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로 유명한 지강헌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실미도’의 김희재 작가가 또 다시 현대사의 굴곡을 드라마로 엮었고, ‘바람의 파이터’의 양윤호 감독이 실존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에 재도전했다. 올림픽으로 들떠 있는 1980년대 후반 화려한 경제 성장 이면에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부조리는 오히려 극대화됐던 당대의, 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쓰라린 현실을 ‘홀리데이’는 사회 영화의 문법이 아닌, 장르적 문법으로 풀어낸다.
잡초 같은 밑바닥 인생의 분노
‘홀리데이’는 각본가가 동일인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실미도’를 여러모로 연상시키는 영화다. 단지 역사적 사건의 실존인물을 다뤘다는 면에서가 아니다. 짓밟힌 인권과 공권력의 횡포로 쓰레기로 취급당하며 살아야 했던 잡초 같은 인물들의 분노를 그렸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기도 하지만, 논픽션과 픽션이 삐거덕거리며 묘한 분위기로 공존하는 점이나 남성판타지가 지배적 감수성이라는 면에서 더욱 그렇다.
흥행 전략은 역사적 사건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포장해 흥미 있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다큐적 재현이나 시대적 분위기의 세밀한 묘사 등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실미도’에서 그랬듯이 여러 인간 군상들이 등장하는데 캐릭터들은 상투적이며, 스토리의 진행방식은 1980년대 적인 드라마틱한 구조는 갖췄지만, 개연성은 턱없이 부족하다. 시나리오 작업에서 수많은 인터뷰와 자료조사가 진행됐다는 이 영화는 하지만 영화적 구성이나 장치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를테면 부소장인 김안석(최민수)이 지강혁과 절친한 동생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장면은 무리한 영화적 장치로 보인다. 특히 김안석이 혼자 ‘해결’하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한숨과 실소가 저절로 나온다. 인질들이 탈주범에게 동정을 느끼고 동화되는 과정도 인질범 특유의 공포와 동정의 혼재적 심리를 무시하고 무조건적 동화로 그려낸 것도 사실감을 떨어뜨린다.
흥행 요소들의 잡탕
묵직한 주제를 지나치게 전형화 된 드라마의 공식으로 풀어나가다 보니 완성도 면에서 영화는 상당히 언발란스하다. 양 감독 특유의 액션 문법도 주제와의 불균형을 더 하는 요인이다. 조화를 깨뜨리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에서 극에 달한다. 지강헌 역을 맡은 이성재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만 다른 상투적인 캐릭터들과 너무 분명한 선을 드러낸다. 조연들의 연기력이 부족한데 ‘와이키키 브라더스’ ‘사마리아’ 등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이얼마저 버거운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을 강하게 준다.
압권은 최민수다. 금니에 금반지를 하고 머리를 틀어 묶은 최민수는 헐리우드 액션물에서 눈에 익은 냉혈 악역의 분위기를 풍긴다. 1980년대 역사의 암울한 사건 속에서 장르물의 전형적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은 심하게 튄다. 김안석이라는 인물은 영화의 재미를 위해 설정한 가상의 인물로, 지강헌과 대립관계를 이룬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라는 장르 문법을 그대로 차용한 것인데 역사의식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 같은 설정은 한없이 가벼워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1980년대 역사 배경에 느닷없이 헐리우드 액션물에서 날아온 캐릭터가 앞뒤 없는 행동들을 해대는 것이다.
관객몰이에는 효력 발휘할 듯
이처럼 상투적 캐릭터와 전형화된 구성으로 드라마를 이끌어 가다보니 주제는 대부분 직설화법으로 전달된다. 등장인물들은 뉴스를 보며 ‘우리는 잡범으로 보호감호 때문에 17년 이상을 교도소에서 수감 당하는데 전직 대통령의 친인척은 비리로 수백억을 횡령하고도 7년형을 선고 받고 형 집행 정지로 풀려나오다니’라고 말하는 방식이다.
절대적인 국가의 공권력을 상징을 하는 김안석이 단선적인 악역으로 묘사되는 것도 직설화법적인 일면이다. 반면 탈주범들은 하나 같이 순진하고 인간적이다. 당시 지강헌 일당의 정중한 태도와 인질범에게 하소연한 내용들이 시민들을 감화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침입한 가정의 아이들과 장난을 치며 놀 정도로 순진무구한 인물들로 포장한 것은 어이없는 미화로 리얼리티를 훼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단점들은 흥행에서는 장점으로 바뀔 듯하다. 인권문제와 빈부격차 등 사회 부조리에 대한 직설화법이나 탈주범 사이의 끈끈한 의리, 감정과잉과 기성전결이 뚜렷한 드라마 구성, 상투적 캐릭터의 뻔한 갈등, 실화라는 메리트 등은 ‘실미도’가 그랬듯이 효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소위 ‘먹히는’ 공식들을 적당히 짜 맞추기 한 셈이다. ‘홀리데이’에서 역사는 상업적 소재 그 이상이 아니다. 영화는 그래서 딱 그 만큼의 역사의식과 그 만큼의 상업적 감각을 보여준다.
투사부일체
감독 : 김동원
배우 :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 김상중
5년 전, 조폭의 신분으로 고등학교에 입학 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은 계두식이, 이번에는 사범 대학교 윤리 교생으로 돌아온다. 그는 졸업생들을 위한 현장실습을 ‘장기수들이 출소하기 전에 쌓는 사회경험’으로 가볍게 판단, 교생 실습을 위해 학교로 나서게 된 것. 실습 첫날부터 개구멍으로 출근한 그가 ‘교생도 선생은 선생!’ 이라고 목에 강하게 힘을 주며, ‘윤리와 사상은 나만의 윤리관으로 가르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라스베가스를 주름잡던 카사노바 출신 김상두(가짜 대학생)가 두식의 SOS요청에 발목 잡힌 것으로 밝혀졌다. 5년 전까지만 해도 라스베가스를 주름잡던 그가, 두식에게 소개 받은 여선생으로 인해 완전히 망가진 것.
투 브라더스
감독 : 장 자끄 아노
배우 : 가이 피어스, 프레디 하이모어, 장 끌로드 드레이퍼스
고대 사원의 유적이 남아있는 캄보디아의 아름다운 야생 숲 속 한가운데, 호랑이들의 사랑의 결실로 두 마리의 쌍둥이 호랑이 형제가 태어난다. 빨간색 눈을 가진 용감하고 씩씩한 쿠말과 파란색 눈을 가진 겁 많고 소심한 샹가. 그러나 장난꾸러기 호랑이 형제 쿠말과 샹가의 평화롭기만 한 일상은 사냥꾼 에이든이 유적발굴을 위해 사람들을 이끌고 숲을 찾는 순간 무너지고 만다.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에게 뛰어든 아빠 호랑이는 총에 맞아 죽고, 엄마 호랑이는 사냥의 제물이 되어 부상을 입고 사라진다. 그리고 평생 함께 할 줄 알았던 호랑이 형제는 서로 헤어져 형 쿠말은 서커스단에, 동생 샹가는 총독일가의 아들 라울의 애완동물로 팔려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