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이종근 기자]중국 산둥성에서 대출사기단을 조직해 활동해온 총책이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사기단을 조직해 대출 수수료 명목 등으로 피해자 60명으로부터 2억5000만원 상당을 가로챈 대출사기단 26명을 검거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가운데 중국 총책 강모(34·경기도 안산)씨와 권모(26·경기도 수원)씨 인출책 3명, 환전책 한모(29·인천 남구)씨 등 5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2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대출사기단 총책 강씨는 2013년 3월 한국에서 알게 된 금융사기단 조직원 소개로 중국으로 넘어가 산둥성 칭따오시에서 20명 규모의 대출사기단을 조직해 운영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해커들을 통해 불법으로 확보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00캐피탈, 000실장입니다. 저금리로 대출 가능”이라는 문자를 무작위로 보내 피해자들로부터 보증보험료, 인지세, 전산비용 등의 명목으로 선입금을 요구하는 '대출빙자' 사기 범행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환전책 팀장 한씨는 중국 칭따오 지역에서 환전팀을 운영하면서 대출사기단 국내 인출책들이 대포통장에서 피해금을 인출해 중국내 환전계좌로 입금된 수익금을 현지 돈으로 바꿔 조직원들의 급여와 생활비, 수익금 분배 등에 사용하는 등 자금관리 임무를 수행한 혐의다.
국내 인출책 권씨 등 3명은 대포통장에 입금된 피해금을 인출해 중국 환전계좌에 입금하는 임무를 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인출책은 중국의 전화유인팀이 피해자들로부터 대포통장에 피해금을 이체받으면 인출책들이 경기 지역(화성, 분당, 오산 등) 일대의 금융기관에서 대포통장의 현금카드로 인출, 중국 환전팀이 지정한 환전계좌(일명 환치기 계좌)에 입금하면서 인출금액의 10%를 대가로 받은 혐의다.
이모(45·여·서울사 강서)씨 등 21명은 통장 1개당 20~30만원 받기로 하고 자신의 명의 농협과 우체국, 새마을금고 등의 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와 연계된 현금카드를 퀵서비스기사를 이용, 대포통장 모집책에게 이를 양도한 혐의다. 대출사기단은 중국에 범행본부를 꾸려 ▲전화유인팀(TM·텔레마케터) ▲통장모집팀 ▲인출팀 ▲환전팀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특히 전화유인팀은 피해자들에게 연락하기 위한 '1566' 또는 '070 인터넷 전화'를 중국인 또는 조선족 명의로 개설, 한국의 피해자에게 직접 전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피해금을 미리 준비한 대포통장으로 이체하게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통장모집·인출팀은 한국에 있는 피해금 인출조직(주로 수도권 집중)에게 대포통장 모지책으로부터 건네받은 현금카드와 비밀번호 등의 정보를 제공해 피해금을 인출하게 한 뒤 환전조직을 경유, 중국의 범행본부에 피해금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전팀은 환치기 계좌에 입금된 피해금을 중국 현지에서 수익금으로 인출하는 등 각자 역할을 분담해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주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대출사기단들이 중국 현지 해커를 통해 대부중계업체 등의 서버를 해킹한 뒤 사금융에 대출금을 갖고 있던 피해자들의 대출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범행에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피해자 60명 모두 또 다른 사금융에 기존 대출금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확인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1월 중국 지린성에서 활동한 금융사기단 총책과 대포통장 판매책 등 총 64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총책 등 11명을 구속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당시 대포통장 판매책들에 대한 계좌추적 및 통신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 대출사기단의 총책과 인출책 등을 차례로 붙잡았다.
지능수사범죄팀장 양영진 경감은 “지난 2012년부터 대출을 빙자한 사기가 전국적으로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수수료나 보증보험료 등 어떤 명목으로도 대출희망자로부터 금품을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며 대출사기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이뤄지는 대출광고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이번 대출사기단과 연계돼 중국과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공범들을 계속 추적하는 한편 이들이 불법으로 수집한 개인정보의 유출 경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