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13 (토)

  • 흐림동두천 0.2℃
  • 흐림강릉 7.0℃
  • 서울 3.0℃
  • 대전 4.2℃
  • 흐림대구 8.4℃
  • 울산 8.9℃
  • 광주 6.0℃
  • 흐림부산 11.1℃
  • 흐림고창 5.6℃
  • 제주 13.8℃
  • 흐림강화 0.8℃
  • 흐림보은 3.7℃
  • 흐림금산 4.0℃
  • 흐림강진군 6.7℃
  • 흐림경주시 9.3℃
  • 흐림거제 11.2℃
기상청 제공

문화

가을 극장가, 사랑에 물들다

URL복사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극장가는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로 물들기 시작했다. 9월에 ‘외출’ ‘종려나무 숲’ ‘너는 내 운명’ ‘사랑니’가 개봉했고,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새드무비’ ‘소년, 천국에 가다’ ‘사과’ ‘사랑을 놓치다’ ‘애인’ ‘파랑주의보’ 등의 작품들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양적으로만 풍성한 것이 아니다. 통속극에 머물던 멜로가 진일보하면서 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는 추세. 다채로운 감성과 스타일의 멜로물들을 놓고 관객들은 행복한 고민에 사로잡힐 듯하다.

울어도 좋아
올 가을 멜로 중에서 가장 고전적인 로맨스를 보여주는 영화는 전도연 황정민 주연의 ‘너는 내 운명’이다. 노인들의 사랑을 담은 ‘죽어도 좋아’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박진표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너는 내 운명’은 다방 종업원과 농촌 총각의 순애보, 전남편의 폭력, 매춘부로 전략, 치명적 질병 등 1970년대 호스티스 멜로를 떠올릴 만큼 전형적인 신파 요소들을 모두 모아놓았다. 예고편만 봐도 뻔해 보이는 이 영화는 하지만 ‘진심’의 힘이 담긴 비범한 신파로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객석이 온통 울음바다가 됐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감성적인 여성 관객의 관심을 사로잡았고, 주연 배우의 열연과 감독의 내공으로 진중한 깊이를 지녔다는 평가까지 더해지면서 빠른 속도로 관객층을 넓혔다.

정통 멜로를 정공법으로 다루는 ‘너는 내 운명’은 사실 1990년대 중반 이후 애정물에게 찾기 어려운 스타일이 됐다. 멜로드라마가 사랑과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으면서 사랑이 그렇듯, 멜로물 역시 다양한 모습을 갖게 된 것은 이미 오래. 하지만 이 같은 신파의 힘은 적어도 가을에는 여전한 위력을 갖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작년 가을 극장가를 점령한 영화 ‘가족’은 영화 관계자들이 전혀 흥행을 예측하지 못했던 히든카드였다. 스타가 등장하지 않는데다 이미 한물 간 줄만 알았던 전형적 최루물의 형식을 지닌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감수성 자극받는 가을에 울고 싶은 관객들의 마음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관객의 모습을 다큐처럼 담아냈던 ‘가족’의 TV 광고는 작정하고 관객을 울리는 흥행전략의 노골성을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요즘 멜로 풍경, 떼거지 연애
남녀가 만나서 티격태격 유쾌하게, 또는 애절하게, 또는 쓸쓸히 계속 사랑하든가 헤어지든가 하는 결말로 흘러가는 멜로의 정석은 이처럼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견고한 ‘틀’이 깨어지기 시작한지 오래다. 김정은 주연의 ‘사랑니’나 ‘소년, 천국에 가다’ 같이 멜로는 판타지와 결합하기도 하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새드무비’ 등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일상의 삶에 밀착해 들어가기도 한다.

특히 올해 로맨스물들은 한층 삶 속의 사랑, 자아 속의 사랑의 존재에 대한 깊이를 지닌 작품이 풍부해졌다. 단순한 짝짓기에서 벗어나 한 인물의 사랑의 연대기를 풀어나가면서 내면을 읽거나, 여러 인물들의 사랑을 나열하면서 사랑에 대한 본질적 탐구에 이르는 식이다. 트렌드가 이렇다 보니 주인공 두 명으로 딱 떨어지던 과거와는 달리 등장인물들이 많아지는 현상은 드라마에서조차 뚜렷한 경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문소리 주연의 ‘사과’는 주인공 여자가 두 남자에 걸쳐 경험하는 사랑과 결별의 과정을 통해 20대 후반 여성의 심리를 심층적으로 보여준다. 30세 학원 강사와 17세 소년의 사랑을 그린 ‘사랑니’는 역 원조교제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 옛 연인과 현재의 사랑이 교체하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사랑의 원형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종려나무 숲’ 또한 할머니, 어머니, 딸 등 3대에 걸친 슬픈 사랑이야기 속에 사랑의 속성과 운명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은 지방대 여교수와 다섯 남자의 애정을 코미디의 양식으로 보여주는 색다른 연애담이 될 전망이다.

로맨스도 인생이다
2003년 개봉해 인기를 모았던 ‘러브 액츄얼리’는 충무로 멜로에 영감을 주었다. 여러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새드무비’는 ‘러브 액츄얼리’를 떠올리게 한다.

일단 두 영화 모두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스타가 대거 출연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엄정화 황정민 임창정 김수로 주현 등이 출연하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각기 다른 여섯 커플의 사랑을, 정우성 임수정 차태현 염정아 신민아 손태영 등이 출연하는 ‘새드무비’는 네 커플의 찬란한 이별을 다중스토리 구조를 통해 보여준다.

이들 영화가 ‘러브 액츄얼리’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단지 옴니버스 형식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군상들의 삶, 그 중심부에 놓인 사랑에 밀착해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물건을 팔면서 어렵게 생활하는 청년(임창정)이나 20년째 단관 극장을 운영하며 지내는 고집불통 구두쇠(주현), 데이트 비용을 벌기 위해 스파링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난한 고시생(차태현)의 이야기 등 ‘다중 멜로’들은 로맨스를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인생 드라마 속에 녹였다. ‘너는 내 운명’ 또한 계층적 선입견에 대한 진중한 시선이 평론가들에게 인정받기도 했다.

멜로의 변종, 혹은 다양성은 이 시대의 삶과 사랑을 담기에 멜로의 도식은 불편하고 억지스럽다는 자연스러운 인식에서 형성된 것이다. 헐리우드 차용이 많기는 하지만 멜로에 대한 새로운 실험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그만큼 사랑에 대한 담론이 깊고 풍부해졌다는 반증이라는 점에서 반길만하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여야,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 정면충돌...“특검 도입하자”vs“물타기, 정치공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정치권 인사들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여야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 등은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해 “국회는 즉시 ‘통일교 게이트 특검’ 도입을 준비해야 해야 한다”며 현행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범한 민중기 특별검사의 직무유기도 새 특검이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민중기 특검의 책임 규명과 즉각적 해체는 필수이다. 마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차 종합특검을 발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태이다”라며 “여기에 민중기 특검의 직무유기 부분을 민주당과 통일교 유착관계와 포함해 특검을 실시하면 매우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통일교 게이트의 진실을 끝까지 추적하고 연루된 모든 사람에게 법적·정치적 책임을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서 “개혁신당이

경제

더보기
김윤덕 국토부 장관 "2026년 상반기 주거복지 추진 방향 발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국토교통부가 오는 2026년 상반기 주거복지 추진 방향을 내놓는다. 내후년에는 2차 공공기관 이전 절차에 착수한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1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국민이 원하는 곳에 빠르고 충분하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수도권 공공택지는 2026년에 2만9000호 분양, 5만호 이상 착공에 들어가고 3기 신도시 입주도 본격화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도심 유후 공간을 활용하고 민간 정비사업도 활성화해 도심 공급 확대할 것"이라며 "공적주택 110만호를 확실히 공급해 주거 사다리를 다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공적주택 110만호 공급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다. 김 장관은 또 "지방을 살릴 핵심적 과제는 공공기관 2차 이전"이라면서 "내년에 이전 대상과 지역을 확정하고 2027년부턴 이전을 시작할 예정으로 1차 때보다 더 많은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국토부는 현재 35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이전 여부를 검토 중이다. 대통령 세종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완공도 임기 내 반드시 완공하겠다는 목표다. 새정부의 균형

사회

더보기
확정되지 않은 형사 사건 판결서도 열람·복사 가능 법률안 국회 통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확정되지 않은 형사 사건 판결서도 열람·복사할 수 있게 하는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12일 본회의를 개최해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59조의3(확정 판결서등의 열람·복사)제1항은 “누구든지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판결서 또는 그 등본, 증거목록 또는 그 등본, 그 밖에 검사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ㆍ물건의 명칭ㆍ목록 또는 이에 해당하는 정보(이하 ‘판결서등’이라 한다)를 보관하는 법원에서 해당 판결서등을 열람 및 복사(인터넷, 그 밖의 전산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한 전자적 방법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 제59조의3(판결서등의 열람·복사)제1항은 “누구든지 판결이 선고된 사건의 판결서(확정되지 아니한 사건에 대한 판결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또는 그 등본,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증거목록 또는 그 등본, 그 밖에 검사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ㆍ물건의 명칭ㆍ목록 또는 이에 해당하는 정보(판결서 외에는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한정하며, 이하 ‘판결서등’이라 한다)를 보관하는 법원에서 해당 판결서등을 열람 및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또 만지작…전국을 부동산 투기장으로 만들 건가
또 다시 ‘규제 만능주의’의 유령이 나타나려 하고 있다. 지난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규제 지역에서 제외되었던 경기도 구리, 화성(동탄), 김포와 세종 등지에서 주택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는 이제 이들 지역을 다시 규제 지역으로 묶을 태세이다. 이는 과거 역대 정부 때 수 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낳았던 ‘풍선효과’의 명백한 재현이며,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규제의 굴레, 풍선효과의 무한 반복 부동산 시장의 불패 신화는 오히려 정부의 규제가 만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곳을 묶으면, 규제를 피해 간 옆 동네가 달아오르는 ‘풍선효과’는 이제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고전적인 공식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10.15 부동산대책에서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를 규제 지역으로 묶자, 바로 그 옆의 경기도 구리, 화성, 김포가 급등했다. 이들 지역은 서울 접근성이 뛰어나거나, 비교적 규제가 덜한 틈을 타 투기적 수요는 물론 실수요까지 몰리면서 시장 과열을 주도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는 불이 옮겨붙은 이 지역들마저 다시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이들 지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