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1.14 (수)

  • 흐림동두천 -11.2℃
  • 맑음강릉 -4.9℃
  • 구름조금서울 -8.6℃
  • 맑음대전 -5.4℃
  • 맑음대구 -2.8℃
  • 맑음울산 -2.4℃
  • 맑음광주 -2.5℃
  • 맑음부산 0.3℃
  • 맑음고창 -4.1℃
  • 맑음제주 3.8℃
  • 흐림강화 -10.9℃
  • 맑음보은 -6.3℃
  • 맑음금산 -4.6℃
  • 맑음강진군 -1.6℃
  • 맑음경주시 -2.8℃
  • 맑음거제 0.9℃
기상청 제공

사람들

【이화순의 아트&컬처】 캔버스에 시(詩) 쓴 단색화 선구자 김기린, ‘무언의 영역’ 개인전

URL복사

작고 이후 첫 개인전, 갤러리현대서 7월 14일까지
작업 초기부터 유작 40여 점과 아카이브 출품
1970년 단색화 시작점 찍은 작품 선보여

갤러리현대가 본관에 마련한 김기린 개인전 ‘무언의 영역’은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다. 작고 이후 첫 개인전이다. 작업 초기부터 2021년 작고할 때까지 지속한 작품 40여 점과 직접 창작한 시와 사진 자료 등의 아카이브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갤러리현대는 ‘단색화의 선구자’에 방점을 찍었다. 

 

단색화는 1975년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5인의 한국 작가들, 다섯 가지 흰색’ 전이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경향인 단색화의 시발점으로 통했다. 당시 박서보, 이우환, 하종현, 권영우, 윤형근, 정상화 등이 대표작가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는 도쿄 전시보다 몇 년 앞선 1970년작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설치함으로써 김기린을 ‘단색화의 선구자’로 칭한다. 

 

김기린의 작품 세계를 집약하는 핵심은 작가의 내면을 외부에서부터 인식할 수 있도록 캔버스 화면 위에 물감을 매체로써 다뤘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일반적인 언어로는 설명 불가능한 내면과 세계의 이면을 엄격하게 선별된 함축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시인의 시 창작과 유사한 방법론이다. 

 

얆은 붓으로 격자 그리드를 완성한 뒤, 수행하듯 굵은 붓으로 원을 수십 번 덧칠한다. 작가는 매번 같은 붓으로 같은 점을 찍지만, 미세한 손떨림, 호흡, 온도와 습도 등의 외부환경까지 같을 수는 없어서 원에 미묘한 차이가 드러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잔잔한 음의 진동이 촉각적으로 전해지며 음악적인 맥락을 체험할 수 있다.

 

김기린은 한국 화단의 화가들과는 결을 달리하며 전통적인 회화 재료인 ‘캔버스에 유채’를 사용하여 몰입의 순간을 연출하는 색과 빛의 관계를 탐구했다. 전시 제목 ‘무언의 영역(Undeclared Fields)’은 사이먼 몰리의 에세이 ‘무언의 메시지 (Undeclared Messages)’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다. 

 

김기린은 ‘회화야말로 인간의 감성을 가장 잘 전달하는 예술 장르’라고 생각했다. 1950년에 고향인 함경남도 고원을 떠난 그는, 다시 가보지 못한 고향에 대한 향수를 품은 채 살았다. 생전 그는 문창호지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 달빛 밝은 밤, 어슴푸레 투명한 어둠이 눈에 선하다고 했다. 작가는 한국의 덧문 위에 붙은 창호지에는 ‘색’이 없으며, 그 대신 어둠과 밝음이라는 빛의 근원이 존재할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작가에게 문창호지를 통한 경험은 밝음과 어둠을 지각하게 하는, 안과 밖을 연결해 주는 빛으로 체험하는 규정되지 않은 장(場), 즉 영역이었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청년 김기린은 말로 설명되지 않는 내면의 세계와 파리에서 경험한 다양한 장르의 문화적 자극을 캔버스 위에 텍스트가 아닌 물감의 양감으로 표현했다. 그가 캔버스에 붓으로 올린 것이 기름기를 제거한 유화 물감 덩어리로 누군가에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은 캔버스를 마주하게 될 관객의 지각과 의식의 흐름을 인도하는 장치로서의 열린 장(space)이었다. 그의 회화는 빛에 따라 화면 안에 구성된 색면과 점의 관계에 따라 달라지거나 혹은 물감 덩어리의 양감에 따라 다르게 반사되어 보이는 캔버스라는 화면을 통해 인간의 몸이 지각 가능한 2차원, 3차원을 넘어서는 지각의 세계에 대한 탐구의 흔적이 가득한 장이다.

 

그는 그림을 ‘하는 것’이지 ‘만드는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색을 놓지, 바르지 않으며 점과 줄을 팠지, 찍거나 긋지 않는다고 말한다. 모든 그림의 과정이 ‘제조’의 개념이기보다 ‘인식 작용’을 수반한 ‘실천’의 의미로 있는 것이다. 즉, 작가의 에너지가 담긴 그림은 관객을 만나 살아있는 작품이 된다. 

 

김기린은 회화의 표면을 일종의 살아 숨 쉬는 온도와 습도와 빛의 파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피부라 설명한다. 비슷한 그리드 패턴에 같은 붓으로 똑같은 점을 찍는다고 하지만, 매 순간마다 붓 터치는 같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도톨도톨한 질감은 빛의 파장이 닿는 속도와 강도에 영향을 미쳐 감상자로 하여금 섬세한 지각의 세계로 인도한다. 얼핏 봐서는 그저 단순한 색면인가 싶지만, 가볍고도 잔잔한 음의 진동이 촉각적으로 전해진다. 

 

김기린의 회화는 음악이 추상 언어를 통해 본질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음악적인 맥락을 지향하는 지점이 있다. 200호 이상의 대작을 할 때, 작가는 똑같은 점을 찍어 내려가면서 다음 겹의 점을 찍을 때까지 유화가 마르기를 기다려 두 번째, 세 번째…서른 번째 점을 찍 노라면, 1~2년의 세월이 흐르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조금씩 다른 두께와 깊이의 색점은 빛이 닿아서 튀어 나가는 파장의 속도가 각각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화면을 마주하면, 운율감 있게 이어진 광채가 다른 다채로운 도톨도톨한 점들의 변주를 감상하게 된다. 김기린은 국립현대미술관과의 인터뷰에서 멘델스존(Jakob Ludwig Felix Mendelssohn-Bartholdy)에서는 노란색을, 차이코프스키(Pyotr Ilyich Tchaikovsky)는 회색,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을 들을 때면 녹색이 떠오른다고 술회한 바 있다. 김기린은 음에서 빛깔을 본다고, 모국어가 아닌 불어로는 충만하게 표현할 수 없었던 지각의 세계를 색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전시장 1층에는 검정색 안료를 반복적으로 쌓아 올린 김기린의 1970년대 대표작 ‘흑단색화’와 2000년대 까지 지속된 ‘안과 밖’ 연작이 걸렸다. 2층은 생전 전시에서 공개한 적 없는 한국 전통 창호지를 연상시키는 유화 작업을 중심으로, 유학 시절 작가가 직접 창작한 시가 소개되어있다. 또 전성기 시절의 소품은 물론, 전업 미술품복원가로 생계를 꾸리는 동시에 자신만의 회화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의 파리 시기 아카이브 자료 또한 함께 전시되었다.

 

김기린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1961년 프랑스로 이주하여 디종 대학교(현재 부르고뉴 대학교, Université de Bourgogne)에서 미술사를 수학했으며,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에서 로저 샤스텔 (Roger Chastel) 교수 아래서 미술 지도를 받고,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Arts Décoratifs)에서 학위를 받았다. 1960년대 말부터 서정적인 추상 회화를 시작하여 검은색과 흰색을 사용하여 평면성을 추구하는 회화 작업을 했다. 1970년대 초반에 흑단색화 작업만을 소개하는 파리에서의 개인전이 한국에서도 화제가 되면서 작가는 한국의 단색조 회화 운동에 영향을 끼치며, 모노크롬 작업을 심화시켜 나갔다.

 

한편, 김기린은 갤러리현대, 우종미술관, 경기도미술관, 국제갤러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도쿄도립미술관, 도쿄센트럴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가졌고, 대표작은 국립현대미술관, 대구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우종미술관, 리움미술관, 파리시립현대미술관, 디종미술관 등 국내외 다양한 기관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갤러리현대에서 14일까지 계속된다.  


〈사진 =이화순, 갤러리현대 제공〉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당정, 공소청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에 사실상 합의...“수사·기소 분리 원칙 지켜지게 최선”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정부가 12일 입법예고한 ‘공소청법안’과 ‘중대범죄수사청법안’에 대해 범여권에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가 모두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도 부여하지 않는 것을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정청래 당대표는 13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공소청법안과 중대범죄수사청법안에 대해 “검찰개혁과 관련해 수사·기소 분리가 대원칙이고 검찰청을 폐지하면 검사는 공소 유지만 하라는 것이다”라며 “이런 기본 정신에 어긋나면 안 된다는 게 민주당 의원 대부분의 생각이고 아마 그것대로 (입법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청래 당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찰개혁 정부법안은 민주당에서 충분하게 토론하고 수사·기소 분리라는 국민 눈높이에 맞게 수정하겠다”며 “토론하는 과정에서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13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당과 정부 사이의 이견은 없다”며“명실상부 민주주의와 인권을 수호하는 검찰개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찰개


사회

더보기
내란 특검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 구형!...“12·3 비상계엄 사태는 중대한 헌법 파괴”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과 제25형사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억수 특별검사보는 “비상계엄 사태는 헌법 수호 및 국민 자유 증진에 대한 책무를 저버리고 국가 안전과 국민 생존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목적, 수단, 실행 양태를 볼 때 반국가 활동의 성격을 갖는다"며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으로 지적한 반국가세력이 누구였는지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 선거관리위원회 난입과 언론사 단전·단수 시도 등 헌정사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반국가세력에 의한 중대한 헌법파괴 사건이다”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자신의 행위가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에 중대한 침해를 초래했는지에 대해 성찰하지 않았다. 가장 큰 피해자는 독재, 권위주의에 맞서 희생으로 이를 지켜낸 국민이다”라고 말했다. 박억수 특검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은 사법부와 입법부를 장악해 장기간 집권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국가 공동체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돼야 할 물적 자원을 동원한

문화

더보기
연합합창단이 하나의 무대를 이루는 ‘통합의 장’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새해의 문턱에서 하나의 노래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2026년 1월 20일(화) 오후 7시 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미라클보이스앙상블, 현대문화기획 주관 신년음악회 ‘우리 이제는 쫌 더 나은 세상으로’가 열린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신년음악회를 넘어 전국과 해외에서 모인 연합합창단이 하나의 무대를 이루는 상징적인 ‘통합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음악회의 중심에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4악장 ‘환희의 송가’가 놓여 있다. 인류 보편의 연대와 형제애를 노래하는 이 작품에 한국 최초의 발달장애인 성악앙상블 미라클보이스앙상블이 핵심 주체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이번 무대의 의미는 더욱 깊어진다. 성악 전공자에게도 높은 난이도로 알려진 이 합창곡을 통해 미라클보이스앙상블은 음악적 도전과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무대 위에 올린다. 무대에는 프랑스와 일본을 포함한 해외 참가자들, 그리고 대한민국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합창단원들이 함께 오른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총 150명의 연합합창단은 지역과 국경을 넘어 하나의 목표로 모였다. ‘베토벤의 합창에 함께 서기 위해’, 그리고 ‘함께 노래함으로써 더 나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활력과 열정이 넘치는 ‘붉은 말띠의 해’, 새해의 목표는?
다사다난했던 2025년 ‘푸른 뱀띠의 해’를 보내고, 활력과 열정, 속도와 변화의 에너지가 강하다고 여겨지는 ‘붉은 말띠의 해’ 병오년(丙午年)이 밝았다. 새해는 개인에게는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출발점이며, 국가적으로는 변화의 흐름을 점검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지난 한 해 국가적으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치러진 6·3 대통령 선거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며 큰 정치적 변화를 겪었다. 이후 경제와 외교 전반에서 비교적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경주 APEC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미국과의 관세 전쟁 속에서도 나름의 성과를 거두며 사상 첫 수출 7천억 달러를 달성해 세계 6위 수출 국가라는 기록을 남겼다. 대한민국 정부는 새해 국정목표를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 연대를 핵심 가치로 삼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민이 하나 되는 정치 ▲세계를 이끄는 혁신 경제 ▲모두가 잘사는 균형 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 등 5대 국정 목표와 123대 국정 과제를 추진하고 있