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초등학생 학교폭력 피해율이 12.5%로 급증하며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학교폭력 예방 전문 NGO인 BTF푸른나무재단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들을 향해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 3대 정책'을 공식 제안했다. BTF푸른나무재단이 19일 서초동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6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다가오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교육감 및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들을 향한 학교폭력 예방·대응 정책 제안을 공식 발표했다. 1995년 설립된 BTF푸른나무재단은 2001년부터 매해 전국 단위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전국 초·중·고교생 8,476명을 대상으로 한 학생 실태조사와 보호자 521명을 대상으로 한 학부모 인식조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정책 제안의 현장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교사·지역전문가·청소년 303명을 대상으로 한 정책 의견 수렴 조사도 함께 실시하였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학교폭력의 저연령화와 신체폭력의 부활이다. 초등학생 응답자 중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2.5%로, 2년 전과 비교해 약 2.5배 급증하며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밀치기나 때리기 등 전체 응답자가 신고한 학교폭력 유형 중 신체폭력 비중은 17.9%로 집계돼 코로나19 시기 잠시 주춤했던 오프라인 폭력이 다시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초등학생의 신체폭력 인지율은 55.3%에 그쳐, 저연령 학생들이 폭력과 장난의 경계를 충분히 구분하지 못한 채 갈등을 신체적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을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사이버폭력에서는 온라인게임을 매개로 한 피해가 급격히 확대되었다. 사이버폭력 피해 응답군 중 온라인게임 피해 비중은 2024년 16.2%에서 2025년 39.9%로 증가했으며, 온라인게임은 사이버 갈취·강요 피해 장소 1위(36.6%), 사이버 성폭력 피해 장소 1위(30.4%)로 나타났다. 특히 온라인게임 피해학생의 온·오프라인 중복 피해 경험률은 95.7%로, 전체 피해학생의 중복 피해 경험률 40.2%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온라인게임이 단순한 놀이 공간을 넘어 현실 관계와 결합된 복합 피해의 주요 경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의 사이버폭력은 놀이와 결합해 대단히 정교해졌다. 사이버폭력 피해의 39.9%가 ‘온라인 게임’을 매개로 발생했으며, 이 중 무려 95.7%의 학생들이 온·오프라인 중복 피해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온라인게임이 단순한 놀이 공간을 넘어 현실 관계와 결합된 복합 피해의 주요 경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단 측은 "온라인 게임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 현실의 관계와 결합한 복합적인 피해 경로가 됐다"고 분석했다. 학교 현장의 방관 문화와 분쟁의 사법화 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다. '학교폭력을 목격하고도 가만히 있었다'는 방관 응답은 54.6%로 2021년(21.5%)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방관 이유로는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몰라서(27.0%)'가 가장 많았다. 또한, 학폭 이력이 입시와 취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짐에 따라 가해 학부모가 사과를 막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피해 후 쌍방 신고(맞학폭)를 경험한 비율이 52.6%에 달해 학교 내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피해 학생의 70.8%는 가장 필요한 도움으로 ‘가해 학생의 사과’를 꼽았으나, 정작 현장에서는 진심 어린 반성과 교육적 해결보다는 행정 소송과 진흙탕 싸움이 우선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악순환을 끊는 주요 단서로는 사과와 반성이 확인되었다. 2025년 피해가 해결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가해학생에게 사과를 받지 못해서’(50.8%)였고, 피해 후 필요한 도움으로 ‘가해학생의 사과’를 꼽은 응답도 2023년 51.8%에서 2025년 70.8%로 증가했다. 가해학생 역시 당해연도 가해를 그만둔 가장 큰 이유로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게 되어서’(37.0%)를 꼽았다. 그러나 학부모 보고에 따르면 피해 후 쌍방 신고 경험은 2023년 40.6%에서 2025년 52.6%로 증가해, 현장 대응이 사과와 반성의 기회로 이어지기보다 분쟁으로 확대되는 현실이 드러났다. 이는 사과와 반성이 형식에 그치지 않고, 피해 회복과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적 해결 기회가 마련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학교폭력 감수성과 예방교육의 실효성도 중요한 과제로 나타났다. 모든 학교폭력 유형을 학교폭력으로 인식한 학생의 비율은 64.0%에 머물렀고, 목격 후 방관 이유 중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몰라서’는 2023년 12.6%에서 2025년 27.0%로 증가해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예방교육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학생 중 피해학생을 도운 비율은 31.9%였지만, ‘매우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한 학생은 68.0%가 도움행동을 실천했다. 그럼에도 예방교육 만족도는 2024년 72.0점에서 2025년 69.8점으로 하락해, 예방교육이 정보 전달을 넘어 감수성과 행동 역량을 기르는 방식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학교폭력 대응이 사안 처리와 처벌 중심에 머물러서는 충분하지 않으며, 학생들이 폭력을 인식하고 안전하게 개입하며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적 해결 체계가 강화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관련하여 교육부도 교육적 해결 차원의 초등학교 저학년 관계회복 숙려제 도입, 방어자 양성, 사이버폭력 대응을 위한 민관 협력 강화 등 학교폭력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학교폭력이 발생되는 온·오프라인 현장이 정책을 넘어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민간의 전문성, 가정과 지역사회의 참여, 교육당국과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과 기업의 책임 있는 역할이 함께 결합되어야 한다. ‘2026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는학폭 피해학생의 보호자인 박지연(가명)씨도 참석했다. 박씨는 2년 동안 자녀가 또래 학생들에게 폭행과 괴롭힘을 당했다고 언급하며 "학교폭력을 인지하기 전에는 어떤 일 벌어지고 있지만 학폭인지 모르는 답답함이 있었고 후에 학폭인지 알고난 후에는 증거영상을 마주해서 충격이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아이가 심하게 당하고 나서 학교 진학도 포기하고 지금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며 지금도 말 못 하고 있을 피해학생과 보호자들을 위해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정책 제안은 학교 안에서는 ▲안전한 학교 회복 ▲되풀이되는 학교폭력의 악순환 차단 ▲침묵과 방관의 학교문화 개선을, 지역사회에서는 ▲학교폭력 대응이 작동하는 지역 책임체계 마련 ▲아동·청소년 마음건강 인프라 확충 ▲학교폭력의 지역사회 갈등 확산 예방을 핵심 방향으로 구성됐다. 이종익 BTF푸른나무재단 상임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후보들의 학폭 정책은 학생 안전과 공교육 신뢰를 가늠할 핵심 기준"이라며, 실태조사에 기반한 정책 반영을 촉구했다. 또한, 이 대표는 "학교폭력은 피해학생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공동체 전체의 안전과 회복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는 아이들이 매일 살아가는 공간이고, 지역사회는 아이들 삶의 기반"이라며,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 후보들이 이를 주요 공약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가장 심각한 현상은 '진정한 사과의 실종'과 '법적 분쟁의 확대'다. 대입과 취업 등에서 학교폭력 이력 불이익이 강화되자, 가해 학생 측 부모들이 도리어 피해 학생을 상대로 '맞학폭' 신고를 넣거나 법적 소송을 남발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실제로 학폭 신고자 중 절반가량이 맞신고를 당하는 처지에 놓였다. 김미정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 해도, 부모가 '소송이나 심의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며 사과를 가로막는 기막힌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법 만능주의가 학교 현장을 황폐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BTF푸른나무재단은 학교폭력 문제해결의 출발점은 실태를 정확히 알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는 신념 아래 25년째 전국 단위 실태조사를 지속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