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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가입율과 해지율이 동반 증가하는 이상한 보험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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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미래를 위해 보험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처럼 보험에 집착이 강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보험료에 지출하는 돈이 연 85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생명보험에 가입한 국민이 전체의 90%가 넘는다는 조사만 봐도 우리 국민이 보험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엔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에 관한 보험을 주로 들었다. 하지만 갈수록 보험이 진화하면서 언제부턴가 가족의 인생설계 까지 넘보고 있다. 요즘은 외국계 생보사까지 가세해, ‘라이프 플래너’ ‘인생설계 전문가’ ‘재정설계 전문가’ 등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해 상품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보험상품의 트렌드 … 종신-변액-퓨전보험
보험, 있으면 좋다. 많을수록 보장도 클 것이다. 하지만 잘못 들면 손해다. 그것도 적지 않은 금액, 짧지 않은 기간에 막대한 손해를 보고 보험사와 설계사만 배불리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변액보험의 피해’에 대해서 방송을 내보낸 후 관련 상품에 가입했던 사람들은 일대의 혼란이 왔다.
뭣 모르고 지인의 권유에 가입하거나, 설계사에게 해당상품의 장점만을 듣고 가입했다가 문의를 하려는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막대한 손해를 보고 중도에 해지하거나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많았다. 3년차 직장인 이모 씨(30세)는 지난해 4월 각각 만기 20년, 10년짜리 변액종신보험과 변액연급보험에 가입했다. 그러나 최근 변액보험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자 해약해야 할지 고민이다. 하지만 손해가 커 해약하기도 힘들다.
“해약을 하자니 여지껏 낸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도 없고 갖고 있자니 앞으로 10년 이상 돈이 묶이는 게 고민이에요. 차라리 이 돈을 다른 펀드상품 등에 넣으면 더 큰 수익이 발생할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이 씨와 같은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06년도 1분기(4~6월) 해약건수는 3만7천 건으로 지난해 동기 1만2천 건에 비해 3배 넘게 증가했다.
변액보험이 판을 치기 전엔 종신보험이 한창 인기를 끌더니, 이 상품도 문제가 많다는 논란에 휩싸여 해약건수가 크게 늘었다. 이런 경우처럼 공적보험을 제외한 사보험의 경우 일시적인 기분이나 권유에 못 이겨 가입할 뿐 노후에 대비한 체계적인 보험 설계는 미흡한 게 현실이다. 이는 보험을 설계하는 사람이나 가입하려는 사람이 높은 보험 가입률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방카슈랑스의 도입,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 통신판매의 채널이 확대되면서 보험의 비교견적은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보험 해지율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훨씬 높다. 지난해 신계약 대비 해지비율은 최고 14%(다이렉트 보험 기준)로 미국 6~7%의 2배 수준이었다. 하지만 설계사의 평균 월급은 크게 오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설계사 1인당 월평균 보험 모집액 및 월평균 소득은 각각 2천371만원, 291만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8.2%, 7.2% 증가하는 등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개인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보험이 결국은 보험설계사와 보험사만 배불리는 꼴이 된 것이다.
‘갈아타기’ 신중해야 … 보험소비자도 ‘반(半) 보험설계사’될 필요
보험은 분명 평생을 두고 설계를 하는 것인데, 최근엔 유행 패턴이 되고 있다. 종신보험이 큰 인기를 끌더니, 비판론이 일자 변액보험이 재테크 측면에서도 좋다고 판매를 했다. 그러더니 요즘은 ‘퓨전 보험’으로 보험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의료실비를 보장하는 손해보험과 진단금과 사망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생명보험을 같이 가입하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성인 4명 중 1명이 암으로 사망한다는 조사결과에서 보여주듯, 암 사망이 늘자 보험사들이 일제히 암보험을 없애고 있다. 앞으로는 암보험을 단독으로 가입할 순 없고 납입금을 높여 다른 보험과 같이 묶어서 판매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렇다면 보험설계사의 자질은 어느 정도나 될까.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도 잘 모르는 게 보험”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까다롭고 복잡한 보험 약관과 상품이 수시로 바뀌어서 나오기 때문에 잘 모른다는 것이다. 때문에 잘 모르고 보험을 판매하는 설계사가 많다고 볼 수 있다.
기자는 5명의 설계사에게 한 명의 보험계약자가 들어있는 기존 보험내용을 예시로 진단해 줄 것을 요청해 보았다. 보험계약자는 만 29세로 K생명의 변액CI보험(27년납 80세 보장 월 9만원 납입)과 T생명의 건강보험(20년납 20년 보장 월 2만원 납입)을 들어있었다. 이에 대해 5명 중 3명의 설계사가 두 보험의 해지하고 손해보험과 건강보험의 가입을 권유했고, 나머지 2명은 T생명은 해지하고 변액CI보험은 유지한 채 손해보험의 추가가입을 권유했다. 대체적으로 지금 들어있는 상품을 해지하고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이었다. 해약하면 환급금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해약하면 손해가 아니냐는 질문엔, 대부분의 설계사가 “그래도 20년간을 낼 돈인데 하루라도 빨리 더 좋은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막는 길”이라고 해지를 권유했다.

처음엔 T상품의 유지를 권유했던 나머지 두 명의 설계사도 설명이 길어지면서는, 타 상품의 갈아타기를 권유했다. 물론 현재의 상품에 문제가 있어 ‘갈아타기’를 권했을 수 있다. 하지만 설계사들이 제시한 상품을 비교해 본 결과, 기존의 상품과 중복되는 설계가 많았고 심지어 ‘맞춤형 설계’라는 퓨전 설계마저도 중복되는 경우가 있었다(이 경우 보험금은 중복으로 받을 수 있겠지만, 보험 납입금이 많아지고 설계사의 수당은 더 많아진다).
이는 설계사의 상술이 입증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한 달에 내는 보험금을 얼마로 맞춰 드릴까요?”라고 묻는 등 보험의 보장내용 보다는 판매에만 목적을 둔 설계사도 있었다. 사실 올바른 설계라는 것도 판단하기가 쉽지는 않다. 보험 설계는 설계사가 취하는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10년간 보험업에 종사한 K씨는 “보험설계란 설계사가 봐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래서 오랜 경험과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더구나 요즘은 여러 가지 보험상품을 한데서 파는 ‘대리점’식 판매가 빈번해 주의가 더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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