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실을 숨기고 지원금을 받아 내거나 연구비를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황우석(62) 전 서울대학교 교수가 집행유예를 확정판결 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황 전 교수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황 전 교수는 체세포복제기술 개발·연구의 책임자라는 지위에 있었음에도 신산업전략연구원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연구비를 은닉·소비했다”며 “황 전 교수에 대한 횡령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황 전 교수는 또 산부인과 병원에 인공수정 시술을 받으러 온 불임여성들에게 시술 비용 등을 깎아주는 조건으로 인공수정 시술에 사용하고 남은 난자를 제공받아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이용했다”며 “이는 생명윤리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아울러 황 전 교수가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실을 숨기고 농협과 SK로부터 연구비를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연구비를 가로채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황 전 교수는 2004∼2005년 국제과학전문지 사이언스지에 조작된 논문을 발표하고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의 실용화 가능성을 과장해 농협과 SK㈜ 및 한국과학재단으로부터 총 20억원의 연구비를 받아낸 혐의 등으로 2006년 5월 기소됐다.
또 신산업전략연구원과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 46억5400여만원 중 7억8500여만원을 횡령하고 난자를 제공한 여성들에게 불임시술비 3700여만원을 깎아주고 불법으로 난자를 제공받은 혐의도 받았다.
1·2심은 2004·2005년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논문이 조작됐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다만 1심은 황 전 교수에게 신산업전략연구원과 정부의 지원금를 빼돌린 것과 생명윤리법 위반을 유죄로, 농협과 SK에서 연구비를 받은 것은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1심에서 유죄로 봤던 횡령액 중 1억500여만원을 무죄로 보고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형을 낮췄다.
◆황우석 파면취소 소송 파기환송
한편 '줄기세포 논문조작' 논란으로 파면처분을 당한 황우석(62) 전 서울대학교 교수가 학교를 상대로 “파면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황 전 교수에 대한 학교의 징계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이날 황 전 교수가 서울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특성, 황 전 교수가 논문의 데이터 중 일부를 고의로 조작해 허위논문을 작성했다는 사실, 허위논문 작성에 대한 엄격한 징계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황 전 교수를 파면한 처분이 객관적으로 부당하다거나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잃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황 전 교수에게는 동물복제 연구 등의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사정이 있다”면서도 “허위논문 작성에 대한 엄한 징계를 내리지 않을 경우 연구기강을 확립하고 과학 연구자 전체 및 서울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황 전 교수에 대한 징계를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황 전 교수는 2004~2005년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인간 배아줄기세포 관련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 2006년 4월 파면됐고, 이에 황 전 교수는 같은해 11월 “증거로서 적격성이 없는 조사보고서를 근거로 징계가 이뤄졌다”며 파면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징계절차나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논문 조작의 경위나 실체가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황 전 교수를 총괄책임자라는 이유로 파면한 것은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한다”며 1심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