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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앵커가 말 막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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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와 인공 임신중절, 동거 가족 등에 대한 사회적 제도적 수용 여부는 출산율 제고에 핵심적인 사안이다.’(중앙일보, 2006년 6월8일자) ‘그동안 서구권의 잔치라 할 만큼 유색인종이 주목받기 어려웠던 게 사실인데요.’(한겨레, 2006년 8월8일자) ‘잡상인을 가장한 소매치기였습니다’ (SBS 아침종합뉴스, 2006년 7월22일 방영)
뉴스나 신문 등 언론에 보도된 이 같은 문구들은 우리 사회의 차별적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미혼모, 유색인종, 잡상인 등의 차별적 표현들은 사회적으로 널리 사용돼 왔고 언론은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더 확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불평등 인식을 확대 재생산
언론은 항상 객관적 사실 보도를 강조한다. 뉴스 앵커가 딱딱한 말투와 무색무취의 옷을 유지하는 것도 객관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상 언론 또한 사회적 인식의 틀에서 크게 자유롭지 않으며 심지어 차별적이거나 편향적이라는 것은 이미 대부분 자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국어원이 종합일간지 8종, 경제지 종, 스포츠지 1종 등 일간 신문과 6개 방송사의 149종 텔레비전, 그리고 인터넷 신문 10여종을 모니터한 결과 차별적 비객관적 표현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양성불평등적이고 신체적 특성이나 인종, 국적 및 지역을 비하하는 언어, 또는 사회적 직업이나 특정 직업을 비하하는 표현들이 매체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오히려 언론이 불평등적 인식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 ‘미망인’
오래된 단어인 미혼모, 처녀작, 학부형 등의 표현은 이제 사라질 때가 됐다. 미혼모는 모든 책임과 어려움을 여성에게만 돌리고 상대역인 남성에 대한 명칭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차별적이다. 남편이 사망한 여성에 대한 존칭인 것처럼 알려진 미망인은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라는 봉건시대적인 가치관이 숨어있는 표현이다. 필요한 정보가 아님에도 여성임을 특별히 드러내는 ‘여성 예술가’ ‘여성 과학자’ ‘여대생’ 등도 고쳐질 필요가 있다. 같은 의미로 ‘주부 스타’ 같은 표현도 성차별적이라 할 수 있다. 여성의 성적 신체적 측면을 이용한 ‘처녀작’ ‘처녀출전’ ‘처녀생식’이나, ‘시집가다’ ‘바깥어른’ ‘집사람’ ‘학부형’ 등도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단어로 성차별적이다.
신체장애를 비하하는 단어들도 함부로 사용되고 있다. 맹인, 귀머거리, 언청이 등의 표현, 또는 비유적 표현으로 ‘절름발이 인재’ ‘벙어리 냉가슴’ ‘꿀 먹은 벙어리’ ‘장님 코끼리 더듬기’ 등의 표현은 무의식적인 신체장애 비하를 드러내고 있다.
소수자라는 이유로 특정 외모를 비하하는 ‘말라깽이’ ‘뚱보’는 물론, 불필요하게 외모르 강조하는 ‘얼짱’ ‘S라인’ ‘꽃미남’ 등의 표현도 객관적이지 못하다. 이런 표현 또한 언론이 생산해내는 외모중심주의적 언어표현이라 할 수 있다.
대졸자 중심 사고 드러낸 ‘386 세대’
다수나 기득권자들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차별적 표현도 눈에 띤다. 백인 중심적 사고를 담고 있는 ‘유색인종’, 혼혈인을 하나의 인격적 개체로 바라보기 보다는 타인종 간에 이루어진 결합의 부산물로만 여기는 ‘혼혈아’, 가난한 동남아시아 출신 이주 여성들과 그 혼혈 자녀를 차별하고 낙인찍는 ‘코시안’ 등은 특정 인종을 비하하는 표현들이다. 이와 함께 자국중심적인 사고를 드러내는 ‘동포’ ‘교포’ ‘한국계’의 자의적 선택이나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 등의 표현, 서울 중심적 사고를 드러내는 ‘서울로 올라가다’ ‘지방으로 내려가다’ ‘여의도 면적의 몇 배’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됐다.
<그림1왼쪽>직업이나 사회적 지위에 관한 차별적 표현도 흔히 발견된다. 고정된 공간과 일정 수준의 자본을 확보하지 못한 상인에게 붙여지는 ‘잡-’이라는 접두사나 특정 직업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쟁이’라는 접미사,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철밥통’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외에도 법률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데도 사회적 낙인을 찍어버리는 용어인 ‘신용불량자’나 조금 일찍 태어난 아기들을 모자란다고 여기는 ‘미숙아’, 한 인간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하지 않는 ‘사생아’ 등도 고쳐야 할 표현이다.
자의적으로 사용하기 쉬운 ‘일류’ ‘명문’ ‘진보’ ‘보수’ ‘고급’ ‘고위’ 등의 표현 또한 위험성이 많다. 행정구역상 범위가 분명하지 않은 ‘강남’, ‘현대무용’ ‘클래식음악’ ‘성인가요’ 등의 표현들도 명확하고 객관적인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양심적 병역 거부’ 또한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비양식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적당한 용어가 아니다. ‘386세대’ 또한 그 범위가 확실치 않은데다 대졸자 중심적 사고에서 나온 표현이다.
언어와 사회적 인식은 서로 작용
그렇다면 도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학자들은 결손가정은 한부모가정으로, 미숙아는 이른둥이로, 신용불량자는 금융채무연체자로, 양심적 병역거부는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로, 에이즈환자는 HIV보균자로, 잡상인은 상인으로, 집사람은 아내로, 처녀 출전은 첫 출전 등으로 고쳐 쓸 것을 강조했다.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운 단어도 있다. 뿌리 깊은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는 단어들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다른 단어가 사회에서 생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국립국어원 조태린 학예연구사는 “연구를 통해 언어의 변화와 인식의 변화, 그리고 사회의 변화는 순차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작용해 함께 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인종차별이라는 이유에서 ‘연주황색’으로 바뀌었던 ‘살색’은 다시 ‘살구색’으로 바뀌었던 과정의 의식 변화를 예를 들었다. 조 연구사는 “연주황색이라는 용어가 크레파스와 물감을 자주 쓰는 어린이들에게는 어려운 말이어서 그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며, “이러한 변화는 외국인과 어린이의 인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가 언어에 반영된 것임과 동시에 ‘살색’이라는 표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사회적 차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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