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 국정원정치·선거 개입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정회 부장검사)은 12일 경찰 수사의 은폐·축소 혐의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김용판(56)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항소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으며, 항소이유서는 소송기록접수통지서를 받은 시점으로부터 20일 이내에 서울고법에 제출해야 한다. 검찰은 별도의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지 않고 수사팀 내부의 논의를 거쳐 항소 방침을 결정했다.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역량을 집중한 중요사건에 무죄가 선고된데다 정치권이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특검론을 주장하는 등 사회적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에 대해 1심 법원이 검찰과 달리 판단을 했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이를 다퉈보겠다”며 “구체적인 항소 이유는 항소이유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면서 법원에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무죄 선고의 결정적 원인이 증거부족인 만큼 권은희 전 수사과장은 물론 서울경찰청과 수서경찰서의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을 상대로 진술이나 관련자료 등의 증거를 보강 수집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권 과장을 제외한 다른 경찰관들이 범행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모의한 의혹을 제기, 당시 수사팀원들에 대한 검찰의 사법처리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지난 대선 당시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새누리당 의원들과 국정원 인사, 서울청 지휘라인이 잦은 통화를 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재판부에 통화내역을 증거자료로 제출하면서 국정원 직원의 이름은 기재한 반면 정치인 실명은 기재하지 않아 선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간접 증거를 누락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검찰은 국정원 관계자 등을 조사했으나 자세한 통화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고 정치인이 수사에 관여한 구체적인 정황이나 단서가 없어 범죄사실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청장의 범행 동기를 입증하기 위해 통화내역 자료를 제출했지만 국정원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심증 형성을 위해 낸 것에 불과하다”며 “단순히 국정원 직원과 통화한 것이 영향을 줬는지 확인이 안 된 상황에서 정치인의 실명을 공개하는 것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는 지난 6일 공직선거법 및 경찰공무원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유력한 간접증거인 권 전 과장의 진술은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어긋나거나 당시 상황에 비춰 쉽사리 수긍할 수 없는 것들”이라며 “오히려 권 전 과장을 제외한 다른 증인들은 모두 김 전 청장이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일치되며 상호 모순이 없는 진술을 하고 있고, 이 진술은 객관적 자료의 내용과도 부합한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