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수 기자] 최근 남양유업 사태 등 ‘갑을 관계’의 그릇된 문화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가 이른 바 ‘갑 중의 갑’으로 군림하며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남양주을)이 주장했다.
박 사무총장이 확인한 사실에 따르면 2007년 본사 사무실에서 30대 수자원공사 대리가 50대 용역업체 이사에게 두꺼운 책을 집어던져 안경이 부서지고, 심지어 부서진 안경이 눈 옆에 박혀 실명 위기에 처했던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응급실에 실려 갔고 경찰도 출동했지만, ‘갑을 관계’상 피해자는 고소를 취하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자원공사는 유야무야 사건을 덮고 넘어갔으나, 사건이 벌어진 후 7년이 지난 지금 피해자가 당시의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본 사건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 사실을 접한 박기춘 사무총장이 수자원공사에 강력 항의하자 공사측은 얼마 전 조사에 착수했고, 가해자(당시 대리)와 공사측 모두 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조만간 징계 결과를 보고하기로 했다. 7년간 묻혔던 진실이 드러난 셈.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철도공사, LH 등 국토부 산하 공기업들은 유독 하청업체 계약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돈을 가지고 일을 주는 발주처인 공기업과, 그 일을 따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하청업체 간의 관계에서 공기업이 ‘절대 갑’으로 여겨지는 불편한 관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팽배해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박 사무총장은 “이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기업의 횡포가 사기업의 횡포보다 죄질이 더 불량하다”면서 “국민을 상대하는 정부 산하 공기업의 이러한 만행과 왜곡된 갑을문화 청산이 시급하다”고 말하며 “정부와 국토부는 산하 공기업 전반에 대한 조속한 실태 파악과 함께 근절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