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 후 자살을 기도한 중국 국적의 탈북자 김모(61)씨가 유서에서 '가짜서류제작비'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진상조사팀장이던 노정환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장, 가족들 앞으로 모두 3통의 유서를 남겼다.
김씨는 유서에서 “대한민국 국정원에서 받아야 할 금액이 있다”며 “가짜서류제작비 1000만원, 2개월 봉급 300x2=600만원”이라고 언급했다.
김씨는 주한중국대사관 영사부가 위조문서라고 밝힌 '싼허병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의 정황설명서에 대한 답변서'를 국정원 요원을 통해 검찰에 전달한 인물이다.
김씨가 유서에서 ‘가짜서류’를 언급한 것은 국정원에 전달한 서류가 위조된 것임을 알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다만 ‘가짜서류’가 이번에 문제가 된 문서인지, 다른 사건의 문서인지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 국정원은 "과거 다른 사건의 수고비"라며 "허위 문서로 드러남에 따라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유서에서 ‘봉급’이라고 언급한 것도 그간 국정원의 협력자 또는 정보원으로 지속적으로 활동했음을 보여준다.
그는 아들들에게 “검찰 국정원에서 진술한 내용을 보고 국정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라고 당부했다. 국정원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의미라면 국정원으로부터 무언가의 상당한 압박을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는 또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금 국정원은 ‘국조원’(국가조작원)”이라며 “‘국민생활보호원’이나 ‘국보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그에 맞게 운영하라”고 요청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 등 야당 인사에게는 “이번 사건을 창당에 악용하지 말라. 입 다물고 새겨보라. 만약 또 다시 정치에 이용하려 떠든다면 내가 하늘에서 용서 안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 외사부장에게는“유우성은 간첩이 분명하다”며 “증거가 없으니 처벌이 불가능하면 추방하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지난 1일 국정원을 통해 검찰에 처음으로 소환된 이후 4일까지 3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5일 오전 5시께 세 번째 조사를 마친 뒤 서울 영등포구 소재 L모텔로 가 검찰 등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뒤 오후 6시께 흉기로 신체일부를 그어 자살을 시도했으나 모텔 종업원의 신고로 극적으로 구조됐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소재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위중하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한편 검찰은 이날 진상조사팀을 수사팀으로 전환해 공식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핵심 증거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위조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만간 강제수사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을 총괄 지휘하던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검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부터 진상조사팀을 개편해 수사팀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검사장은 “처음부터 수사로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특히 국정원 협력자 자살 시도 이후 여러 의혹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명쾌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수사팀장은 윤 검사장이 맡았다. 윤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직무대리 발령을 받아 기존과 같이 수사팀을 이끈다. 사무실은 서울고검에 설치될 예정이다. 또 수사 지휘와 공보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차장검사급인 권정훈(45·사법연수원 24기) 부산지검 형사1부장이 영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