, 논란이 있긴 했지만 MBC 연기대상 대상을 받았던 그가 아닌가. 하지만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놨다. 연기할 때의 목소리 톤, 말투, 표정만이 아니라 손짓, 걸음걸이, 바꿀 수 있는 모든 것을 바꿨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자존심이 상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예전의 저였다면 감독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겁니다. 전 제 예상에서 벗어난 일을 하는 걸 싫어해요. 딱 잘라 싫다고 말하죠. 그게 제가 변한 부분인 겁니다. 연기를 잘하고 싶었으니까요. 매번 비슷한 인물을 연기하면서 저 스스로 만들었던 울타리를 깨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송승헌은 '인간중독'에서 자신이 한 연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연기력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배우다. '똑같은 연기를 한다' '연기에 발전이 없다'는 말을 지겹게 들었다. 센 질문을 했다. 이번 영화에서 연기력이 크게 발전했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나. 송승헌은 "맞다.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면서도 "최소한 내가 어떤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만은 대중도 느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미 내가 가야 할 길이 정해진 이상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뿐이지 평가에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배우 알랭 들롱 또한 연기력 논란이 있었던 배우다. 찍는 작품마다 연기에 대한 혹평을 들었다. 하지만 들롱은 이렇게 답했다. "나는 배우다. 배우의 임무는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것이다. 나는 이미 나의 외모 하나만으로도 대중을 만족하게 하고 있지 않은가. 뭐가 문제인가." 들롱은 세계 최고의 미남 배우였다. 그렇다면 송승헌은?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딱 잘라 말했다.

"전 연기를 하는 사람이잖아요. 당연히 연기를 잘해야죠. 가수가 노래를 잘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언젠가는 꼭 이 말을 듣고 싶어요. '송승헌 연기 잘하네'라는 말이요. 그때까지 노력하는 거죠."

송승헌의 나이 벌써 서른아홉이다. 외모를 봐서는 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불혹에 가까워진 나이다. 이때 인생의 꿈이 생겼다. 흔치 않은 경우다. 반대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혹시 그는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고 있지는 않을까. 자신의 20대를 아까워하고 있지는 않을까.

"후회스럽지요. 가끔 후회돼요. 조금 더 빨리 이런 생각을 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하지만 그때 저는 제가 가는 이 길이 정말 맞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었어요. 속도가 좀 느렸을 뿐이죠. 그게 없었다면 지금도 전 연기를 일로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후회보다 더 중요한 건 제가 지금 정말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겁니다. 연기하는 게 행복해요. 그래서 괜찮아요. 현재 이 행복을 즐기고 싶어요."

송승헌은 연기와 첫사랑에 빠진 게 분명했다. '인간중독'에 왜 이토록 끌렸는지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어쩌면 운명이 아니었을까. 왜냐면 송승헌은 지금 진평과 같은 길을 걷고 있으니까. 아마 그는 진평에게서 자신이 닮고 싶은 삶의 태도를 보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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