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상미 기자] 오는 24일부터 엿새 동안 예정된 의사협회의 2차 집단휴진에 전공의들이 참여하기로 결의하면서 14년 만에 ‘의료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의사협회는 지난 10일 원격진료 등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발해 하루 동안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이날 집단휴진에는 종합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들이 동참했다.
1차 집단휴진 때는 이른바 '빅5' 병원 중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만 참여했다. 하지만 2차 집단휴진에는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이 참여하기로 방침을 정해 삼성서울병원을 제외한 대형 종합병원 전공의들이 대거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강경 입장이다. 정부는 집단휴진 참여 의사들의 면허 취소와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 하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의사협회 역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전면휴진을 앞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 서비스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5’ 병원 전공의, 2차 집단휴진 참여 결정
지난 10일 하루 동안 진행된 1차 집단휴진에는 이른바 '빅5' 병원 중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전공의 중 30%가량만 동참했다. 하지만 오는 24일부터 엿새 동안 예정된 2차 집단휴진에는 삼성서울병원을 제외한 종합병원 모두가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 협의회도 지난 10일 전공의 의국장 회의를 열고 의협의 2차 집단휴진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도 지난 11일 전공의 전수투표를 진행해 총 유권자 1021명 중 944명이 참여해 찬성 89.5%(845명), 반대 3.5%(33표), 기권 6.1%(58표), 무효 8표(0.9%)로 2차 집단휴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지금부터 시작할 투쟁은 의사의 전문가적 양심에 따른 진료를 보장받고, 의료정책의 결정에 있어 전문가의 의견이 존중받는 의료 환경 변화의 초석이 세워질 때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당면한 과제인 원격 진료 및 의료영리화 정책 등 현안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의료 주권을 회복하고 국민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정상적' 진료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기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투쟁을 진행함에 있어 우리는 의사로서의 윤리를 잊지 않을 것이며 환자의 건강과 국민에게 가해질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서울대학교병원 전공의 일동은 국민의 건강과 올바른 의료제도의 정착을 위한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 까지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도 같은 날 온라인 투표를 진행해 투표 대상 인원 3분의 2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률이 과반을 넘겨 집단휴진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2차 집단휴진 전공의 참여…의료대란 ‘현실화’
삼성서울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빅5병원' 전공의들이 오는 24일부터 엿새 동안 진행될 2차 집단휴진에 참여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 서비스 공백이 불가피하다. 또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이후 14년 만에 의료대란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공의들의 집단휴진이 장기화될 경우 병원의 진료와 수술 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사실상 마비될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병원 응급의학과장은 “응급실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전공의들이 휴진에 참여하고 휴진기간이 길어지면 응급실 업무는 사실상 마비된다”며“당장 하루 이틀은 버틸 수 있지만 전공의들의 집단휴진이 길어질 경우 대체할 인력이 현실적으로 없어 의료대란을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전공의들은 4개월이 넘는 장기 파업에 동참한 바 있다.
◆평행선 달리는 의협-정부 대화 여지없나?
의료대란이 점차 현실화 되고 있는 가운데 의사협회와 정부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휴진에 참여한 의사는 형사고발과 함께 의사면허 취소까지 검토하겠다며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전날 국무회의에서 “불법 집단 휴진의 주동자·참여자의 위법행위에 대해 관련법에 따라 행정처분과 형사 고발 등 후속조치를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
의사협회도 정부가 원격의료와 영리법인 도입 방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의사협회 모두 의료대란은 큰 부담이다. '국민 건강을 볼모로 힘겨루기만 했다'는 비난에서 양측 모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당초 예정됐던 원격진료 허용법안의 국무회의 상정이 연기돼 대화 가능성이 열렸다. 양측의 입장이 워낙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어 꼬인 매듭을 풀기가 쉽지 않지만 양측 모두 2차 파업 전까지 접촉을 시도하며 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의사협회도 정부와의 협상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정치권도 2차 집단휴진이라는 파국을 막기 위해 나섰다. 민주당은 의협과 함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산하에 의료현안 논의를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2차 집단휴진을 앞두고 정부와 의사협회의 대화시도가 향후 의료대란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