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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미·독 합작영화 ‘폼페이: 최후의 날’...국내 정서와 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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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뉴스 조종림 기자]  20일 개봉한 미·독 합작영화 ‘폼페이: 최후의 날’은 기본적으로 국내 정서와는 여러모로 거리가 먼 소재를 사용했다. 

서구에서는 그리스·로마 문명이 기독교 이전 서양문화의 원류인데다가 영국 소설가 에드워드 불워 리튼(1803~1873)의 장편 역사소설 ‘폼페이 최후의 날’(1834) 등의 예술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아무래도 한국인에겐 낯설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수입사 측은 해외 배급사의 허락을 받아 마지막에 원본에 없는 한글자막을 넣어 폼페이에 대한 설명을 추가했다.

활화산이 존재하지 않고, 이웃나라 일본하고만 비교해봐도 대형 자연재해가 드문 한국에서는 화산폭발의 위험이 크게 와 닿지 않는 것도 약점이다. 더군다나 주연배우들의 네임 밸류도 떨어진다. 서기 79년 화산폭발로 사라진 폼페이에 대한 상식을 가지고 있거나 지금은 역사 유적이 된 이탈리아 폼페이에 가본 적이 있다면 관심도가 좀 높아질 수 있겠지만, 이 정도로 뻔한 스토리는 그다지 매력이 없다.

시사회는 13일 열렸으나 영상물등급위원회의 3D버전 등급심사가 끝나지 않아 2D버전으로 봤다. 17일 나온 3D버전 등급심사 결과도 ‘15세이상 관람가’로 같다. 3D로 보면 좀 더 박진감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화산폭발 CG는 너무 인위적이어서 질린다. 마치 무슨 불꽃놀이를 보는 듯 실제감이 떨어진다. 

그나마 클라이맥스가 될 이 장면은 거의 뒷부분에서 등장하는데, 불과 18시간만에 도시가 4m 높이의 재에 묻혀 사라지려면 순식간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만큼 화산재와 화산구름으로 뒤덮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용암과 부석이 튀고 사람들이 피신하는 모습들이 꽤나 선명하게 그려진다. 

드라마가 약한 것은 폴 W S 앤더슨(49) 감독의 고질적 문제라고 보여진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로 유명한 앤더슨 감독은 3D는 잘 찍지만 스토리가 어딘지 모르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G와 비주얼 이펙트를 최우선에 두면서 이에 각본을 맞춰나가려 하는 최근 할리우드 대작들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영화 ‘타워’(2012)의 예에서 볼 수 있듯 큰 스케일의 재난영화가 CG에 주로 기대면 비주얼은 향상돼도 작품 자체의 질은 보장할 수 없게 된다. ‘타워’는 긴박감이 떨어지고 신파적 인물들에 대한 감정이입도 잘 되지 않으며 시각효과 기술이 현저하게 부족하던 시대에 만들어진 ‘타워링’(1974)과 비교해서도 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폼페이: 최후의 날’의 원제는 ‘폼페이(Pompeii)’로 리튼의 고전소설 ‘폼페이 최후의 날’과 아무 상관이 없다. 2003년 영국에서 출간된 베스트셀러 작가 로버트 해리스(57)의 히스토리 팩션 ‘폼페이’와도 관련 없다. 이 소설은 로만 폴란스키(81)가 아동성추행 혐의로 체포됐다 풀려나기 전 영화화하려고 하긴 했었다. 

‘폼페이: 최후의 날’은 폼페이에 대해 연구한 무수한 자료들을 참고해 또 다른 픽션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그 스토리가 지나치게 전형적이고 이런 저런 영화에서 짜깁기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검투사의 등장은 ‘글래디에이터’(2000), ‘300’(2006) 등 그리스·로마시대를 그린 역사극의 연장선에 있고, 예상하지 못한 재난 속에 꽃피는 신분을 뛰어넘은 사랑은 ‘타이타닉’(1997)을 연상시킨다. 사랑의 훼방꾼으로 로마의 호민관 코르부스(키퍼 서덜랜드)가 등장하는데, ‘타이타닉’의 삼각관계와 엇비슷하다. 남녀주인공이 어찌됐든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있으리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상황에서 목숨에의 온갖 위협은 시들하다. 

또 한 치 앞을 보지 못한 채 현재의 욕망에 충실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은 지금까지 폼페이를 그려온 저작들이 되풀이해온 주제다. 리튼의 소설처럼 그리스가 철학을 논하던 시절 동물가죽이나 입고 다니던 미개인이었던 영국인과 기독교 문명이 최후의 승자가 됐다는 것을 강조하는 결말은 아니지만, 주인공 마일로(키트 해링턴)가 감독처럼 영국 출신이긴 하다.

당시 로마제국은 이탈리아반도 뿐만 아니라 지중해 연안 유럽과 영국, 북아프리카, 페르시아, 이집트까지 뻗어있었다. 마일로는 ‘야만인’으로 불리던 브리타니아섬의 기마족이었던 켈트족 출신으로 설정됐다. 당시 로마와 로마의 상류계급의 별장지인 폼페이 등지에는 로마의 지배하에 있던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들었다. 흑인 검투사들은 아프리카에서 왔을 것이고 여주인공 카시아(에밀리 브라우닝)의 시녀 역을 맡은 캐나다 배우인 흑백혼혈 제시카 루카스(29)는 마치 이집트인처럼 보인다. 

그 시대 문화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경기장 검투 장면에 지나치게 공을 들인 것은 뜬금없다. 검은 머리의 키트 해링턴은 172㎝라는 다소 작은 키로 마치 다윗처럼 싸운다. 작지만 다부진 체격으로 날쌘 무술을 구사하는데 덕분에 액션신이 더욱 현란해지기는 했다. 마일로와 눈이 맞는 영주의 딸 카시아 역의 호주 배우 에밀리 브라우닝은 157㎝의 자그마한 몸매에 광대뼈가 튀어나온 얼굴로 상당히 개성적이면서 아시안 혈통이 섞인 듯 보이기도 한다. 오호가 분명히 갈릴 외모로 티켓파워를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무려 6년에 걸친 준비와 제작기간을 거쳐 세세한 조사로 꼼꼼히 고증하고 30여개의 세트를 제작하는 등 공을 들인 것, 화산폭발과 더불어 일어나는 지진해일까지 묘사해낸 것은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현재의 CG기술은 아무리 용을 써야 실사와는 차이가 난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낸 건축물과 풍경은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드라마라도 흡인력이 있으면 이 같은 결점은 쉬이 가려질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한편, 영화가 시작할 때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인간화석’이 보여지며 결말을 미리 예상케 한다. 이 허연 인간형상의 덩어리들은 인간이 굳은 화석이 아니다. 화산재 속에 묻혀 사라진 이 도시는 1590년대 들어 발견된 후 1861년 이탈리아가 통일되면서 조직적인 발굴이 시작되는데, 화산재 사이의 빈 공간에 석고를 부어넣어 당시 죽은 사람들의 모습을 재현하는 방식이 이때 사용됐다. 오늘날에는 시체가 부패하면서 생긴 공간에 석고 대신 합성수지를 넣어 굳힌다고 한다.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당시 폼페이 인구의 10%정도인 약 2000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 석고본의 다수는 인근 나폴리 국립고고학박물관으로 옮겨졌지만 여전히 폼페이 유적에 남아있는 것들도 있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은 인간들의 표정과 행동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개 같은 가축들이 죽음을 맞는 모습도 포착됐다. 폼페이는 지난 250여년 간 귀족자제들의 그랜드투어 등으로 지속적으로 인기를 끈 여행지다. 지금도 매년 2600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베수비오 국립공원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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