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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고우영을 추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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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사의 거목이자 성인만화의 개척자인 고우영(1939-2005) 선생이 타계한지 1주년이 됐다. ‘임꺽정’ ‘삼국지’ ‘수호지’ 등 선생의 걸작들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팬들의 그리움을 달래줄만한 전시가 마련됐다. 한국일보갤러리를 지나 현재 한국만화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8월27일까지 열리는 ‘고우영 추모’전에는 선생의 삶과 작품세계가 오롯이 담겨 있다.

빛나는 재능만큼 자유로웠던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주요작품 원화 및 자필 원고, 주요 만화단행본 등 관련 자료들이 소개되며 생전 어록 영상물과 만화 및 연결사진으로 표현한 ‘고우영 인생이야기’, 작업책상을 비롯한 만화도구와 각종 소풍 등이 전시된 작업실도 재현됐다. 또한 고우영 만화 따라 그리기의 체험행사도 함께 준비돼 고인을 추억하는 즐거움을 안겨줬다.

 부천만호정보센터 이두호 이사장은 “빛나는 재능만큼이나 자유로웠던 그의 만화는 우리 만화의 세계를 한층 넓혀놓았다”며, “여전히 그리운 사람, 고우영을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개최 소감을 밝혔다.

형 고성우 씨와 전시기획과 진행을 함께한 차남 고성언씨는 “추모제를 준비하면서 생전의 사진이나 작품들을 정리하며 아버님이 그립기도 하고 즐겁기도 한 시간이었다”며, “짧은 시간 준비하느라 아쉬움도 있지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고 감회를 밝혔다. 고우영 선생의 대표작인 ‘임꺽정’을 담은 포스터 이미지는 생전 고우영 작가의 펜선에 고성언씨가 직접 그린 것으로 고인이 일간스포츠에 처음 데뷔한 작품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나는 펜이고 펜이 곧 나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자신의 만화 캐릭터들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선생의 큰 사진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사진에는 고인의 말이 적혀 이렇게 적혀 있다. ‘나는 펜이고, 펜이 곧 나이다. 역사의 갈피 속에 숨겨진 감정을 찾아내어 이야기를 살아있게 만드는 것. 나의 펜과 내가 지금껏 품고 있는 숙제이다.’

이 말은 고우영 작품세계의 핵심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선생은 억압적 정치상황 속에서 고전의 인물들을 불러와 익살과 해학의 전통적 정서로 독재 권력을 풍자하고, 불의에 분노하는 민초들의 목소리를 항변했던 것이다. ‘임꺽정’ ‘수호지’ ‘일지매’ ‘삼국지’ 등의 작품들이 그렇게 그 시대 독자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전해줬다.

선생은 식민치하이던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나 광복과 함께 귀국했다. 6 25전쟁 중에 중학생 신분으로 부산에서 ‘쥐돌이’를 출간하며 만화계에 등단했다. 1956년 요절한 둘째 형 일영 씨의 뒤를 이어 ‘추동성’이라는 예명으로 ‘짱구박사’ 집필을 이어받았다. 특히 1972년 ‘임꺽정’ 1973년 ‘수호지’ 1975년 ‘일지매’ 1978년 ‘삼국지’ 등으로 이어진 작품세계에서 성인만화의 세계를 열었고 동시에 선생 자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중국 고전에 심취했던 선생은 이후 ‘가루지기전’ ‘아리랑 놀부뎐’ ‘통감투’ ‘오백년’ 등 한국 고전의 재창조에도 열을 올렸다. ‘대야망’ ‘도술삼형제’ 등 어린이 만화에서도 많은 걸작을 남겼으며, 1990년대에는 ‘십팔사략’ 전 10권을 완성하며 오랫동안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추모전시회 개막식에는 선생의 가족을 비롯해 많은 만화가들이 참석해 옛 추억을 나눴다. 이두호 이사장은 “‘고우영 선생은 평소에 ’떡장수와 쪼다‘를 유달리 사랑하셨다”며, “특히 유비를 얼굴형도 그렇고 처진 눈도 그렇고 관우나 장비, 두 동생들이 없으면 밥도 못 얻어먹을 것 같은 ’쪼다‘로 묘사했다”며, 정겨운 유비는 곧 고우영 선생 자신이었다고 술회했다. 만화가 이현세 씨는 “선생께선 지금쯤 하늘에서 평소 좋아하시던 공자님 만나 행복하게 잘 계실 것”이라며 선생의 자유로운 정신을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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