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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저가 화장품 시장 ‘물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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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급성장한 저가 화장품이 쇠퇴기를 걷고 있다. 저가 브랜드는 이미 포화상태에 달했고, 엄청난 광고비로 인한 가격 인상으로 ‘싼 가격’이라는 최대의 무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특색을 갖춘 여타 저가 브랜드샵 쟁력을 좁히고, 가격보다 ‘고품질’을 요구하는 소비문화가 저가 화장품의 명성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희소가치’를 내세운 초고가 화장품의 등장도 화장품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작년까지만 해도 붐을 탔던 저가 화장품 시장이 새로운 변화기를 맞고 있다.

빅모델 기용해 가격 인상… ‘저가 화장품 맞어?’
미샤, 더페이스샵 저가 화장품으로 업계를 평정한 대표적인 브랜드다. 작년까지 이들 브랜드는 화장품 시장의 돌풍을 일으켰고 엄청난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편승해 뷰티 크레딧, 스킨푸드 등 비슷비슷한 저가 화장품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수많은 뷰티샵이 등장하거나 사라지는 등 각축전을 벌였다.

하지만 1만원 대 이하의 저가 화장품들은 과열 경쟁으로 엄청난 광고, 홍보비를 지출해야 했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갔다. 저가 화장품의 선두격인 ‘미샤’는 보아와 원빈 등 빅모델을 내세워 초호화 마케팅을 펼쳤고, 이에 더페이스샵은 권상우를 모델로 기용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여기에 ‘좀 더 좋은’ 것을 찾는 소비자의 욕구에 맞게 제품을 만들다 보니 결국 ‘저가 브랜드’라는 매력은 점차 사라지게 됐다.


기존 화장품 시장의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해 거품을 뺀 가격으로 2,500여 가지의 상품을 3,300원에 공급한다는 저가 화장품의 전략은 과도한 경쟁 속에서 산산이 부서져 버린 것이다. 실제로 요즘 더페이스샵, 미샤 등의 뷰티샵을 찾아보면 예전의 명성이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싶을 정도로 썰렁한 분위기다. 가격도 3300원인 저가 화장품은 거의 없고 ‘기능성’과 특수 재료 등을 표기해 1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화장품들이 진열돼 있다.

더페이스샵, 미샤, 스킨푸드 매장이 모두 인접해 있는 잠실 지하상가에 가 봤다. 더페이스샵, 미샤 매장엔 직원이 5~6명 정도로 손님보다 많았다. 예전의 북적거리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한산했다. 진열돼 있는 제품들은 예전보다 값이 두 배 정도는 오른 것 같았다. 물론 제품의 질을 높이고 ‘특별’한 기능이 첨가돼 있다고 해도 ‘저렴한 가격’을 최대의 무기로 삼았던 저가 브랜드 이미지엔 맞지 않다는 소리가 젊은 여성 소비자들로부터 심심찮게 나온다.

기초화장품을 사러 왔다는 한 여성은 “가격이 쌀 줄 알고 듬뿍 바를 수 있는 에센스를 사러 왔는데 보통의 전문브랜드와 가격차가 크지 않은 것 같다”며 “요즘은 인터넷 상에서도 전문 브랜드 제품들이 싼 가격에 많이 나와 있는데 가격차가 별로 크지 않다면 당연히 전문 제품을 사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겠냐”며 매장을 나갔다.

크림 한 병에 68만원… 초고가 경쟁 치열
반면 비슷한 저가 화장품이긴 하지만, ‘먹어도 좋을 만큼 피부에 친한 화장품’ 이라는 컨셉트로 시장 공략에 나선 ‘스킨푸드’ 매장엔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참살이’가 국내 소비시장의 대표적인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으면서 화장품 시장에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스킨푸드’, ‘휴플레이스’, ‘에뛰드하우스’, ‘뷰티플렉스’ 등 브랜드샵 등장도 기존의 저가 화장품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그 중 스킨푸드는 ‘화장품은 화학물질로 만들어졌다’는 고정관념을 탈피, 먹어도 좋은 음식들을 주재료로 ‘푸드 코스메틱’ 이라는 차별화로 중저가 시장을 공략, 화장품 업계에 새로운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고가의 광고비 지출을 하지 않고 천연재료를 원료로 해, 가격 대비 품질 만족도가 커 기존의 저가 화장품과의 경쟁력이 크다.

여기에 초고가 화장품의 등장도 저가 화장품을 압박하고 있다. 1만원 짜리 화장품 판매에 68만원의 고가 화장품이 무슨 영향을 끼칠까 싶겠지만, 그 사이엔 미묘한 소비 심리가 숨어 있다. 수입 명품 못지않은 초고가 화장품이 시장을 뒤흔들면서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엄연히 구매 고객층과 타겟층이 다르지만 ‘비싼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는 심리가 사회적으로 팽배하고, 자신에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요즘 여성들의 소비심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비싸도 고기능, 천연재료 제품 선호
특히 최근 출시되고 있는 고가 화장품은 제품의 희소가치에 역점을 두는 게 특징이다. 태평양 ‘설화수’는 ‘진설’ 크림과 에센스를 각각(60ml) 38만원과 30만원에 내놓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진설 라인은 대청도 적송 추출물을 주원료로 백화사설초와 5가지 씨앗에서 추출한 오방종실 성분 등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에 질세라 LG생활건강도 최고급 명품 한방 크림 ‘후 환유고’를 출시했다. 60ml 한 병에 68만원으로 국산 화장품 중 최고가다. 35년근 산삼과 티벳에서 나는 천산 설련화, 60여가지 한방 성분으로 LG생활건강 연구진과 한의약계가 3년간 공동 연구한 끝에 탄생한 제품이란다.
 
코리아나와 백옥생은 개당 30~40만원이 넘는 크림으로 이미 시장에서 수익을 짭짤하게 보고 있다. 코리아나 관계자는 “개당 40만원이 넘는 코리아나 타임 리커버리 크림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재구매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던 저가 화장품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면서 해외진출, 고가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에이블에이엔씨 ‘미샤’는 국내서 저가화장품이 포화상태에 진입함에 따라 2004년 9월 호주를 시작으로,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10여개국에 6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더페이스샵 ‘더페이스샵은 홍콩 대만 등 12개국에 84개 매장을 열었다. 여기에 국내서는 권상우를 모델로 ‘화이트 트리’라는 고급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물론 가격도 1만2,000~1만4,000원으로 올려 기존 상품보다 20% 정도 비싼 편이다.

하지만 무조건 ‘싸다’고 사거나 ‘명품’만을 고집하는 소비 시대는 갔기 때문에 저가 화장품의 새로운 변화가 요구된다. 이런 시장상황을 고려한 저가 화장품 시장에 대해 동부증권 이희정 연구원은 “국내 초저가 브랜드숍 점포수 확장은 일단락된 상황”이라며 “올해는 중저가 화장품보다는 고기능 화장품의 매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대의 전성기를 누렸던 저가 화장품업계가 이 위기를 극복하고 또다시 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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