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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아시아 큐비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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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입체적으로 사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는, 달리 큐비즘(입체주의)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고, 그저 우리의 마음에 끌린 것을 표현한 데 지나지 않았다” 큐비즘의 대명사인 피카소의 말이다. ‘미술의 혁명’으로 알려진 큐비즘은 20세기 초 피카소와 브라크에서 시작돼 세계 미술사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윤수)은 덕수궁미술관에서 2006년 1월30일까지 ‘아시아 큐비즘- 경계 없는 대화 Cubism in Asia : Unbounded Dialogues’전을 개최한다. ‘아시아의 큐비즘’이란 다소 낯선 이 주제는 큐비즘 양식이 20세기를 관통하는 시기동안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에서 어떻게 알려지고 수용됐으며 변모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국제 수준 모방과 자국문화 창출의 이중적 욕구
덕수궁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올해 마지막 전시인 ‘아시아 큐비즘’전은 한국국립현대미술관, 일본국제교류기금, 도쿄국립근대미술관, 싱가포르국립미술관이 공동 기획해 2년 3개월의 준비기간과 4차례의 공동조사여행을 바탕으로 엄선된 아시아 국가들의 근대기 회화작품으로 꾸며진다.

일본 싱가포르 한국 등 아시아 3개국의 대표적인 국립미술관이 공동으로 참여해 해당 미술관을 순회하는 이번 전시는, 아시아 11개국의 75개 소장처로부터 76명 작가의 작품 113점을 대여해 한 자리에서 보여주는 대규모 ‘아시아 문화의 축제’라 할 수 있다.

‘아시아의 큐비즘’의 변천사 속에는 흥미로운 역사와 자의식을 살펴볼 수 있다. 식민지의 경험을 거친 후 2차대전이후 독립한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한편으로는 독립된 자국의 미술 문화를 새롭게 창출하려는 욕구와 한편으로는 소위 ‘국제화’의 수준을 모방하고 발맞추어 가려는 욕구 사이에서 각국의 화가들은 어떠한 행로를 선택했는지의 문제가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중국의 리화, 인도의 수자, 인도네시아의 아마드 사달리, 일본의 요로즈 테츠고로, 한국의 김흥수, 말레이시아의 아마드 자말, 필리핀의 마난살라, 싱가포르의 청수핑, 스리랑카의 조지 키트, 타이의 솜폿 우파인, 베트남의 타티 등 근대국가의 형성기 활약했던 각국의 주요 화가들이 대거 소개되는 한편, 전시는 이들 여러 국가들의 작품들이 뒤섞인 채 주제별로 분류되고 있어 작품간의 유사성과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를 더한다.

주제 따라 다국적 배치
전시는 나라별로 구획되지 않고, 크게 4개의 주제에 따라 구성된다. 서로 다른 나라의 작품들을 나란히 배열해 그 공통점과 차이점을 읽어가는 사이, 자연히 아시아에 대한 구체적인 상들이 맺어지도록 의도됐다. 주제는 크게 ‘탁자 위의 실험-정물’, ‘큐비즘과 모더니티’, ‘큐비즘에 있어서의 신체’, ‘국토-국민의 창생’으로 구분되며, 이 범주 안에서 ‘큐비즘과 전쟁의 경험’, ‘아시아에 유행한 모자상의 이미지’, ‘종교적인 것과 큐비즘’ 등의 소주제가 다루어진다.

‘정물화’ 부분에서는 아시아 작가들의 정물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조형적 실험을 읽을 수 있다. 피카소, 브라크의 큐비즘에 있어서 모티프의 다수는 정물이었다. 아틀리에의 테이블 위에서 화병이나 나이프, 컵, 악기 등을 구성하면서 형태의 탐구를 시도하는 그들의 제작과정은 마치 화학실험과도 같다. 아시아 작가의 다수도 정물을 모티브로 그 토지의 풍토 등을 엮어나가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발명해나가게 된다.

르네상스 이후의 일점 소실점 투시법에 의한 일루저니즘을 과감히 버리고 큐비즘이 제시한 다수의 시점으로부터 동시에 대상을 파악하는 인식 방법은 ‘근대’라고 하는 시대가 생겨난 새로운 ‘시선’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아시아 국가들에 있어 ‘진보’라는 이념을 기본으로 진행된 사회적인 근대화(공업화 도시화)에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각국의 예술가들도 종전의 자연주의적인 회화를 버리고 미술의 ‘근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큐비즘을 중요한 전략으로써 이용해 나간다. ‘큐비즘과 모더니티’를 주제로 엮은 2장에서 이들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시아적 모티프와 연결, 독자적 양식으로 성숙
피카소와 브라크의 초기 큐비즘 초상화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신체를 기하학적으로 분석 재구성해나가는 모습은 관객으로 하여금 커다란 충격을 던져 준 것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아시아의 큐비즘 화가들 또한 신체의 분석을 시도했다. ‘큐비즘에 있어서의 신체’장에서는 ‘나부상’ ‘군상’ ‘자화상’과 같은 회화상의 전통적인 주제를 큐비즘이라는 형식을 빌려 표현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토-국민의 창생’에서는 아시아라는 지역에서 큐비즘은 전통적 풍물 및 역사적 사건 혹은 풍성한 수확, 혼돈으로 번잡한 도시 그리고 또한 종교, 신화와 같은 모티프와 연결되면서 독자적인 양식으로 성숙해나갔음을 보여준다. ‘큐비즘’과 이들 ‘국토’라고 총칭될 만한 요소와의 결부는, 피카소와 브라크의 큐비즘이 단색조를 고집한 것과는 달리 채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화려하고 장식적인 ‘아시아의’ 큐비즘을 탄생시킨 큰 요인 중 하나가 됐다
1950년대을 중심으로 아시아 문화 형성사의 일면을 미술작품이라는 구체적인 단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아시아’라는 화두가 그 중요성을 더한다. 전시와 더불어 출품작 및 논문 16편, 출품작가 76명의 자료, 색인 등이 수록된 도록이 발간되며, ‘아시아 20세기 미술’ 전반을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 및 아시아 관련 영화 상영도 함께 마련된다. 02-2022-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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