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27 (금)

  • 맑음동두천 13.6℃
  • 맑음강릉 15.1℃
  • 연무서울 13.4℃
  • 연무대전 16.7℃
  • 연무대구 19.0℃
  • 연무울산 19.5℃
  • 연무광주 17.4℃
  • 연무부산 20.0℃
  • 맑음고창 17.6℃
  • 구름많음제주 19.7℃
  • 흐림강화 6.8℃
  • 맑음보은 15.1℃
  • 맑음금산 17.4℃
  • 맑음강진군 20.3℃
  • 맑음경주시 18.7℃
  • 구름많음거제 18.2℃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서로 이길 수 있는 게임을 하라

URL복사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지금도 1976년 미국의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와 일본의 유명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끼의 대결을 기억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이종격투기의 선조격이라고 할 이 경기는 기대와 달리 매우 싱겁게 끝났다. 이노끼는 링에 누운 채로 알리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것으로 일관했고 알리는  이노끼가 일어나면 한방 날릴 자세만 취하는 지루한 상태가 15라운드 동안 지속되다 결국 무승부로 대결이 마무리되었다.

경기가 끝난 후 다리가 퉁퉁 부운 알리는 이노끼가 누워서 돈을 번다며 비난의 독설을 날렸다. 그러나 종목이 다른 두 사람이 정상적으로 게임을 펼칠 수 있는 규칙을 만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알리 측의 요구로 프로레슬링의 주요 기술을 금지한 이면합의가 맺어진 내막을 보면 이는 필연적인 결과였다. 스탠딩 자세로 알리와 대적할 무기를 잃은 이노끼는 자신에게 불리한 조건을 피하기 위해 누운 채로 싸우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후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노끼를 일방적으로 비난했으나, 그는 굴욕을 견디며 주어진 조건에 맞는 매우 적절한 선택을 한 것이었다.

남북관계에 적합한 게임의 무대란

이처럼 게임에서는 참가자의 능력뿐 아니라 경기규칙과 환경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따라서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면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유리한 게임무대를 선택하거나 만들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남북관계가 장기적으로 화해와 협력의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지만 여전히 여러 영역에서 경쟁적인 면도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어떤 무대에서 경쟁할 것 인가이다. 당연히 분단이라는 악조건에서도 우리가 쌓아온 성과를 계속 발전시키고, 한반도 민중의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경쟁의 무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냉전기에는 군사적·이념적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남북간 경쟁의 주요목표였다. 이러한 경쟁에서 남북이 치른 희생은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행히 지구적 차원에서 냉전체제가 해체되고 한반도에서 남북대화가 진전됨에 따라 군사대결구도가 완화되고 평화와 번영, 삶의 질 향상 같은 화두가 남북관계의 주요 측면으로 부각되었다. 이 경우는 결코 굴욕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경쟁무대에서 남한은 주도적 역할을 발휘할 수 있었고, 더 중요하게는 남북간 경쟁을 윈-윈 게임으로 만들어갈 여지를 넓혀왔다.

그러나 최근 남북의 경쟁무대는 빠른 속도로 군사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남북간에 몇 차례 충돌이 반복되면서 남한 내에는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도하지 못하고 연평도 포격 같은 공격을 당하는 것에 분노를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어떤 방식으로 계산을 해도 군사대결은 결코 우리에게, 그리고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가는 데 유리한 경쟁무대라고 볼 수 없다.

군사경쟁은 공멸의 길

이는 군사적으로 남한이 북한에 비해 밀리기 때문은 아니다. 종합적인 군사력에서 남한이 우위에 있다는 것이 정상적인 판단일 것이다. 전면전이 발발한다면 남한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의 승리라고 말하기 어려운 비극이라고 해야 더 타당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피해야 할 결과이다. 전면적으로 치닫지 않더라도 국지전이 반복될 경우 그 과정에서 막대한 정치·경제·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함은 물론이고 남한이 점점 비정상적인 상황에 빠져들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번 사격훈련 하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었는가? 자족적인 분풀이를 했을지는 모르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고 남북간 군사충돌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재연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분단체제하에서 남한은 어렵게 이룬 정치·경제적 성과조차 하나둘씩 사라지고 북한과 바닥을 향해 경쟁하는 길에 들어설 것이다. 이러한 군사적 경쟁은 장기적으로 남북 모두가 패배하는 길이지만 그 중에서도 누가 잃는 것이 더 많을지는 명약관화하다.

그런데 잃을 것이 많은 남한 내에서도 군사적 긴장을 부채질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남한 시민 사이에서 북의 모험주의적 행동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그 원인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남한 시민은 결코 분쟁이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러한 추세가 강화되는 더 중요한 원인은 남한 내에 여전히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통해 기득권을 강화하려는 세력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북의 연평도 포격이라는 국가적 위기가 발생했음에도 국론의 단합을 추구하기보다 날치기 폭거를 통해 예산안은 물론이고 제대로 심의되지도 않은 법률안까지 통과시키는 행위에서 분단체제를 기득권 유지의 방패로 활용해온 냉전수구세력의 실체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와 집권여당의 국론분열 행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사과도 없이 군사긴장을 고조시키고 국론통합을 강조하고 나서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쟁무대의 이동이 필요하다

따라서 북한의 모험주의적 행동을 방지하기 위한 대비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남북간 긴장상태가 수구냉전세력에 이용되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남과 북 각각에서 이러한 간섭요인들이 계속 작동하고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면 한반도는 물론이고 남한의 선진화도 요원해질 뿐 아니라, 높아진 긴장 속에서 언제라도 전쟁의 참화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을 맞게 된다. 따라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능한 빠르게 경쟁무대를 남한이 이룬 성과를 계속 발전시키고 한반도 민중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남북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불가능한 과제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 내에도 새로운 길을 원하는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을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연평도에서의 사격훈련이 무력충돌을 확대시키지 않고 일단락되면서 긴장 속에서도 짧은 휴지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잘 활용한다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무엇보다 현 정부에는 임기내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계속 막연한 북한붕괴론에 기대어 상황의 악화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무대를 바꾸기 위한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그에 걸맞은 프로그램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 시민도 상황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한국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분단체제라는 질곡에 대한 인식을 가다듬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행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우선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을 막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하며, 2012년 선거에서 이러한 역주행을 표로 심판하고 평화의 의지를 분명하게 표현해야 한다. 시민의 힘이 뒷받침될 때만 분단체제를 활용해 기득권을 누리는 세력을 극복하고 남북관계가 상생의 경쟁, 나아가 협력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특집-조재희 더불어민주당 송파구청장 예비후보】 송파의 삶을 디자인하다
[시사뉴스 강민재 기자] 이번 6.3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 의원 선출을 넘어 ▲정권에 대한 평가 ▲중앙 정치 영향력의 반영 ▲행정구역 재편에 따른 새로운 선거구 조정 ▲선거 질서 관리 강화 등의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중요한 정치 이벤트로 평가되고 있다. 2024년 말 비상계엄 사태와 2025년 정권 교체(탄핵 등 정치적 격변 시나리오 포함) 이후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민심의 향방이 어디로 향할지가 최대 관심사이다. 집권 여당이 된 민주당은 지방권력을 새로 잡거나 수성해야 하는 입장이고,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상황 반전을 위한 토대마련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극복해야 하는 양상이다. 특히, 정치 양극화와 중앙정치 흐름이 지역 민심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송파구청장에 출사표를 던진 조재희 예비후보를 만나 구청장 출마의 변과 구청장이 되면 어떤 구청장이 될 것인가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이번 송파구청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인지. 저는 약 40년 동안 송파에서 거주하며 세 아이를 키웠고, 송파의 변화를 몸소 겪어온 '진짜 송파 사람'입니다. 동시에 이재명 대통령 선대위 정책부본부장을 지냈

정치

더보기
대구광역시장 공천배제 가처분 주호영, 무소속 출마에 “모든 경우의 수 준비”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대구광역시장 공천에서 배제된 것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음을 밝히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저는 오늘 국민의힘 <중앙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이하 공천관리위원회)> 이정현 위원장 주도로 이뤄진 저에 대한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결정을 바로잡기 위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며 “내일 오후 2시 30분 가처분심문기일이 잡혔고 가까운 기간 내에 결정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부의장은 “저에 대한 컷오프 결정은 정상적인 의결 절차가 없었다. 찬성-반대-기권수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사람을 모두 찬성으로 간주했다”며 “헌법, 공직선거법, 당헌·당규, 공천심사규정에 비춰 전혀 민주적이지도 않다. 나는 컷오프 요건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절차적인 흠결 사례가 있는 경우는 법원이 이미 수차례 무효임을 선언했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부의장은 “보수 정당이 배출했던 대통령 두 분의 탄핵이 보수 위기를 낳은 결정적인 원인이지만 그동안

경제

더보기
2차 석유 최고가격 3월 27일 0시부터 적용...휘발유 1934원/ℓ, 경유 1923원/ℓ, 등유 1530원/ℓ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2차 석유 최고가격이 3월 27일 0시부터 적용된다. 산업통상부는 27일 보도참고자료를 발표해 “중동전쟁 이후 국제 석유가격 상승에 따른 국민부담 경감을 위해 지난 3월 13일부터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의 2차 최고가격이 3월 27일 0시부터 적용된다”며 “이번에 산업부가 정한 2차 석유 최고가격은 보통휘발유 리터당 1934원, 자동차용 및 선박용 경유 리터당 1923원, 실내등유 리터당 1530원이다. 어민들의 유류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이번 2차 최고가격 대상 유종에 선박용 경유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2차 최고가격은 1차 최고가격(리터당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 실내 등유 1320원)에 중동전쟁 발발 이후 국제 석유가격 상승분을 반영하고 국내외 석유가격 변동성, 물가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했다. 정부는 이번 2차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최고가격제가 시행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할 때 주유소 판매가격 기준으로 휘발유는 리터당 약 200원, 경유와 등유는 리터당 약 500원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이번 조정안은 중동전쟁으로 인한 위기 속에서 우리 공동체가 함

사회

더보기
이상훈 서울시의원, 서울교통공사 사장 인사청문회서 ‘현장 안전 인력 공백’ 강력 질타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서울특별시의회 이상훈 의원(더불어민주당, 강북2)은 지난 24일 열린 서울교통공사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태균 후보자를 상대로 공사의 고질적인 현장 인력 부족 문제와 관련한 당면 현안인 진접차량기지 개통 준비 부실을 지적하며 사장 후보자의 역량을 검증하였다. 이상훈 의원은 서울교통공사의 경영목표인 ‘안전한 도시철도, 편리한 교통서비스’를 언급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적정인력 확보’와 ‘적절한 설비 유지관리’를 꼽았다. 특히, 사장 후보자가 도시철도 안전대책으로 ‘인적 오류(Human Error) 리스크관리’를 여러 차례 강조한 것에 대해 “안전에 필요한 적정 인력 배치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적 오류를 관리하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상훈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서울교통공사 4급 이하 현업 인력은 정원 대비 393명이나 부족한 반면, 본사에서 일하는 4급 이하 현원은 정원보다 96명이나 더 많은 기형적 상황이다. 이 의원은 “현장에서 시민안전을 책임지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데 본사만 비대해진 상황에서 어떻게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겠느냐”며 조속한 정원 확보와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도한 듯한 제작 연출은 ‘과유불급’이었다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된 트롯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4’가 큰 인기를 끌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매회 참가자들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화려한 무대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 속에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연 프로그램의 연출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특히 한 여성 참가자의 이야기는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했다. 그는 결승 무대에서 탑5를 가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2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최종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얻어 순위를 뒤집고 결국 ‘진’의 자리에 올랐다. 실력 있는 가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분명 당연한 결과였고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본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평가도 나왔다. 우승 자체보다 방송이 보여준 연출 방식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 참가자는 이미 예선전부터 뛰어난 가창력과 안정된 무대매너로 주목을 받아왔다. 예선 1회전에서 ‘진’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고, 무대마다 탄탄한 실력을 보여주며 심사위원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10년 차 가수였지만 그동안 큰 기회를 얻지 못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