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 김성훈 기자] SPC 계열사 공장에서 또다시 사망사고 발생했다. 최근 3년간 벌써 세 번째다. 현재 형사재판 중인 허영인 SPC 회장의 약속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번 사망사고에 대해 강력 대응을 주문하고 있고, 고객들의 불매운동 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동일한 패턴의 반복되는 사망사고
지난 19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작업자 A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A씨가 기계에 윤활유를 뿌리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날 A씨 부검을 진행한 뒤 경찰에 “머리, 몸통 등 다발성 골절로 인한 사망으로 보인다”는 1차 소견을 냈다.
시흥경찰서는 공장 관계자 일부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입건해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중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 SPC시화공장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SPC 계열사에서는 지난 3년여간 총 3건의 사망사고와 5건의 부상 사고가 발생했다. 유사한 사고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반죽 기계나 컨베이어 벨트 끼임 사고가 사망이나 손가락 골절, 절단 등 상해로 이어지고 있다.
2022년 10월에는 SPC 계열사인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 B씨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SPL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 2023년 8월에는 성남시 소재 SPC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 C씨가 반죽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났다. C씨는 2인 1조로 원형 통에 담긴 반죽을 리프트 기계에 올린 뒤 다른 통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다가 함께 일하던 D씨가 안전 확인 없이 기계를 작동시키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C씨는 치료받다가 사흘 뒤에 사망했다.
말 뿐인 사과...개선은 의문?
사망사고가 날 때마다 SPC 경영진은 고개를 숙이며 한결같이 근로환경 개선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는 지난 19일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사건 수습과 재발 방지에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김 대표는 “관계 당국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고 직후 공장 가동을 즉시 중단했고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의 심리 안정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2년 국회 환노위 국감에 증인 소환된 SPC그룹 계열 평택 제빵 공장(SPL) 강동석 전 대표도 동일한 내용의 사과를 반복했다. 이후 강 전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수원지법 평택지원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으나,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SPL 법인도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2023년 이뤄진 국회 환노위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도 동일한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허 회장은 “안전경영위원회를 만들어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며, “시간을 주면 좋은 직장, 안전한 회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공개적인 사과와 약속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말뿐인 사과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허영인 회장 고발 당해...사면초과 SPC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이번 사망사고 관련, 허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민위는 “비슷한 사망사고가 반복된 점을 감안할 때 사회적 혼란이 커질 수 있다”며,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엄정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SPC그룹은 사고 날 때마다 국민께 머리 숙이고 근본적인 재발방지 등을 약속하였지만 공염불이었다”며, “회사 경영진의 사과는 순간만 모면하자는 마음으로 국민을 기만하였다고 단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국민에게 참회할 자격조차 없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0일 “부끄러운 ‘노동 후진국’ 근로환경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당시 노동환경과 안전관리 문제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 회사 대표이사가 유가족과 국민들 앞에서 사과를 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또다시 유사한 사고가 반복 발생한 데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정부는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반복된 산재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PC 불매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일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SPC 계열사들의 브랜드명이 적힌 ‘불매 리스트’가 공유됐다. 누리꾼들은 “여태 계속 불매해 왔는데, 3년 동안 바뀐 게 하나도 없다”, “50대 여자 근로자가 기계에 몸이 끼여서 두개골 파열되고 사망하셨다는데 크보빵을 꼭 드셔야겠는지 모르겠습니다”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