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강신철 기자]김용판(56)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6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처음 열린 원세훈(63) 전 국정원장에 대한 재판에서 재판부가 “검찰 논리 중 일부만 검증이 불가능해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6차 공판 준비기일에서 검찰은 국정원직원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을 당초 2600여개에서 1100여개로 줄이고, 선거·정치 관련 트위터 글도 121만건에서 78만여건으로 축소한 근거 등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검찰은 3차 공소장 변경 신청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특정할 예정인 1157개 계정 중에는 현재 살아있는 계정도 있고 그간 변호인 측에서 문제를 삼았던 일부 계정도 포함된 것이 사실”이라면서“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검토한 결과 이들 계정이 국정원 직원의 계정이라는 공소사실 입증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검찰은 특히 ‘일반 사용자들의 트위터 계정이 포함됐다’는 변호인 측 주장에 대해 “RT@계정명'으로 시작하는 동시 트윗·리트윗 글의 경우 국정원 직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계정과 한 번에 200회 이상 동시 리트윗을 한 경우로만 한정했다”며 “이는 기존의 공소사실 입증 기준보다 한층 강화된 기준으로 우연성이 개입할 소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 계정들의 활동 시기 및 개설·폐쇄 시기, 사용한 어플리케이션의 정보, 트윗피드의 글, 트윗덱 글의 활동 시기 및 폐쇄시기, 현재 탈퇴했는지의 여부, 변호인이 문제 삼았던 계정이었는지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이번 주 내로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제출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원 전 원장의 변호인 측은 “검찰의 주장에는 여전히 언제,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트위터 등에) 접속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며 “기본적으로 입증 방식에 문제가 있다. 아이피 주소, 가입 당시 이메일 계정 등을 바탕으로 추적해야 한다”고 즉각 반박했다.
아울러 “검찰은 2012년 2월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이 활동을 시작했다고 하면서 이번 공소장 변경에도 2010년 5월에 개설됐던 트위터 계정을 포함시켰다”며 “1년 8개월 전에 개설된 계정이 국정원의 조직적 트위터 활동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검찰이 제시한 엄격한 기준에 대해서도“개인사용자가 트윗피드 등을 활용해 설정만 하면 동시에 200회 뿐만 아니라 1만번도 가능하다”며“200회를 기준으로 엄격히 검증했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같은 변호인 측 반박에 대해“당연히 예상했던 주장”이라며 “안보5팀이 조직됐던 시점 이전부터 사실상 (국정원의) 트위터 활동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진술 증거 등을 토대로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고 재반박했다.
이어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른 여러 근거 등을 바탕으로 각 계정별로 충분한 설명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실증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추론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라며 “논리가 또 무너지고 흔들린다면 상당 부분의 논리가 명백하고 일부 논리만 검증이 불가능하더라도 (검찰 논리)전부가 흔들리는 것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이번 주 내에 검찰의 공소장 변경이 접수되면 변호인 측도 충분히 검토한 뒤 의견을 제출하라”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6월 원 전 원장을 기소한 뒤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활동 글 5만5689건을 추가로 밝혀내 공소사실에 추가하는 1차 공소장 변경을 냈고, 이후 같은해 11월 또 다시 트위터 글 121만228건을 추가하는 2차 공소장 변경을 신청해 재판부의 허가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 때부터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방대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방어권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거듭 주장하고 나섰고, 재판부 역시 “타당한 지적”이라며 공소사실을 특정할 것을 검찰에 수차례 지시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재판부에 3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양해를 구한 뒤 2차 공소장 변경 당시 제출했던 트위터 계정과 글을 절반 가까이 축소, 정리해 제출했다.
한편 원 전 원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17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공판에는 검찰이 트위터 분석 등을 위해 정보를 수집했던 빅데이터 업체의 직원 2명이 증인으로 출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