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승리 기자] 최근의 잇단 금융사고는 '실적 지상주의', '낙하산 인사', '부실한 내부 관리' 등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정상적인 시스템 작동을 어렵게 한다는 주장이다.
신용평가사 KCB(코리아크레딧뷰로) 직원의 카드3사 고객 개인정보 1억여건 유출, KT ENS 협력업체의 매출채권 대출 사기, KB국민·우리·국민은행의 도쿄지점 부당 대출, 은행·보험사 직원의 횡령사고 등은 금융권의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뉴시스가 금융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금융사고 원인에 대해 그룹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이들 전문가는 금융 사고 원인을 '실적 중심의 인사평가 방식', '낙하산 인사 등에 따른 조직내의 갈등구조', '정보시스템과 내부 통제 시스템의 괴리' 등을 꼽았다.
금융권 종사자들이 파편화된 조직 분위기 속에서 실적 달성 압력에 시달리다보니 범죄의 유혹에 자주 휩쓸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KB국민은행 인사부와 HRD전략기획책임자를 지낸 아주대 이성엽 평생교육원장은 14일 "금융권의 실적 위주 인사관리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금융사에 필요한 핵심인재는 주인의식과 공익정신을 가진 안정적이고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금융사들이 실적 위주의 인사관리에 매달리는 바람에 직원들을 돈 버는 기계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업무를 잘 모르는 대표가 금융사를 맡는 경우가 많다보니 조직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하고, 실적 위주의 인사관리가 이뤄지다 보니 직원들의 소속감과 책임감, 주인의식이 떨어져 유혹에 휩쓸리기 쉬워진다"며 "인사관리 시스템을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숭실대 금융학부 윤석헌 교수는 "금융사 종사자들이 낙하산 인사, 조직 내의 갈등 지배 구조 속에서 극심한 사기 저하를 겪다보니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금융업이 빠른 속도로 전산화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운용이 미숙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을 통해 금융기관이 스스로 내부통제를 잘 하도록 유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금융에 대한 비리와 부정행위는 굉장히 크게 단죄해야 한다"며 "잘못에 대한 대가를 확실하게 치르도록 해야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다보니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병철 한국부정부패방지연구원장(경기대 회계세무학과 교수)은 "금융회사들이 금융정보시스템과 내부통제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도 지속적으로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기본적인 수준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 내부에 실질적인 내부통제를 책임지는 전문가가 없고, 금융감독원에도 전문가가 없어 실효성 없는 예방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금융 사무 전반에 정보화시스템이 도입돼 있음에도 '정기적으로 원장과 분기별 거래내역을 대조 확인해야 한다'는 등 현실에 맞지 않는 통제 기준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본 원인은 경영진이 관련 사안을 잘 모르고,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기 위한 적극적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어떤 사건이 터지면 단세포적으로 땜질을 할 것이 아니라 업무 담당자가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를 분석해 취약한 부분을 찾아내고, 종합적인 처방을 통해 근본적으로 사고를 예방, 차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