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1 (일)

  • 구름조금동두천 -3.9℃
  • 맑음강릉 2.6℃
  • 구름많음서울 -2.0℃
  • 구름조금대전 -1.3℃
  • 흐림대구 3.7℃
  • 구름많음울산 5.8℃
  • 구름조금광주 3.9℃
  • 구름많음부산 7.8℃
  • 흐림고창 2.9℃
  • 구름많음제주 8.0℃
  • 구름조금강화 -2.4℃
  • 구름조금보은 -0.8℃
  • 구름많음금산 0.1℃
  • 구름많음강진군 4.6℃
  • 구름많음경주시 4.4℃
  • 구름많음거제 8.0℃
기상청 제공

문화

‘거룩한 계보’의 장진 감독

URL복사
독특한 위트 감각과 개성 있는 드라마로 마니아를 만들어온 장진 감독이 이번엔 사나이의 진한 우정을 이야기한다. 1998년 ‘기막힌 사내들’로 데뷔한 후, ‘킬러들의 수다’, ‘아는 여자’, ‘박수칠 때 떠나라’ 등을 통해 ‘장진 스타일’을 구축해온 그는 신작 ‘거룩한 계보’에 이르러 자신의 스타일을 깨고 대중과 편안한 호흡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장편 이외에도 환경영화제, 인권 영화 등에도 활발하게 참여하며 그칠 새 없이 크리에이티브한 작품들을 쏟아내는 충무로의 손꼽히는 흥행메이커인 장진 감독을 ‘거룩한 계보’ 시사회장에서 만났다.
‘거룩한 계보’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는나.
일반 관객들이 생각하는 ‘나 스러움’ ‘장진 스타일’ 대신 대중적으로 편한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 작가적 목소리를 내려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인 남자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미들을 과하지 않게 다른 것들과 잘 조화시키면 독특한 영화가 나오겠다는 생각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고, 그런 의미에서 ‘거룩한 계보’는 어떤 의미를 찾는 영화는 아니다. ‘거룩한 계보’야말로 그냥 일반 관객들이 편하게, 즐겁게 봐야 하는 영화다.
대중과의 간극이 점차 좁혀지고 연극적인 느낌도 중화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동안 나는 쭉 상업영화를 만들어 왔다. 다만 내가 대중들이 편하게 생각하는 감독이 아니었을 뿐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능적 능력이 모자라 그 동안 대중들과 호흡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어 이번에는 좀더 편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가려 했다. 실험적인 디테일이나 엉뚱함이 이번 영화에서는 많이 자제돼 있다. 일부 언론에 강우석 감독님이 편집 권한을 행사한다고 알려졌는데 감독님이 오락적, 대중적 코드를 읽는 능력이 탁월한 분이라 많은 조언을 해주시는 건 사실이지만 실제 편집에 간섭하는 월권을 행하시지는 않는다.
실험적 디테일이나 엉뚱함을 배제하는 등의 변신을 꾀하면서 불안감은 없었나.
가끔 가다가 억누르는 게 힘들었다. ‘여기서 이런 짓도 하고 싶은데, 이건 위험한 거야. 이렇게 하는 건 몇 년 전으로 돌아가는 거야’라는 생각에 힘들었다. 사람들이 더 많은 보편적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를 해보자 했는데, 만들고 보니까 딱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이 내 스타일이 묻어나는 것 같다.
제목이 지니는 특별한 상징성이 있나.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관계’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데 내 옆에 친구가 온다. 그 옆에 또 다른 사람이 붙어서 올 수도 있고, 이 순간에 우리는 무슨 관계가 되지 않나. 이 사람들이 깡패면 조직폭력배가 되는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거룩한 계보’에서는 내가 어떤 절대적인 목적이 있어서 무슨 일을 하는데 그 옆에 친구처럼 누군가가 있다. 그리고 그들이 사라진 이후에 어떤 누군가가 그들을 추억한다. 추억이라는 것으로 그들과 그 이후의 사람들이 하나의 조화로움, 닮아감으로 인해 하나의 계보가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는 왜 그런 계보가 형성됐을까 하는 이유를 파고드는 것이고, 그 이유 안에는 너무나도 소중하고, 심지어는 거룩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상징성이 있다.
정재영, 정준호 두 배우를 캐스팅하게 된 이유는.
두 배우는 각자의 캐릭터와 많은 면에서 닮아 있고, 표현적 또는 기능적인 면에서 연기가 좋은 배우들 아닌가? 그래서 아주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또 하나는 그 둘이 붙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나올까 궁금했다. 정재영 씨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연기적인 경력을 최대한 맘껏 뽐낼 수 있는 연기파 배우이고, 정준호 씨는 그것보다 더 조금 나아가서 대중적으로 편안하고 친숙한 배우다. 이 둘이 가져다 줄 시너지가 우리 영화의 대중성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작업하면서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연출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드라마 정서가 굉장히 강하다. 또한 장면 자체에 신파성도 세다. 하지만 이 작품의 전체적인 부분에는 유쾌한 코믹 터치가 여전히 남아있다. 사실 한 장르의 영화 안에서 대중들에게 편안한, 오락적인 코미디와 감정을 자극해야 할 정서적인 세기를 공존하게 하는 밸런스 조절이 힘들다. 코미디를 너무 많이 보여주면 나중에 느껴져야 할 감정의 세기에 진실성이 떨어질 수도 있고 폭발적인 감정에 젖어 들었는데 그 다음에 코미디가 나오면 배반당한 기분이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출 입장에서는 이 수위 조절이 많이 신경 썼고 조심했던 부분이다.
가장 공들여 찍은 장면이 궁금하다.
영화에서 담 무너지는 장면이 위험하기도 하고 찍는데 애를 좀 먹었다. 잘 안 무너져서 3번 정도 재촬영을 했고, 영화 속 동치성이 담을 무너뜨리는 공만큼, 촬영 스탭들 모두 애를 썼다.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좋은 스탭과 좋은 환경에서 촬영을 해서 특별히 힘들었던 점은 없었다. 그나마 힘든 걸 꼽자면, 나 자신도 영화가 어떻게 나올까 기다리게 되는데, 이번 영화가 그전 작품들보다 곱절로 촬영기간이 길었다. 시간적인 기다림이 힘들었기 보다는 조금 적응이 안됐다.
이번에도 역시 흔히 ‘장진 사단’이라 불리는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항상 익숙한 배우들과 작업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질리지 않아서 그렇다. 왜냐하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매 작품마다 나도 처음 보는 신선한 것을 많이 보여주고 그래서 이번에는 뭐가 나올까 기다리는 재미가 너무 좋다. 오래 같이 일을 하며 얘기를 많이 해온 친구들이다 보니 나의 실수나 프로덕션 환경의 열악함으로 인해 불편한 순간에도 많은 것들을 이해해준다. 친구로서, 같은 동지로서 전폭적으로 지지해줘서 마음이 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70%정도이다. 그 외적인 30%는 새로운 배우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다. 남들이 얘기하는 ‘장진 사단’의 생김새는 아마 계속 이런 식으로 변할 것이다.
최고의 명장면, 명대사를 손꼽자면.
마지막에 동치성이 복수를 하려고 자기가 모셨던 분과 대면하게 될 때,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장면 있다. 그를 정말 죽이고 싶도록 미워했는데, 미워함보다 먼저 치성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얼굴 꼬라지가 그게 뭐여?”다. 찍고 나서도 그 장면과 대사가 인상 깊었다. 내가 모셨고 내가 ‘성님’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인데, 나에게 정말 ‘성님’처럼 당당하게 있어야 할 텐데 당신 정말 쪼다처럼, 바보처럼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냐고 말하는 치성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대법원 예규 제정에도 여야 내란전담재판부 정면충돌...“연내 설치법 처리”vs“명분 없다...중단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지만 여야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률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임을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이제 명분이 없음을 강조하며 관련 법률안의 국회 통과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해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국민은 내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하고 엄정한 내란재판과 내란청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 신속한 내란 종식과 제2의 지귀연 같은 재판부 원천 차단을 위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반드시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조희대 사법부는 12·3 내란 이후 1년이 넘도록 국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책무인 내란청산을 외면해 왔다. 지귀연 재판부의 노골적인 늑장 재판을 방치한 결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며 “예규 하나로 내란재판 지연과 사법불신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국회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대법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특별법 계획대로 추진”vs“위헌 법률 만들 이유 사라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예규를 제정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제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대법원은 18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2025년 12월 18일 개최된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정할 예규의 주요 내용은 형법상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 군형법상 반란의 죄에 대한 사건의 국가적 중요성, 신속 처리 필요성을 감안해 대상사건만을 전담해 집중적으로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현행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