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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군’의 위험한 흥행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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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에는 오랑캐를 무찔렀다는 정체불명의 ‘신병(神兵)’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이 신병이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간 군인들이라면? 그들이 조선시대 영웅을 만난다면? 역사에 대한 이 같은 흥미로운 상상이 영화 ‘천군’의 출발이 됐다. 이순신의 청춘 시절에 대한 SF적 상상 보고서인 이 영화는 ‘남한정권의 의도적 영웅 만들기’라는 대사까지 넣으며 ‘이순신 신화’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다. 청년 이순신은 도적질 사기 밀매까지 일삼는 한심한 백수로 묘사되기도 한다. 하지만 상업영화로써 대중은 영웅을 원한다는 이론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을까?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민족을 앞세우며 ‘남한정권’과 같은 방법으로 이순신 신화를 극대화시킨다. 이 영화가 선택한 흥행전략은 앞으로는 ‘영웅 이미지 뒤집기’라는 현대적 발상을 내세우고 뒤로는 감상적 보수이데올로기를 숨기는 것이다.

이순신도 한때 문제아였다
평범한 현대인이 과거로 시간여행을 가서 구세주가 된다는 설정은 시간여행 영화의 한 장르로 분류될 수 있을 만큼 흔하다. ‘12몽키즈’에서 미래의 감옥에서 파견된 주인공은 예언자로서의 사명을 안고 인류의 운명을 짊어지며, ‘이블데드3’에서 어수룩한 애쉬는 엽총과 중고차 등 문명의 이기 덕분에 구세주로 추앙받는다. ‘흑기사 중세로 가다’에서 놀이동산청소부로 자말은 중세시대로 가서 민중의 전설인 흑기사가 된다.

21세기 군인들이 조선시대로 가서 이순신을 만난다는 스토리를 담은 ‘천군’ 또한 공식적인 해프닝을 거쳐 양민들에게 ‘신병’으로 오인 받는다. 여진족들의 무자비한 살육 현장에 떨어진 남북 연합군은 초현대식 무기로 간단히 상대를 제압한다. 이 같은 장르에서 등장하기 마련인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식의 해프닝들은 익숙하지만 재미있다.

수류탄의 위력을 모르고 안전핀을 뺏다 꽂았다하는 형방이 모습이나, 초코바를 먹는 이순신의 천진한 표정은 웃음을 유발한다. 무과에 낙방한 청년 이순신의 한심한 행색은 그 자체로 영웅에 대한 전형성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준다. 이순신을 무과에 합격시키기 위해 훈련시키고 독려하는 ‘미래인’에게 이순신이 ‘장인이 보낸 사람들이냐’고 묻는 장면은 압권이다. 물론 코미디적 상상력은 금새 바닥이 드러나고 다소 유치하거나 억지스러운 개그도 많다. 박중훈의 개인적 재능도 발휘될 기회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문제는 다른데 있다.

영웅에 대한 강박관념과 빈곤한 상상력의 결합
장르의 규칙과 흥행요소들을 짜깁기한 영화의 전개는 개연성이나 설득력이 무시돼 카드로 만든 집처럼 엉성하고 위태롭다. 여기에 정해진 결론에 대한 조급증과 얄팍한 세계관까지 더해져 영화는 위험한 경로로 접어든다. 감독은 이순신의 인간적 면모를 앞세웠지만 본심은 영웅적 면모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아무리 망가져도 이순신은 영웅이라는 감독의 강박관념과 빈곤한 상상력은 이순신을 성급하게 영웅화하려는 발상들로 채워진다.

이순신은 어떻게 영웅의 면모를 갖추어 가는지, 영웅 일화를 잘 모르는 북한 장병들이 어떻게 이순신에게 동화되어 가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이순신은 나약한 한 인간과 걸출한 영웅의 경계에 어정쩡하게 걸쳐 있다가 납득할만한 계기 없이 엄숙한 얼굴을 하고 서 있다. 마치 영웅의 면모는 감출 수 없는 선천적 기질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클라이맥스인 전투씬은 감독의 야심이 가장 많이 엿보이지만, 영화적 감각의 빈곤함이 가장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하다. 제작비를 쏟아 부은 피범벅 전투씬은 드라마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리얼하고 잔인해서 당혹스럽다. 여진족을 향해 내리치는 칼과 도끼의 드라마틱한 움직임, 피 튀는 잔혹한 비주얼은 양민을 학살하는 여진족의 살육 장면보다 더 참혹해서 오히려 감정이입을 방해한다.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스펙터클한 전쟁영화로 정체성이 혼돈될 지경이다.

냉전이데올로기의 새로운 부활
감독은 전투 장면을 통해 ‘남북이 하나 돼 민족영웅을 도와 저토록 처참히 싸우고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면서 감동을 강요한다. 하지만 단순한 민족주의적 감성에 의존해 감동을 이끌어내려는 발상은 안일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남북공동으로 비밀리에 핵을 완성한다는 설정부터 시작해 영화는 감상적 민족주의를 이용, 교묘하게 흥행심리를 자극한다.

이민족을 야만스럽고 이질적으로 묘사해 ‘적’을 무찔렀을 때 통쾌감을 극대화시키는 헐리우드의 단골 ‘편법’은 불쾌하게 재현된다. 남북화합을 이야기한답시고 ‘너네는 적도 아니면서 왜 맨날 이렇게 싸우냐’는 의미심장한 대사를 날리지만, 영화에서 ‘적’과 ‘아군’의 기준은 실체 없는 환상인 ‘민족’일 뿐이다. 남침을 했어도 같은 ‘피’를 나눈 북은 ‘민족’이기 때문에 화해해야 하지만, 여진족은 ‘다른 피’기 때문에 ‘적’일 뿐이라는 논리다. 화합을 위해 공동의 적을 만드는 방식은 ‘집단의 유령’을 운영하는 지배자들의 전형적인 전략이다.
냉전시대 정권은 국민들에게 북한을 공포와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하도록 교육시켰다. 뉴스에서 간첩은 의도적인 카메라 앵글로 흉악하게 묘사되고 만화에서 북한의 공산당들은 늑대로 그려졌다. ‘천군’은 사라진 북한의 자리에 여진족을 끼워 넣고 ‘적’의 이미지를 세뇌시킨다. 공동의 ‘적’이야말로 민족감정을 자극하기에 더 없이 좋은 재료이며, 민족감정은 흥행몰이에 가장 손쉬운 보수이데올로기기 때문이다.

출구 없는 죽음의 미로 더 로드
감독 : 장 뱁티스트 안드레아, 패브리스 카네파
출연 : 레이 와이즈, 린 쉐이, 알렉산드라 홀든

크리스마스를 맞아 네브라스카주 친척집으로 향하던 해링턴 가족은 지름길을 찾다 낯선 길에 들어선다. 하지만,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일생일대의 실수였다. 지름길이라 생각했던 길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이어지고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던 해링턴 가족 앞에 아기를 품에 안은 묘령의 여인이 나타난다. 죽음에서 금방 깨어난 듯 음산한 분위기의 그녀가 갑자기 사라진 후, 실체를 알 수 없는 공포가 서서히 헤링턴 가족을 위협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차와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가족의 죽음. 그 속에서 가족간의 비밀이 드러난다.

복수 시리즈 완결편 친절한 금자씨
감독 : 박찬욱
출연 : 이영애, 최민식, 오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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