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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l 특별좌담 l 남북경협이 갈 길, “경협은 지원 아닌 상생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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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을 여는 첫 달부터 남북교류에 대한 범상치 않은 메시지가 던져졌다. 1월10일부터 18일까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7박8일간 중국 ‘남순’을 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북의 개혁 개방 강화 신호탄이 아닌가라는 전망 속에 실질적인 변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작년 10월1일 남북합영기업 1호인 ‘평양대마방직’이 창업식을 가지며 패러다임을 바꾼 경협 모델을 제시한 것이 대표적 예다. 남북교류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고 새로운 방향을 요구하고 있다.
경협이 가야할 길과 남북이 함께 살 길은 무엇인지, 북측 민경협(조선민족경제협력위원회) 산하인 새별총회사와 손잡고 평양대마방직을 설립한 안동대마방직 김정태 회장과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이장희 상임대표(한국외국어대 국제법 교수)의 좌담을 통해 풀어보았다.

남북경협의 새 시대를 열다
이장희 남북경협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이하 ‘이’)
김 회장이 여러 가지 어려운 난관을 뚫고 평양에 첫 합영기업을 설립해낸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평양대마방직은 수익을 절반씩 나누고 남측에서 파견된 직원이 상주하는 등 업체가 공동출자 공동책임 원칙으로 설립 운영되는 새로운 경협 모델을 창출했다.

안동대마방직 김정태 회장(이하 ‘김’) 북측은 폐쇄사회다. 60년간 모든 중심이 개인이 아닌 정부에 있었다. 합영회사는 북측 제도에서 도입하기 어려운 형태다. 그런 북이 주식회사를 의미하는 합영회사 설립에 찬성했다.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한다는 상징이다. 시범적으로나마 북이 시장경제체제 도입을 본격화했다는데 합영회사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 : 작년 10차 경추위 12개 합의사항 타결을 계기로 신 남북경협 시대가 열렸다. 경협이 그동안 정부와 대기업 중심의 일방적 지원으로 펼쳐졌다면 이제는 서로 주고받는 시대로 변했다. 경공업 원자재를 지원해주고 광물자원개발을 위한 북측의 협조를 받는 등 생산요소를 상호보완적으로 결합함으로써 공동의 번영을 꾀하게 된 것이다. 초기에 남북경협은 정부차원의 임가공 교역 형태였는데 2000년 들어서면서 개성공단, 나진선봉경제특구 등 특구 중심의 투자 단계로 한 단계 발전했다. 2005년에는 이보다 더 발전한 획기적인 모델이 등장했는데 그것이 평양대마방직이다. 정해진 지역에 한정된 특구를 넘어 평양 보통 지역에 직접 투자하는 합작합영회사가 설립된 것은 경협의 새로운 단계진입을 말하는 것이다.

김 : 시장에서 직접 체감한 것을 말하자면 북측에 합영회사를 허락 받는데 무려 3년이 걸렸다. 준비기간까지 4년 반이 걸렸다. 북이 자본주의 시장을 받아들이기까지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걸린 셈이다. 과연 성공할 것인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희망이 없다.

김정일 ‘남순’, 희망이자 경고
이 : 최근 다시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경제발전의 성공 모델인 남쪽 지역을 돌아봤다. 김정일의 방문이라는 것이 경제개혁개발에 대한 관심 고민 노력의 증거 아닌가 한다. 조치를 직접적으로 취하기에는 내부적으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금년 간에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

김 : 나도 이번 김 위원장의 방문을 아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개방정책을 시행 한다 해도 남쪽에서 받아들이고 개발할 준비가 돼 있을지 의문이다. 합영회사를 준비하면서 느낀 것은 남측은 북의 변화에 걸맞는 법적 정비와 마인드의 변화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내 경우 합영회사 설립을 위해 북에서 고생한 만큼 남에서 고생했다.

이 :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여러 가지 목적이 있지만 경제개방의 모델을 찾고 중국과 경제협력을 긴밀히 하겠다는 것이 핵심으로 읽힌다. 우리보다 더 중국과 교류가 긴밀해진다는 것은 경협의 축이 중국으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통일을 위해 생각해 볼 문제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문이 남한 정부에게 주는 메시지는 경협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지양하고 북한진출 기업인에게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 기업인 입장에서 볼 때 정부 정책이 외형적인 것에만 매달려 실질적인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이대로라면 이 대표 말대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진다. 중국은 비공식적으로 북을 지원하고 있는데 1년에 약 20억 달러 정도의 규모다. 북에 가면 광산자원에서부터 특히 유통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에 깔려있는 상품은 95%가 중국 상품이다. 우리는 사실 북한 중심부에는 근거가 없다. 하지만 중국은 북한 전역에 골고루 원자재 쪽이나 유통망 등 상품을 진출시키고 있다. 이것을 이기는 길은 기업이다. 북의 생산을 도와줘서 중국 상품보다 더 좋은 제품을 생산해서 우리도 쓰고, 북한에도 공급이 되고. 말하자면 산업화의 기초를 만들어주는 것이 경협의 초점이 돼야 하는데 정부는 너무 쉬운 방법만 찾는 것 같다. 중국이 축이 되고 변방이 되고 있다고 느낀다.

이 : 민관의 역할분담론이 대두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한반도 전체의 글로벌한 입장에서 종합적인 국익이라던가 통일의 이익을 고려해 인프라 구축이나 효율적인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

김 : 패러다임의 변화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산업화에 대한 거시적인 계획이 나와야 하는데 눈앞에 보이는 지원에만 급급해서는 중국에게 축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고 본다. 철광석 공동 개발을 중국과 계약했지 않나. 개발은 중국과 하고 파는 곳은 한국이다. 우리가 쓸 것을 중국을 경유해 이들에게 이득을 줘야 하나 답답하다. 정부 일변도의 비합리적인 남북교류계획이 기업 진출의 기회를 박탈시킨다. 이런 면이 개선되기 전에는 기업 진출이 힘들다.

“정부의 경협은 경협이 아니다”
이 : 경협에는 여러 가지 걸림돌이 있다. 내부적으로 ‘퍼주기론’이라던가 냉전적 시각 등이 걸림돌이라면, 개방정책을 지향하면서도 체제유지나 군부 반발 등의 고민을 안고 있는 북의 사정도 변수다. 북을 빙자해서 주한미군을 정당화하고 동북아의 세력균형에 있어서 중국을 견제하는데 남북관계를 이용하고 있는 미국의 태도 또한 경협에 장애가 된다.

김 : 남과 북의 내부적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거듭 말하지만 경협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다. 경협은 ‘퍼주기’가 아니라 남한 기업의 새로운 탈출구다. 대북관계가 시작되면서 북한에 지원해 준 돈은 5조6,000억에 달한다. 만약 이 지원금 중 10%만이라도 생산시설을 만드는데 사용됐으면 굉장히 의미 있었을 것이다. 기업을 진출시켰으면 소득창출 고용창출이 계속되니 남북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됐을 것이다. 대북투자는 지원보다는 실의에 빠진 남측 중소기업의 생존방안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남측의 노동집약적 산업은 사양산업이 되고 있지만 그 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유휴설비를 많이 가지고 있다. 현재 베트남 중국에 진출하고 있지만 아직도 생산기지는 부족하다. 이것이 북에 들어가 생산기지가 설립되면 남한 기업들이 산다. 북 또한 물론 고용창출과 기술습득, 외화벌이까지 얻을 수 있다. 공동이익이 되는 것이다. 이게 경제협력이다. 이 같은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으니 ‘퍼주기’라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퍼주기론’은 오해가 많다고 본다. 북한은 개성공단 건설 당시 전략적 군사지역인 개성을 철거하고 군부대를 12㎞ 후방으로 물러섰다. 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진정한 경협이 통일의 초석
이 : 현재 경협비율에서 남한은 일본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꾸준히 양적 성장을 해왔는데 이제는 신 남북 경협 시대를 맞이해 질적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 대마방직의 합영회사는 질적 성장의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평양이라는 북한의 중심부에 베이스캠프를 직접 꽂은 것으로 평가한다. 이번 합작회사를 모델로 특구투자를 벗어나 일반지역에도 경협이 확산되는 본격적인 경협시대로 가야한다. 법 제도적인 문제 간소화와 현실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김 : 좋은 지적이다. 경협의 현장에서 현재의 지원 방식에 대해 문제를 많이 느낀다. 기업 설립과 운영, 특히 제조업은 기계 설비나 건설 등에 대해 운영자금을 받아 육성한다. 남한에서 사업을 할 경우 은행에서 회사의 형편을 봐서 융통성 있게 지원을 더 해주기도 하고 회수를 하기도 한다. 북에서 사업을 할 때도 똑같은 자금이 들어가는데 상황은 판이하다. 정부의 협력기금은 날짜가 되면 무조건 갚아야 하는 형태다. 사업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사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제로 통일협력기금을 써서 대북진출 하는 기업들이 하나같이 부실이다. 도대체 경제에 대해서나 북한의 실정이나 제대로 알고 접근하는 정책이 없다.

이 : 경협에서 기본 방향은 상생과 윈윈이다. 경협은 통일을 대비한 인프라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한의 경제격차를 줄이고 균형적인 민족경제를 발전시켜야 통일에도 한 발짝 가까이 가는 것이고 바람직한 통일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경제격차가 좁아지지 않는한 탈북자 문제, 긴장관계 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실천과제는 남북경제 활성화가 돼야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정부는 전력 공급, 도로 철도 건설 등 인프라 구축을 해야 하고 민간은 수익성과 판로확보 등을 해야 한다. 정부가 이를 제대로 간파하고 경협 정책에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 바람직한 경협을 위해 정부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개성공단 금강산 도로연결 등 시책에만 빠져 있다보니 북 중심부에서의 변화에 무관심한 것 같다. 북한이 폐쇄정책에서 벗어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도록 이끄는게 핵심이라는데 정부는 동의하면서도 대비책은 없다. 개성공단만 가지고 경협을 다 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고를 없애야 한다. 개성공단이 이뤄지고 나서 희망적 분위기가 팽배했지만 개성공단의 완성도는 남쪽이 생각하는 것만큼 갖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개성공단으로 12조의 경제효과가 남측에 있었지만 북에서의 경제효과 7,000억 밖에 안 된다. 비율로 남쪽이 95%, 북이 5%다. 이것은 경협이라고 이야기하기는 부족하다. 정부는 공동진출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거나 조달청에서 우선구매를 하는 방식으로 민간 주도의 경협에 대한 발판 마련을 해줘야 한다. 그런 식으로 해서 북의 경제가 일어날 수 없고 통일에 대한 논의가 나오기 힘들다.

“남북기본합의서 실정법화 시급하다”
이 : 그런 면에서 남북기본합의서가 아직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남과 북의 거래는 민족 내부 거래’라는 원칙을 바탕에 깔고 있는 합의서 조항에 따라 남북한 무역거래의 관세부과를 면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 합의서가 국제적인 등록 절차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WTO의 최혜국대우의 원칙에 기한 통상압력이 들어오면 국제사회를 설득할 방안이 없어진다. 현재 정치적 합의에 불과한 남북기본합의서가 국회비준동의를 받아 법률적 효력을 부과하고 UN에 등록을 해야 국제사회에 어필이 된다. 북한은 나름대로 국회비준동의를 받았다. 남한은 여러 가지 정치적 문제로 합의서의 국내법규화 작업을 소홀히해온 것이 사실이다.

김 : 남북기본합의서의 실정법화의 중요성에 동의한다. 남북기본합의서 보다 평화통일에 대한 방안을 잘 제시한 것은 없다. 거기엔 남북관계가 지향해야 하는 모든 사항이 다 들어있다. 합의서에 따르면 북에서 생산한 물건에 ‘메이드 인 코리아’를 붙여 세계에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런데 국가보안법 때문에 통과가 안됐다. 경제논리 통일논리보다 정치논리가 앞선 셈이다. 개인적으로 합의서의 재조명은 남북화해 무드에 저항감을 표출하는 보수층을 설득하는데도 좋은 계기가 되리라 본다. 합의서를 만든 것은 한나라당이고 노태우 대통령이다. 김대중 대통령 이전에 실제 북방정책의 기본은 노태우 대통령이 만든 것이다. 이것은 보수층에도 명분을 제시하리라 생각된다.

이 : 맞다. 남북기본합의서는 현실지향적인 평화통일을 위한 민족화해의 장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합의서는 현 상황에서 우리에게 굉장히 유리하다. 독일도 베를린 협정이 동서 교류에 결정적 도움이 된 것처럼 기본합의서의 실정법화는 경협은 물론, 통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남북간에 만들어놓고 남쪽에서 통과를 못 시키고 있다. 통일부에서 토스를 해줘야 한다. 작년 연말에 남북기본합의서 국회동의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3월16일에는 국회 공청회도 있으니 곧 성과가 나타나리라 보고 있다.

그래도 앞날은 밝다
이 :
난관이 많은 현실에서 반가운 소식은 그동안은 핵문제 같은 정치논리와 경제논리로 남북한 경색이 되면 교류가 뚝 끊어졌는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경분리라고 할까. 민간 교류는 정치논리에 크게 휘둘리지 않고 교류를 계속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투자자본을 안정적으로 송금한다거나 운영회사가 담보가 돼 대출을 한다거나 하는 부분이 제한되는 한계들이 있지만 경협의 성숙은 분명한 희망이다.

김 : 북의 태도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1999년 처음 북한의 간부하고 만났을 때만해도 이른바 ‘괴뢰도당’ 취급받았는데 현재는 남한의 경제성과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해 주는 등 이데올로기 중심에서 탈바꿈해 자본주의 경제 마인드를 갖추기 시작했다. 북한의 기업 환경 여건이 열악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감내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상당히 매력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남에 없는 지하자원도 많고 인건비도 싸다. 철저히 남북의 공동이익을 지향한다면 오히려 더 큰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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