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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으로 황폐해진 미국의 내면다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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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피부색과 정체성을 지닌 인간들이 모여 사는 미국 LA. 다양성 만큼이나 일상적인 충돌이 멈추지 않는 도시를 살아가는 개인의 삶은 고독하기만 하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며 평단의 호평을 받은 ‘크래쉬’는 미국의 오래되고도 여전히 유효한 인종갈등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다. 작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각본가 폴 해기스의 감독 데뷔작이기도 하다. 산드라 블록, 맷 딜런 등 스타들이 대거 등장했다.

편견과 삶의 아이러니, 그리고 희망
‘크래쉬’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일상을 모자이크처럼 정교하게 구성한 작품이다. 흑인형사와 라틴계 여형사, 흑인청년과 백인부부, 이란인 부녀와 히스패닉 가장 등 LA에 살고 있는 공통점 이외에는 피부색도 나이도 모두 다른 그들은 우연한 시간과 우연한 장소에서 서로 만나 충돌한다. 영화는 14명이나 되는 인물들의 관계와 일상 속에서 인종적 편견과 삶의 아이러니, 그리고 희망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고급 수제 스카프처럼 헤기스가 드라마를 짜는 손놀림은 상당히 섬세하다. 영화 제목은 충돌이지만 에피소드들은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얽혀 묵직한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특히 인종갈등이라는 계몽적 주제를 명확하게 제시하면서도 인간관계와 삶의 아이러니라는 보편적 주제로 승화, 감성적 충격을 날리는 솜씨는 탁월하다.
이 영화가 특출한 점은 인종적 편견이 ‘악’으로 대변되는 한 인간에 의해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인종과 계급 문제보다는 평범한 인간들의 관계와 상처에 더 주목하고 있다. 실제 인종갈등의 문제가 그렇듯이 편견은 인간의 한 속성이며 누구에게나 잠재돼 있는 것이며, 선과 악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상처다.
인종차별주의자인 백인 경찰은 선을 행하기도 하고, 그에게 혐오감을 느꼈던 파트너 경찰은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편견 때문에 악을 저지르기도 한다. 흑인에게 우호적인 이미지로 인기를 얻은 백인 지방 검사는 부패한 흑인 경찰을 영웅으로 만드는 등의 ‘쇼’로 출세를 한다. 그리고 영화는 서로를 증오하고 미워하는 그들의 내면이 얼마나 외롭고 또 따뜻한지를 지긋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관객의 마음을 흔든다.

완벽하지만 작위적인 드라마
미국은 최근 유독 사회적 갈등을 성찰하는 영화를 많이 내놓고 있다. 부시 정권 이후 갈등이 미국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조금씩 깨달아가는 듯한 분위기. 그런 상황에서 나온 ‘크래쉬’는 인종갈등 문제를 다룬 1980년대의 영화와는 다른 시각을 지니고 있다. 이전에 차별은 극단적이고 그래서 투쟁의 소재였다면, 지금의 차별은 눈에 보이지 않고 그래서 더 교묘한 것.
영화는 그런 교묘한 편견들을 날카롭게 들추어내는 예리함을 지녔다. 동시에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인종갈등의 문제를 더 정면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미워하고 분노하고 복수하는 방법처럼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는 법은 없지만 모두를 이해하고 사랑하면 오히려 고통스러운 법이다. 그렇게 되면 문제를 똑바로 응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헤기스가 제시한 화해와 이해라는 진부한 해법은 미국에게 정말 필요한 메시지기도 하다.
하지만 빈틈없이 잘 짜여진 드라마의 단점이랄까. ‘밀리언달러 베이비’가 한편에 작위적인 신파라는 비난이 있었듯, ‘크래쉬’ 또한 도식적이라는 단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개개인의 일상을 따라가는 형식을 취하고는 있고 캐릭터들은 현실적이지만 그와는 별개로 영화 전체는 리얼함이 전혀 살아있지 않다. 에피소드들은 지나치게 완성도를 갖춘 주제를 향해 전개되고, 의외의 전개는 진정한 의미의 ‘의외’가 아니다. 교통사고 등의 직설적인 비유, 혹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이 반전처럼 선한 얼굴로 돌변하는 영화의 장치들은 비록 쉽고 명쾌하게 주제를 전달하는 장점은 있을지라도 가공의 냄새가 너무 진해 감동을 방해한다.
가짜 이야기임을 계속적으로 깨달으면서 감상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크래쉬’는 비난하기 힘든 것은 불완전한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만은 진실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인공적인 에피소드로 점철되지만 인공적인 적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적까지 포용하는 듯한 위선은 자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숱한 헐리우드 장르물보다는 적어도 지적인 영화인 셈이다. 하지만 반미주의자는 이 영화가 보여주는 화해와 용서는 백인들의 ‘비겁한 변명’ 같아 보일 수도 있겠다.

매치 포인트
감독 : 우디 알렌
출연 : 스칼렛 요한슨, 조나단 리스-마이어스, 에밀리 모티머
런던에 입성한 야심 많은 한 젊은 테니스 강사 크리스는 우연히 자신이 가르치던 부유층 톰과 친분을 맺게 되고, 그의 동생 클로에와 그의 약혼녀 노라를 만나게 된다. 노라에게 한눈에 반한 크리스는 그러나, 그녀를 마음에 품은 채 앞날이 보장될 수 있는 재벌가의 딸 클로에와 결혼하고, 그러던 중 우연히 재회한 노라와 크리스는 격정적이고 은밀한 사랑을 나눈다. 그러던 어느날 노라의 임신소식을 듣게 된 크리스는 사랑과 성공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

연리지
감독 : 김성중
출연 : 최지우, 조한선, 최성국, 서영희, 손현주
사랑도 하나의 게임으로 여기며 무의미한 만남을 되풀이 하는 남자 민수. 생의 마지막이 약속돼있다는 비밀을 가졌지만 항상 밝은 모습에 순수함을 가득 머금고 있는 혜원. 비 오는 날, 이들은 우연한 사건으로 운명처럼 만나게 되고 어느새 포근하고도 아련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민수는 처음으로 느끼는, 혜원은 마지막이 될 사랑이란 감정 앞에 망설인다. 민수의 선배이자 직장동료, 경민 그는 사랑하는 이 앞에서 한없이 소심하고 부끄럽기만 한 쑥맥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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