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김창진기자] 구자철(25)의 새 소속팀 마인츠와 볼프스부르크의 2013~2014 분데스리가 20라운드 경기가 흥미를 더하고 있다.
마인츠는 8일(한국시간) 오전 4시30분부터 볼프스부르크와 시즌 두 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지난 1일 SC 프라이부르크와의 리그 19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41분 자신의 올 시즌 첫 골이자 마인츠 이적 후 첫 골로 2-0 완승을 이끈 구자철의 이적 후 첫 선발 출전이 유력한 경기다.
이날 경기가 흥미로운 것은 상대 팀 볼프스부르크가 구자철의 친정팀이고, 경기 장소가 바로 친정팀의 홈구장인 볼프스부르크의 폴크스바겐 아레나라는 사실 때문이다.
구자철은 지난 2011년 1월 제주 유나이티드로부터 이적료 200만 유로(29억원)로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해 올해 1월까지 3년 동안 몸담았다.
그러나 볼프스부르크는 구자철에게는 '애(愛)'보다는 '증(憎)'으로 기억되는 팀일 듯하다.
구자철은 2011~2012시즌 후반기에 분데스리가의 하위팀 아우크스부르크에 단기 임대돼 팀을 2부리그 강등 위기에서 구했다. 아우크스부르크의 거듭된 요청으로 2012~2013시즌에 다시 아우크스부르크에 임대돼 역시 분데스리가 잔류를 이끌었다.
두 차례나 '임대 신화'를 쓴 구자철은 완전 이적을 원하는 아우크스부르크와 복귀시키려는 볼프스부르크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해야 했고, 여기에 2011~2012시즌부터 구자철을 눈여겨 본 마인츠까지 가세해 치열한 구애전이 벌어졌다.
결국 볼프스부르크 디터 헤킹(50) 감독의 결사 반대에 직면한 구자철은 여유만만하게 2013~2014시즌에 볼프스부르크로 돌아왔다.
시즌 초반에만 해도 구자철은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로 승승장구했다.
마인츠가 시즌 개막 후인 지난해 8월25일 "구자철이 볼프스부르크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고, 앞으로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는다면 우리가 영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영입 포기를 선언해야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10월15일 홍명보호의 말리와의 평가전에 출전했던 구자철은 경기 도중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고 2개월 동안 결장해야 했다 12월15일 슈투트가르트와의 리그 16라운드 원정경기를 통해 복귀했지만 이미 디에고 리바스(29)·루이스 구스타보(27) 등 브라질산 미드필더들에게 밀려 입지가 좁아진 뒤였다.
2014브라질월드컵을 향해 출항하는 홍명보호에서의 주전 안착을 위해 꾸준한 출전이 절실했던 구자철은 1월 이적시장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마인츠 이적을 볼프스부르크에 강력히 요구했다.
때마침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첼시로부터 이적료 2000만 유로(약 289억원)에 벨기에 출신 미드필더 케빈 데 브루잉(23)을 영입하게 된 볼프스부르크가 이적을 허락하면서 마침내 뜻을 이뤘다. 현지 언론은 구자철의 이적료가 마인츠 사상 최대인 500만 유로(약 7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마인츠와 볼프스부르크의 치열한 순위 경쟁 속에서 벌어지는 맞대결이라는 사실이다.
마인츠는 구자철이 이적한 뒤 열린 리그 후반기 2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구자철의 데뷔전이었던 슈투트가르트와의 리그 18라운드 원정경기에서는 2-1으로 이겼고, 1일 SC 프라이부르크와의 리그 19라운드 홈경기에서는 좌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구자철의 대표팀 동료 박주호(27)의 선제골에 이은 구자철의 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볼프스부르크는 지난달 25일 18라운드 하노버와의 홈경기(1-3 패)와 1일 19라우드 샬케와의 원정경기(1-2 패)에서 2연패했다.
7일 현재 순위는 마인츠가 8위, 볼프스부르크가 7위로 한 계단 차이다. 양팀 모두 9승3무7패·승점 30점으로 같지만, 마인츠(-3)는 골득실에서 볼프스부르크(+6)에 밀려 순위가 뒤지는 것이다. 마인츠로서는 반드시 볼프스부르크를 눌러 승점 3점을 추가해 순위를 바꿔야 한다.
지난 8월24일 리그 3라운드에 이어 5개월 여 만에 다시 갖는 경기라는 점도 관심사다. 마인츠의 홈경기였던 이날 대결에서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의 중원에 서서 마인츠의 골문을 행해 창끝을 겨눴다. 이에 맞섰던 마인츠의 방패가 바로 좌측면 수비수로 뛴 박주호(27)였다. 구자철은 전반 15분 중거리 슈팅과 후반 1분 헤딩으로 골을 노렸지만 마인츠 골키퍼 하인츠 뮐러(36)에게 모두 막혔다. 결국 마인츠가 2-0으로 승리해 독일 분데스리가의 첫 코리안 더비의 승자는 박주호가 됐다.
이제는 볼프스부르크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는 구자철이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 1승으로 우위에 있는 마인츠에서 박주호의 든든한 후방 지원을 받아 볼프스부르크를 공격하게 된 셈이다. 구자철이 옛 홈 팬들 앞에서 세러모니를 펼칠까, 안 펼칠까라는 고민을 해보며 2경기 연속골을 기대해보게 되는 이유다.
구자철의 대표팀 후배인 손흥민(22)이 지난해 11월9일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전 소속팀 함부르크와의 2013~2014 분데스리가 12라운드에서 해트트릭과 도움 1개로 소속팀 레버쿠젠의 5-3 완승을 이끌었던 일이 있어 더욱 주목된다.
이 경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또 있다.
오는 6월 브라질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구자철이 중원대결을 펼칠 벨기에에의 미드필더 브루잉과 첫 맞대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브루잉 역시 구자철처럼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새 둥지를 찾았고 두 차례 출전했으나 구자철과 달리 골 맛을 보지 못했다. 어찌보면 구자철보다 4배나 비싼 이적료 값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