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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문근영이란 이름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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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란 이런 존재다. 그가 입은 옷은 불티나게 팔리고, 그가 간 식당에는 사진이 붙으며,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함께 유명인이 된다. 문근영은 스타다. 그것도 활동이 없을 때도 인터넷 인기검색어 10위권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대박 스타임에도 안티가 없는 연예계의 희귀종, 별 중의 별이다. ‘댄서의 순정’은 그런 그녀가 선택한 영화다. 그녀의 차기작이란 말은 곧 흥행을 보장받았다는 말과 동의어다. 대중은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갈 것이다. 적어도 영화 관계자들은 이렇게 믿고 있다.

 ‘적당히’ 컨셉, 그것도 쉽지만은 않다
 ‘댄서의 순정’은 스타성의 한계를 실험하기 좋은 영화다. 과연 관객은 스타를 보기 위해 어디까지 허접한 영화에 아낌없이 돈을 지불할 것인가? ‘어린신부’는 스타성이 승리했다. 영화의 완성도는 떨어졌지만 문근영이란 배우가 가진 매력을 절묘하게 끄집어 낸 것이 ‘어린신부’가 사는 법이었다.
‘댄서의 순정’ 또한 비슷하다. 그녀의 깜찍함과 순수함을 충무로 흥행 공식인 적당한 유머와 적당한 신파에 적당히 뒤섞어주는 것이 이 영화의 생존 전략이다. 하지만 그 ‘적당히’도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댄서의 순정’은 안일한 시나리오와 진부한 연출로 문근영이라는 최고의 카드조차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참극을 빚어낸다.
문근영은 여전히 깜찍하고 깨끗하고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앙증맞지만 영화는 소파에 누워서 리모컨으로 TV만 돌리고 인스턴트 음식만 먹는 게으름뱅이처럼 나태하기만 하다. 하루 10시간 6개월 동안 훈련 받았다는 문근영의 춤 솜씨와 조선족 선생님께 배웠다는 연변 사투리만이 관객에 대한 성의를 보여줄 뿐이다.
연변 최고의 댄스스포츠 선수인 언니의 대역으로 서울에 온 19살 소녀 장채린은 한때 댄스스포츠 국가대표선수였던 나영새의 파트너다. 하지만 곧 정체가 탄로 난 채린은 술집으로 팔리고 연민을 느낀 영새는 채린을 데리고 와 처음부터 교육시켜 훌륭한 댄서로 만든다. 영새는 채린으로부터 망가진 자기 삶의 재활을 꿈꾸고 채린은 영채로부터 춤과 함께 사랑을 배운다. 성장기 모티브를 춤의 비주얼과 결합한 이 스토리는 이미 ‘더티 댄싱’에서 보여줄 거 다 보여준 낡은 테마.
문제는 이 단순한 내용마저 억지로 끌어나간다는 점이다. 작위적인 캐릭터에 작위적인 구성, 거기다 신파 공식을 대입하면서 빚어지는 민망한 ‘쇼’들은 웃음을 참기 힘들 정도다. 영새의 라이벌 현수가 채린에게 “그 자식은 3류일 뿐이야”라고 거듭 이야기 하는 장면이나, 현수가 다리를 절며 애써 비참한 광경을 연출하는 장면은 60년대 영화를 방불케 한다.
차차 삼바 룸바의 화려한 춤의 성찬 또한 배우들의 고생과 실력을 짐작케는 하지만 엉성한 스토리를 보완해줄 만큼의 비주얼에 달하진 못한다. 특히 댄스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고난도의 기술을 성공시키는 결정적 장면을 교차 편집으로 슬쩍 넘어간 점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롤리타신드롬’에 이은 ‘연변처녀신드롬’?
문근영의 이미지는 성적 판타지로 소비된다. ‘어린신부’가 롤리타신드롬이라면 ‘댄서의 순정’은 ‘연변처녀신드롬’이랄까. ‘댄서의 순정’은 ‘어린신부’보다 더 노골적으로 문근영의 순진한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이용한다. 연변처녀라는 설정은 여권 운운하며 매사에 땍땍거리고 목소리 높이는 여성에게 질린, 가부장제에 향수를 느끼는 남성들을 자극하기에 좋은 소재다. 마치 ‘북한 미녀 응원단’에게 남한 남성들이 성적 판타지를 느꼈던 것처럼, 과도기에 선 한국남성에게 때 묻지 않은 고전적 여인상은 성적 동경의 대상이다.
문근영 특유의 순진무구한 눈빛과 천진난만한 표정, 머뭇거리는 듯한 말투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키는 대로 다 믿고 순종하는 ‘백지 여성성’의 극단을 보여준다. 채린은 화려한 물질적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순정을 바치고, 술집에 가서도 자기가 몸을 팔게 됐다는 상황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상상 속에서 영새가 성적 접근을 시도하자 채린은 공포에 벌벌 떤다. 이런 여성상은 이미 박제화 된 판타지로 존재한다. 때문에 이 판타지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연변에서 소녀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문근영은 매력적이지만 이 소비적 이미지가 얼마나 유효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은 뮤지컬 스타 박건형은 밋밋한 캐릭터 속에서 특별한 개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댄서 김’ 김기수나 ‘복길이’ 김지영 등의 조연들은 영화의 양념은커녕 흐름을 툭툭 끊어버리는 거슬리는 화학조미료로 전락한다. ‘중독’을 연출했던 박영훈 감독은 전작에 이어, 작은 아이디어 하나로 영화를 억지로 이끌어나간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듯 하다. 이런 재난 속에서도 문근영은 관객을 끌어당길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오로지 스타의 승리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스타 이미지의 활용조차, 이 영화는 ‘어린신부’의 재탕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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